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자(feat. 선우정아)

by 희봄

도망가자


"밥 먹자!"

나물 반찬 피해서

후다닥, 화장실로.

뜨끈뜨끈 비데 위에 앉으면

엉덩이부터 기분이 좋아져.


"숙제 다 했니?"

영어숙제를 피해서

살금살금, 화장실로.

잔소리 뚝 끊긴 고요한 그곳에서

책 읽을 때가 제일 행복해.


엄마 친구들이 놀러 온 날,

옆집 민준이 칭찬 소리에

몸이 베베 꼬이기 시작한다.

얼른 화장실로.


"야! 너 좀 그만 와!"


깜짝이야, 변기가 입을 열었어.

"나도 좀 쉬자, 내 허리 부러지겠다!"


변기까지 화를 낸다.

세상에, 이제 어디로 도망가지?

이불속으로 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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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일기]

위기의 순간마다 화장실로 숨어드는 너.

한번 들어갔다 하면 도통 깜깜무소식이다.

집에서 가장 마음 편한 요새가 변기 위라니, 웃음이 나다가도 걱정이 앞선다.


안 그래도 변비 때문에 고생하는 녀석이

화장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니 엄마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아들아, 그만 집중하고 이제 좀 나와주면 안 되겠니?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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