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상상력꾼의 탄생

by 희봄

어느 날 네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학교에서 그림을 그렸는데,
난 정말 상상력이 최고인 것 같아."

​얼마 전까지 '졸라맨'으로 모든 걸 표현하던 녀석이 무슨 소린가 싶었다.

"학교에서 시화를 그렸는데 우주에 일론 머스크랑 행성을 잔뜩 그렸어. 그걸 보고 애들도 선생님도 잘 그려서 깜짝 놀랐어!"

​항상 그림 앞에서 수줍게만 굴던 네가 상기된 표정으로 자기 재능을 뽐냈단다. 그러더니 마치 그림 신이라도 강림한 듯 연필로 캐릭터를 그리며 집중하는 게 아닌가. 나는 확신했다.

​'아, 너는 늦게 피는 꽃이었구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당장 미술 학원을 알아봤다. 이 뒤늦은 재능을 어디서 펼쳐줘야 할지 고민하며 며칠을 보낸 뒤, 학부모 참관 수업 날이 왔다. 너는 자기 그림을 꼭 보라며 호언장담을 했던 터라, 나는 수업보다 복도에 붙은 그림을 찾느라 바빴다.
​그러다 복도 끝에서 유난히 존재감을 뽐내며 펄럭이는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작은 도화지에 여백 없이 꽉꽉 채워진 너의 그림. 잘 그린 그림이 아니었다. 아. 말 그대로 정말 '열심히' 채웠구나.
​그 순간 부풀었던 기대감도 풍선처럼 꺼졌다.
아. 미술학원을 고민했던 마음도 민망했다.
그런데도 세계 최고의 상상력을 가졌다고

그림을 정말 잘 그린다며 진지하게 말하는 네 모습이 떠올라 웃고 말았다.

​그래도! 산소 부족을 표현하려고 우주를 그리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은유인가!

그래. 우리 미술 학원은 잠시 미뤄두고
집에서 네가 그리고 싶은 걸 마음껏 그리자.

우주 최강 상상력꾼의 재능은
이제 시작이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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