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방학이 끝났다

by 희봄

늘어지게 잠에 취한 너를 흔들어 깨우고,

아침을 차려낸다.


이것저것 챙겨 먹이고 돌아서니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네가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나는 찰나의 자유를 만끽한다.

잠시 숨을 고르며 뒤를 돌아보는데

벌써 네가 초인종을 누른다.


우리에겐 떨어져 있을 시간이 절실했다.

그래서 '개학'이라는 게 존재하나 보다.


너는 네 친구들을 만나서 좋고,

나는 내 친구들을 만나서 좋다.


우리, 잘 지내다가 다음 방학에 만나자.

그땐 넌 사춘기, 난 갱년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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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한 이래 줄곧 겨울방학만을 기다려왔지만, 막상 방학이 끝나는 날이면 늘 나를 돌아보는 버릇이 생겼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 습관은 여전했다. 1월이 시작되면 아이들의 방학을 부러워했고, 2월의 끝자락에는 겨울의 과오를 반성하곤 했다.


지금 나에게 겨울방학은 가장 특별하고도 무거운 존재다. 아들의 방학을 하면 동시에 내 삶도 바뀌기 때문이다. 아침을 차리고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다 점심을 챙긴다. 잠시 학원 가는 시간 동안 밀린 휴식을 취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현관문을 열고 돌아와 있다. 그런 생활이 두 달간 지속되자 사회성은 바닥나고 예민함만 남은 인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기어이, 겨울방학은 끝이 났다.


지난 방학 동안 나는 무엇을 했을까. 키우던 금붕어와 끈질기게 생존하던 사슴벌레 한 마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나의 무심함이 그 작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 같아 마음이 아릿하다. 정작 나 자신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잠잠하던 갑상선 항진증이 다시 도졌기 때문이다. 원래 사람을 잘 믿지 못해 의사의 말조차 선택적으로 취합하던 고집은, 결국 수치를 낮추지 못하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약을 끊은 탓인지, 누적된 스트레스 탓인지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은 수전증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한창 쉴 새 없이 움직일 때보다 잠시 밖을 나서는 일이 더 피곤해졌다.


방학 동안 모든 것들이 피폐해졌다. 아이는 어땠을까? 징글맞게 서로의 의견을 내세우며 싸웠다. 그때만큼은 내 뱃속으로 낳은 자식이 아니라, 나를 야금야금 갉아먹는 존재였다. 싸움의 원인은 대개 TV 채널 선택과 게임 시간이었다. 방학이라는 명목하에 피자 위에 치즈처럼 늘어난 규칙들, 그 틈을 타 아이는 점점 게을러졌고 그 원인이 내 탓인 것만 같았다.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것마다 시들시들해질 때, 대체 나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 나도 엿가락처럼 늘어져 있었나 보다. 미안한 마음에 뒤늦게나마 금붕어와 사슴벌레를 애도한다. 내가 지켜야 했던, 그러나 미처 지켜내지 못한 소중한 것들을 위하여.

다시 일어나야지.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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