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사고는 있기 마련이다

실패, 실수 하면서 성장한다

by 박정미


남편의 몸이 앞으로 휙 꼬구라졌다. 바닥에 옆으로 비스듬히 엎어져 있는 남편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입술에서도 피가 났다. 오른쪽 무릎도 시뻘겋게 부어 오르더니 피가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코가 괜찮냐고 물었다. 찡그러진 얼굴을 하고 있던 남편은 코는 괜찮은 것 같고 이가 안부러져서 다행이라고 했다.


늦은 밤 운동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남편의 코에서 피가 뚝뚝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급한대로 일단 남편이 신고 있던 양말 한짝을 벗겼다. 양말을 가지고 흐르는 피를 닦아냈다. 그리고 코를 눌러 지혈했다.


일단 돌아서 가는 게 아니라 지름길로 빨리 집으로 가기로 했다. 겨우 걸어서 집까지 올 수 있었다. 남편의 상처를 치료했다. 소독약을 먼저 바르고 후시딘을 바른 다음 밴드를 붙였다. 그나마 코뼈나 이가 부러지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었다.



어제밤 남편은 저녁을 먹으며 술을 조금 마셨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 나를 따라 운동을 가겠다고 나섰다. 운동장을 몇 바퀴 돈 다음 힘이들어 안되겠다며 벤치에 앉아 쉬었다. 내가 운동을 다 마치고 같이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아직 취기가 남아 있던 남편은 보도 블록 약간 튀어나온 부분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지고 만 것이다. 주의를 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약간 취한 상태에서 걸었기 때문에 사고가 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유가 분명하다.


술을 먹었으면 운동을 가지 말았어야했고 그렇게 운동을 했다고 해도 올 때 조심했어야 했다. 방심 하고 있었으니 그런 사고가 일어난 거 어쩌면 뻔한 결과였다.



달리기를 하면서 크고 작은 부상이 여러번 있었다. 제일 크게 넘어진 것은 작년 8월 죽령고개로 달리기 훈련을 갔을 때다.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데크길 구간을 뛰던 중이다. 관리가 잘 안되어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었다. 그 길을 내려오다가 데크 튀어나온 부분을 보지 못하고 걸려서 그대로 꼬구라져 넘어졌었다. 양쪽 무릎이 까이고 상처가 났다.


그나마 다리가 부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말을 들었다. 방심을 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남편이 다치자마자 그때 일이 떠올랐다.


한 번은 아파트 유치원 앞에서 새로 생긴 방지턱을 보지 못하고 거기에 걸려 넘어졌었다. 새벽 운동을 나가며 잠깐 딴 생각을 하는 사이 거기에 걸려 그만 꽈당하고 앞으로 개구리처럼 팔을 쭉 벌리며 넘어졌엇다.



넘어지고 나면 일단 부끄러움 때문에 벌떡 일어나게 된다. 주위를 빠르게 살피며 내가 넘어진 걸 본 사람이 있지않나하고 보게 된다. 이른 새벽이라 다행히 본 사람은 없었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그냥 운동을 하러 갔다. 손바닥이 얼얼 했을 뿐 외관상 다친곳은 없었다.


한 번은 비스듬한 커브길에서 바닥에 흩어진 모래에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했다. 그때도 딴 생각을 하며 몸은 얼른 이곳을 돌아야지 하고 뛰었는데 그만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그때는 손과 무릎에 피가 났었다. 심하게 나지는 않았지만 집까지 오는 약 3킬로미터가 굉장히 길게 느껴졌었다.


사고가 자주 난 것은 그만큼 달리기 연습을 많이 할 때였다. 연습하지 않았다면 사고도 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어른일 되어 넘어져서 팔과 무릎에 상처가 나고 그럴 일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사고는 언제든 날 수 있다. 사고가 났다는 말은 그만큼 길 위로 운동을 나갔다는 말이다. 무릎에 아직도 예전에 넘어졌던 흔적들이 남아 있다. 사건 사고를 피할 수는 없다. 무엇이든 바라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려움이 따른다. 어려움이 없으면 성공도 없다.


오히려 무릎에 난 상처들을 영광으로 여겨야겠다. 그만큼 시도했다는 이야기였다. 조용히 집에만 있었으면 다칠 일도 없었을지 모른다. 하던 대로만 하며 얌전히 살아가도 문제는 없다. 하지만, 비록 상처가 나도라도 시도하고 부딪치고 그러면서 성장해 왔다.


오십 전까지 별 큰 사고 없이 지내왔다. 안전지대에만 머물러 왔다는 이야기도 된다. 아무런 도전도 모험도 시행하지 않았다. 실패도 없었지만 성과 또한 없었다. 그저 그런 인생 살고 있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인생의 변화와 성장은 시도와 실패 속에서 얻을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만큼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도전을 하고 다가오는 실패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우리는 성장한다.


실패, 실수 없는 삶을 경계해야 한다. 평온하게만 살아가는 인생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실패를 하든 실수를 하든 부딪치며 겪으며 극복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인생 여정이다. 오늘도 도전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8월도 얼마남지 않았다. 아무일 없기를 바라지 말고 어떤 실수, 실패를 통해 무엇을 배웠나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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