시간 가속기와 시간 정지버튼

by 희봄

잠들기 전, 너는 비밀 하나를 털어놓듯 말한다. 자신에게 '시간 가속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물으니 천진난만한 대답이 돌아온다.


- 빨리 용돈 받아서 게임 아이템 사고 싶어. 눈 뜨면 현질 하고, 또 현질 하고! 그냥 하루 종일 게임만 하고 싶어.

- 그럼 시간 가속기 때문에 금방 어른이 되어버릴 텐데, 괜찮아?


나의 장난스러운 질문에 아이는 잠시 머뭇거린다.


- 그럼 안 되지. 아직 난 어른보다 키가 훨씬 작은데,


너는 키가 영영 멈춰버릴까 봐 걱정이 앞선 모양이다. 결국 묘안을 떠올린 듯 외친다.


- 그럼 밥 많이 먹고 키 커서 현질하면 되겠네! 엄마, 빨리 밥 줘!


게임하고 싶은 욕망과 키가 크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다 결국 성장을 선택한 너.

그 맑은 고민을 바라보며 나도 마음속으로 한 가지 기계를 꿈꿔 본다. 난 '시간 정지 버튼'이 갖고 싶다.

너와 함께하는 찰나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늘 아쉽다.

조금 더 웃어줄 걸, 한 번 더 따뜻하게 안아줄 걸, 더 상냥한 목소리로 네 이름을 불러줄걸.

'시간 가속기'를 타고 어른이 되고 싶은 너와, 너의 모든 순간이 못내 아까워 시간을 붙잡고 싶은 나.

'시간 가속기'를 타고 꿈나라로 간 너를 보며, 나는 '시간 정지 버튼'을 지그시 누른다.

지금의 너는,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니까.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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