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으로 된 책 한 권 내는 것이 소원이다.’, ‘작가가 되는 것은 저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에요’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 있습니다. 저도 ‘꼭 작가가 되어야겠어.’ 하는 마음은 없었지만, 막연히 글을 쓰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요. 어쩌다 친구나 지인이 저보고 글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막연히 장래 희망을 말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기자, 교사, 작가, 마지막으로 뮤지컬 배우가 있었지요. 앞에 세 개는 어쩌면 이룰 수도 있지만 마지막 뮤지컬 배우라는 희망은 내가 생각해도 이루기 어려울 것이고 혹시나 소원을 들어주는 지니 같은 램프가 있다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했습니다.
오래도록 그 꿈을 그리면 나는 꿈을 닮아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작가의 꿈을 꾸면 작가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바라지 않는 것은 될 수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작가가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은 작가가 충분히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새벽 일찍 눈을 떴습니다. 달리기 연습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옷을 갈아입고 양치를 하고 물을 한 잔 마신 다음 집을 나섰습니다. 바깥은 아직 어스름했습니다. 공동현관을 나서자 쌀쌀한 공기가 확 느껴졌습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아파트를 벗어나 강변으로 들어섰습니다. 늘 가던 산책로를 따라서 갈까 하다가 돌연 마음이 바뀌어 다리를 건너 반대편으로 갔습니다. 시민운동장을 향해 뛰기 시작했습니다. 뛰기 시작하자마자 늘 가던 대로 안가이고 새로운 곳으로 향한 걸 후회했습니다.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게 다니는 반대편 길은 가로등이 얼마 없어 길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심조심 뛰다가 안 되겠다 싶어 차가 다니는 도로로 들어섰습니다. 좁은 인도로 뛰는데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지나가는 차가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약 2km 정도 달려서 시민운동장에 도착했습니다. 아직 약간 어두운 운동장 안에 벌써 여러 사람이 와서 뛰고 있었습니다. 나도 그들을 따라 트랙을 따라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한참 트랙을 돌고 있을 때였습니다.
“누나!” 누군가 곁에 다가오며 나를 향해 불렀습니다.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동우 씨였습니다. “아! 반가워요!” 나는 웃으며 대답했지요. 동우 씨는 작년부터 마라톤 대회 장소에서 가끔 보여서 알게 되었습니다. 가끔 달리기 연습을 할 때 보이면 인사 나누는 사이이지요.
“작가님한테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동우 씨가 말했습니다. 지난번 길을 가다가 우연히 마주쳤을 때도 그 이야기를 하더니 이번에도 또 말을 꺼냈습니다. 저의 출간 소식을 알고 제 책을 사고 읽은 모양이었습니다. 나를 볼 때마다 사인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쩐지 쑥스러운 마음이 들어 속도를 조금 더 높여 빨리 앞으로 뛰어갔습니다.
트랙을 돌며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작가가 될 줄은 몰랐지요. 막연히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책을 출간하고 이렇게 작가로 불릴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글쓰기를 배우며 먼저 출간한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의 저자 특강을 듣고 출간 소식을 들을 때면 너무나 신기했었지요. 부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책을 출간할 수 있을까, 내 이야기를 어떻게 꺼내 놓을까. 등 많이 고민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라는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글을 잘 못 쓰는데 어떻게 책을 출간하고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미래가 걱정되었지만, 매일 작은 용기를 내었습니다. 한 편의 글을 쓰자. 못써도 괜찮다. 못 쓰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냥 쓰자. 이렇게 자신에게 많이 세뇌했습니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은 엉망진창인 글을 많이 쓰는 거다. 라는 말을 믿으며 나를 믿으며 오늘 쓰고 내일 쓰고 그렇게 글을 써 나갔습니다.
달리기를 10km를 완주해 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10km를 뛰는 방법은 1km를 열 번 반복하는 것입니다. 작은 1km가 모여 10km가 됩니다. 1km가 42번 모이면 42km 마라톤 온 구간을 뛰게 되는 것이지요. 작은 1km가 시작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거리를 늘리다 보면 42km가 된다는 사실을 저는 체득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아침에 책 한 권을 완성할 수는 없습니다. 한 장, 두 장이 모여 200~300페이지가량 되는 책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아무리 멀어 보여도 매일 쓰는 일을 누적하다 보면 그 끝에 다다르게 되고 책 한 권이 만들어집니다.
너무 멀다고 가지 않고 그냥 주저앉으면 어떻게 될까요? 영영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을 겁니다. 지금 아무리 꿈이 멀다고 느껴진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오늘부터 한 발짝씩 내디디면 언젠가 그 꿈에 다다라 있을 겁니다.
꿈이 있다는 것은 이미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다는 말입니다. 꿈 없이 살아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는 것은 그렇게 될 가능성을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말이지요.
시작은 가볍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당장 책 한 권 완성이라는 먼 곳을 보지 마시고 오늘 한 편의 글을 쓰는 것이 작가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그 작은 걸음들이 모여 책 한 권이 완성되는 것이고 작가도 되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