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쉬운 일은 없지만 못할 것도 없다

소백산 죽령에서 고치령까지

by 박정미


지난 8월 31일 마라톤 동호회 회원들과 소백산 능선 25km를 종주하고 왔습니다. 새벽 3시 50분에 눈을 떴습니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고 짐을 챙겼지요. 4시 10분 집을 나섰습니다. 먼저 아파트 밑 사거리에 있는 CU편의점에 들렀습니다. 전날 주문해 놓았던 생수 얼린물을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두 박스에 나뉘어 담긴 총 40병의 물을 차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차에는 이미 어제 사 둔 포카리 스웨트 40병과 초코바가 실려있었지요. 20명이 가는데 생수 2병, 이온음료 2병씩을 지급할 예정이었습니다. 장거리라 그 정도의 물은 있어야 했습니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떡집입니다. 산행을 하면서 먹을 떡을 미리 주문해두었지요. 찰쌉영양떡 한 되반을 찾았습니다. 제법 묵직한 떡 상자를 들고 이것 또한 차에 실었습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음은 김밥을 찾으러 갈 순서였지요. 그런데 전날밤 회장님이 찾아 온다고 해서 세 곳 들리려던 것을 두 곳만 거쳐 집결지인 서천둔치 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주차장에는 이미 15인승 버스가 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기사와 인사을 나누고 회원들을 기다렸습니다. 집결 시간은 4시 50분. 그보다 15분이나 빨리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기다리다 보니 회원들이 하나 둘 도착했습니다.


주차장 바닥에 지급품들을 내려놓고 하나씩 분배를 했습니다. 각자 배낭에 물고 떡 등을 넣고 차로 이동했습니다. 15인승 버스 좌석이 모자라 차 한 대가 더 따라갈 계획이었습니다.


어스름한 새벽 죽령고개를 향해 올라갔습니다. 약 30분 정도 걸려 도착했습니다. 짐들 내려놓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고 화장실에 다녀온 다음 소백산 능선 등반을 시작했습니다. 해가 이미 떠올라 사위는 밝았습니다.



처음 4킬로미터 구간은 시멘트 포장길이 계속되었습니다. 4킬로미터 지점에 다다르자 전망대가 나왔는데요.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 풍광이 얼마나 멋지던지 감탄하며 사진을 계속해서 눌렀습니다.


제2연화봉까지 도착한 다음 연화봉까지 갔습니다. 벌써 다리가 아프고 땀이 뚝뚝 흘렀지만 묵묵히 갔지요. 길은 풀이 많이 나서 우거져있었답니다. 전날부터 반바지를 입을지 긴 바지를 입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긴 바지를 입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이 넓은 구간을 갈 때는 땀이 뚝뚝 흐르니까 또 반바지를 입고 올걸 하는 후회도 들었지요. 몇 번 그러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풀이 너무 우거져서 역시 긴바지를 입고 오길 잘했다 생각했습니다. 산에 갈때는 역시 어찌될지 모르니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로봉에 오르고 그 다음에는 국망봉도 올랐습니다. 국망봉은 바로 2주 전에 회원들과 함께 왔던 곳입니다. 그때는 초암사에서 바로 올라와서 그대로 내려가는 코스였습니다. 이번에는 거쳐가는 코스였지요. 바위에 걸터앉아 물도 마시고 떡도 하나 꺼내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고치령까지 가는 길은 험하고 멀었습니다. 다리는 점점 힘이 빠졌습니다. 나뭇가지에 걸려 넘어질 뻔도 하고 면서 겨우 이동할 수 있었지요. 오르막이 심한 곳도 있었고 좁은 터널 같은 곳도 있었습니다. 숲이 우거져서 풀에 팔이 긁히기도 했습니다.


마지막 2킬로미터는 얼마나 힘들던지 지난 5월 설악산 공룡능선에 갔다가 마지막에 내려올 때가 생각났습니다. 천불동 계곡을 타고 내려오는 구간이 얼마나 힘들고 지치던지 말도 못했지요. 그때가 떠오르며 이번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리가 후들 거리고 온 힘이 다 빠져나가는 듯했습니다.



마지막 피니쉬 라인이 다가오자 그나마 힘이 조금 났습니다. 미리 도착한 사람들의 소리가 들려오고 도로가 보이자 드디어 끝이라는 생각에 기운이 났습니다. 나도 모르게 발이 빨라졌습니다. 내려오자 미리온 사람들이 반겨줬습니다. 누군가 건네주는 얼음이 들어간 미숫가루는 완전 꿀맛이었지요. 얼마나 시원하고 맛있던지 연거푸 종이컵으로 대여섯잔을 마셨습니다.


일이 있어 참여하지 못했전 훈련부장님이 차 트렁크에 음식을 바리바리 싸가지고 와 있었습니다. 수박, 직접 싼 김밥, 막걸리, 떡, 커피 눈 앞에 펼쳐진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서 정신없이 먹었습니다. 그동안 가지고 갔던 식량과 물도 다 먹고 목마르고 배고프던 찰라라 얼마나 먹었는지 모릅니다. 정성껏 준비해온 음식을 먹으며 정말이지 그동안의 피로가 싹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음식을 다 먹은 우리들은 고치령 비석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습니다.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다시 처음 모였던 장소 서천둔치 주차장으로 향했지요. 8시간 긴 산행이 무사히 끝났습니다.



소백산 비로봉에 가 본 것은 대학교 1학년 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과 전체 MT로 선배들과 친구들과 함께 갔었지요. 벌써 30년도 전의 일입니다. 그때도 무척 힘들었지만 정상에서 느낀 그 시원함과 뿌듯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이후로 학교 MT 또는 개인적으로 약 열 번 정도 소백산에 올랐던 것 같습니다. 그때는 늘 초암사 또는 삼가동에서 비로봉까지만 갔다가 내려왔지요. 이번처럼 죽령에서 시작해 연화봉, 비로봉, 국망봉, 고치령까지 능선을 타보기는 처음입니다.


30년도 더 지났지만 체력은 20대 그때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운동을 생활화 하다보니 어떻게 체력이 더 좋아졌습니다. 예전 같으면 비로봉 올라갔다오는데만도 5시간 정도 걸렸고 갔다 오고 난 다음에는 일주일을 앓았었지요.



8시간 산행을 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몸도 어제 하루 쉬었더니 많이 회복되었습니다. 장거리 산행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못해 낼 것도 없습니다. 안된다고 지레 겁먹고 움츠리지 말고 어떤 도전이든 시작하고 이어나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쓰며 산행을 복기해 봤습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지나간 과거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입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휘발됩니다. 그냥 다녀온 것으로 그치지 말고 이렇게 기록함으로써 산행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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