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지 말고 그저 매일

by 박정미


2020년 7월 1일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시기 블로그를 보다가 ‘하루 10분 걷거나 달리기’ 챌린지 모집 광고를 보고 신청했습니다. 호기심반 걱정반으로 시작 했는데요. 첫날 저의 기록은 9분 12초였습니다. 무조건 10분을 채워한다는 생각에 뛰다가 멈추고 시계를 보고 또 뛰다가 멈추어 시계를 보고. 몇 번을 그렇게 했는지 모릅니다. 시간이 얼마나 안가던지요.


더 이상 뛰었다가는 죽을 것만 같아서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삼성 헬스의 정지 버튼을 눌렀습니다. 달리기 앱이 있다는 사실도 몰랐고 알아도 사용을 할 줄 몰라서 그냥 폰에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앱을 이용해서 첫날 달리기 인증을 마쳤습니다.


둘째 날에도 밖으로 나갔습니다. 삼성헬스 앱을 켜고 달리기 시작했지요. 그날도 마찬가지로 걷다 뛰다가 반복한 것 같습니다. 숨이 차고 다리가 아팠지만 겨우 뛸 수 있었습니다. 그 뒷날부터는 기록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그저 숨차게 뛰었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한 달 반 정도 그렇게 매일 아침 나가서 달리다 보니, 처음 10분을 목표로 한 것이 11분, 12분 이렇게 시간을 조금씩 늘여 뛸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쉬지 않고 연속 2킬로미터를 달린 날의 감동은 아직 잊을 수가 없습니다.


8월 15일 광복절이 다가왔습니다. 단톡방에 있던 사람들은 광복절 기념으로 자신의 실력에서 목표치를 정해서 뛰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저는 처음 20분을 목표로 잡았다가 당시 단톡방내에서 교류가 활발하던 회원으로부터 30분 뛰어보는게 어떻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30분을 과연 뛸 수 있을까 나 자신이 조금 의심하기도 했지만 곧, 뛰어보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광복절날 아침 저는 실제로 30분을 뛰게 됩니다. 더운 여름 아침 강을 15분 정도 올라갔다가 다시 15분을 내려왔습니다. 30분 달리기를 완주하고나서 강변 다리 밑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이 뺨을 스치든 그 순간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해 11월 ‘손기정평화마라톤’이라는 버추얼 마라톤 대회에 신청을 하고 뛰게 됩니다. 내가 있는 이 곳, 늘 뛰던 강변에서 처음으로 10킬로미터을 뛰어봅니다. 여전히 강을 따라 올라갔다가 다시 강을 따려 내려오는 그 길은 나에게 기쁨과 환희, 희열과 보람을 주는 길이었지요.


연습은 쉬지 않고 계속이어졌고 저는 다음해에도 역시 10킬로미터 버추얼 마라톤을 뛰게 됩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고 아무도 같이 뛰는 사람 없었지만 스스로 느낀 그 기쁨과 감동은 첫 번 대회보다 훨씬 진했습니다. 왜냐하면 포기하려던 마음을 이겨내고 처음 목표하던 일을 해냈기 때문입니다.


2023년 세 번 째해 마라톤은 춘천에 가서 현장참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현장마라톤에 참가해 들썩이는 분위기에 합류해서 모르던 낯선 길을 뛸 수 있었지요. 수많은 사람들 틈에 끼여 지루하고 힘들었지만 끝까지 뛰고 마지막에는 멋지게 스퍼트하면서 여러 사람을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10킬로미터 대회에 몇 번 더 나간 다음, 더 이상 10킬로미터 대회가 의미가 없어지자 저는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게 됩니다. 매주 일요일 1킬로미터씩 거리를 늘리며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10킬로미터만 하다가 그 배가 넘는 21킬로미터를 뛰려고 하니 처음에는 막막했었지요.


그래도 하프 완주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나를 믿고 그저 묵묵히 연습을 했습니다. 어느날 운동장 트랙을 뱅글뱅글 16킬로미터 정도까지 돌던 날은 ‘이러다가 정신병 걸리는거 아니야?’하는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18킬로미터까지 혼자 연습을 해 본 다음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대회에 참가했을 때 16킬로미터 지점에서 고비가 왔지만 무사히 21킬로미터를 완주 할 수 있었습니다. 자신감을 가진 저는 그 이후 하프 대회에도 여러번 참가합니다.



하프를 몇 번 참여하자 자연스럽게 풀코스를 목표로 하게 되었습니다. 운동장에서 혼자 연습하다가 우연히 마라톤동호회 사람들의 눈에 띄여 동호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동호회에서 주중 주말 훈련을 받으며 저의 달리기 실력은 빠른 속도로 늘게 됩니다.


2024년 11월, 달리기를 시작한지 4년이 좀 넘어서 저는 드디어 상주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게 되고 4시간 21분으로 완주를 하게 되었습니다. 목표를 잡고 훈련과 연습을 반복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요. 혼자만의 힘으로 했다면 어려웠겠지만 주위에 도와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목표하던 바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마라톤 풀코스를 한 번 더 뛰게 되었습니다. 겨울을 지나며 잦은 감기와 무리한 일정으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무엇보다도 대회 일주일 전부터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렸습니다. 주위에서는 대회를 포기하라고 했지만 저는 포기 하기가 싫었습니다. 감기약을 먹으면서 뛰었고 처음보다 기록은 못했지만 저는 두 번째 마라톤 풀코스도 완주했습니다.



운동 신경이 발달한 것도 원래 잘했던 것도 아니던 제가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성과를 계속 낼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별 의미가 없는 일일수도 있지만 늘 하다말다 제대로 하는 일 없이 마무리 짓지 못하던 저에게,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성과는 더없이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해내는데 있어서, 요령이나 기술 따위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물론 그런 것들을 배운다면 좀 더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묵묵히 그저 매일 자신을 믿고 노력하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마라톤은 마일리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루하루 쌓인 노력이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양을 많이 채울 때 질적인 변화가 옵니다. 오늘도 묵묵히 자신이 하는 일의 양을 많이 채울 수 있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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