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게 풍경을 바라보던 네가 말을 던진다.
"엄마, 난 고난이 없어서 어떡해?"
갑자기 튀어나온 낯선 단어에 놀라 되물었다.
"고난이라니?"
"아인슈타인이 어릴 때 성적도 안 좋고 성격도 이상해서 문제가 있는 아이로 찍혔대. 그런데 그 고난을 극복하고 성공한 천재가 됐잖아. 메시도 키가 작았지만 유명한 축구선수가 됐고. 천재들에게 고난은 꼭 필요한 건데, 난 없잖아..."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넌 매일 싫어하는 숙제를 마주하며 고난과 싸우고 있어. 이걸 극복해서 좋은 성적을 받는 거야. 어때?"
"그건 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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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위인전을 그저 재미있는 동화처럼 읽더니, 이제는 위인들의 불행마저 닮고 싶어 할 만큼 훌쩍 자랐다. 고난이 성공의 조건이라니.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그런 고난을 멋지게 극복해 본 적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어릴 때는 역경도, 실패도 그리 두렵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른이 되니 꽤 겁쟁이가 되어 있었다. 한 번 겪은 불행을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고난이 없어서 천재가 될 수 없다며 시무룩한 아이를 보니, 괜히 엄마의 불행한 역사를 자랑처럼 들려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엄마도 아인슈타인 못지않게 공부를 못했고, 성격도 괴팍했고, 운동을 잘할 만큼 좋은 체격을 가진 것도 아니었어.'
이쯤 되면 위인 못지않은 고난의 연속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엄마는 그 고난을 멋지게 극복하지 못한 채 그대로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것.
하지만 자식은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지 않던가.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운동하고, 부지런히 글을 쓰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그리고 당당하게 물어봐야지.
"엄마는 오늘의 고난을 극복했는데, 넌 너의 고난(숙제)을 극복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