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소풍

by 희봄

<무덤 소풍>

오늘도 아빠와 함께

좋아하는 김밥을 챙겨 소풍을 가요.


아빠는 내가 외롭지 않도록 아끼는 인형을

꼭 안겨줘요.


바람은 시원하고

꽃들은 자꾸만 몸을 흔들어요.


소풍 갈 때마다 가장 아끼는 옷을 골라 입어요.

하얀 양말에 레이스가 달린 치마.

여기서는 내가 제일 예쁜 공주니까요.

정말 기분 좋은 날이에요.


낮은 산 언덕 위,

우리만의 비밀 아지트가 있어요.


이제 우리는 아빠가 파놓은 자리에

나란히 누워서 놀아요.


온 세상이 조용해지는 순간이에요.


새들은 귓가에 속삭이고

벌들은 다정하게 노래해요.

바람은 자꾸만 내 몸을 간지럽혀요.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지만

아빠의 품처럼 익숙해졌어요.


나는 환하게 웃어요.

그럼 나를 보던 아빠도 웃어요.


그래서 나는

소풍을 올 때마다

자꾸자꾸 웃음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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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국에서 아픈 딸의 마지막을 준비하던 한 아버지가 있었습니다. 온갖 수를 써도 치료할 방법이 없자, 아버지는 딸의 마지막 길이 외롭지 않도록 미리 무덤을 파고 그곳에서 아이와 함께 누워 시간을 보냈습니다. 죽음을 예감한 듯 아빠 곁에 누워 해맑게 웃던 아이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다행히 이 부녀는 이후 기업의 후원을 받아 치료를 이어갔다고 합니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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