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세상의 전구가 팍 하고
꺼지는 날이 와도 무서워하지 마.
죽으면 멋진 ‘비욘스 월드’에 갈 수 있어.
예쁜 꽃도 가꾸고, 파랗고 노란 구름 위에서
하고 싶던 것도 마음껏 할 수 있어.
상상하는 대로 행성을 만들 수 있거든.
친구들도 부를 수 있어.
우리 거기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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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죽음을 걱정하며 잠 못 이루던 아이가 달라졌다. 얇은 손목을 타고 올라오는 파란 정맥을 지그시 누르며 아이가 묻는다.
“여기를 이렇게 누르면 혈관이 막혀서 빵 터져?”
“음, 그러기 전에 죽을 수도 있어. 너, 죽는 거 엄청 무서워했잖아.”
“아냐. ‘타라 덩컨’(요즘 빠진 책)에선 죽은 뒤에 비욘스 월드에 간대. 거기선 뭐든 마음대로 할 수 있어. 친구들도 데려와서 놀 수 있고. 그러니까 죽는 건 이제 하나도 안 무서워!”
그 책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마치 어린 왕자를 만난 듯 설레는 눈빛으로 아이가 말했다. 내가 가서 무얼 하고 싶냐 물으니 휴대전화 게임을 하며 커다란 수영장을 만들고, 무한정 쓸 수 있는 돈도 만들고 싶단다. 누구랑 놀고 싶냐 물으니 역시나 친구들을 부르겠단다.
옆집 놀러 가듯 죽음을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삶과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세상과의 이별이 이토록 가볍고 무해할 수 있을까.한편으론 부럽다. 죽음조차 상상력으로 정복해 버리는 열한 살, 저 낭만적인 패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