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 중에는 아직 책을 못썼다고 자책하는 사람 많습니다. 가끔 글쓰기를 함께 배우는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있습니다. 어떤 작가는 쓰다가 말았다고 하고 또 어떤 작가는 도저히 자신의 이야기를 쓸 자신이 없어, 글 공부를 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초고조차 쓰지 못하고 있다고 자책했습니다.
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충분히 써도 될 만한 이야기 같이 느껴집니다. 실제 본인들이 겪은 이야기를 그대로 쓰면 될 것 같은데 도저히 용기를 못내겠다고 합니다. 또 다른 작가는 잘 써나가다가 주제를 조금 바꾸어야겠다면 멈추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자책하며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작가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저의 과거가 떠올랐습니다. 과거 저는 전전긍긍하며 글을 잘 써야 한다는 강박이 심했었지요. 잘 써야한다는 강박과 자책은 결코 좋은 태도라 볼 수 없습니다.
약 9여년 전 글을 써보고자 마음을 먹고 글쓰기 수업에 등록한 적 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고 수강료를 환불받고 없었던 일로 했습니다. 수강 신청은 했지만 막상 수업을 받으려 가려니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수강을 포기하고 수강료를 환불 받았을 때는 안도의 숨을 쉬었었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때 그냥 용기내어 수강을 할 걸’하는 마음에 한 동안 힘들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못났나 하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스스로 한심하기 짝이 없었지요. 거리 핑계, 아이들 걱정 핑계, 핑계 거리를 만들며 스스로 책쓰기를 포기한 일을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릅니다.
그때 조금만 더 용기를 가지고 도전을 했더라면 지금보다가는 삶이 조금 더 나아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와서 그런 자책은 소용없습니다.
몇 년이 흐른 후, 다시 한 번 글쓰기 수업을 등록하고 이번에는 제대로 해봐야지라고 다짐했지만 또 여전히 글쓰기를 포기하고 말았지요. 참 어이없게도 3개월만에 강의 듣기를 포기하고 저는 아무일 없다는 듯 살았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또 그때의 일이 얼마나 후회되던지요. 그 시기 저와 비슷하게 공부를 시작했던 사람들은 하나둘 책 출간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왜 또 견디지 못하고 공부를 그만두었나 후회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습니다.
자책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다하고 생각하며 살았지요. 뭘 시작해 놓고 잘 하지 못하는 사람, 시작만 했지 끝을 못 맺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다섯문장 쓰기’ 라는 수업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그때 가장 많이 자책 했습니다. 글을 쓰며 피드백도 받으면서 공부를 했었는데요.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의 글도 함께 읽고 피드백도 함께 볼수 있는 방식이었는데요. 늘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못쓰는가, 나는 왜 이렇게 발전이 없는가.’ 이런 생각이 잠시도 떠나질 않았습니다.
결국 다섯문장 쓰기 수업도 일 년을 끌어오다가 그만두게 되었지요. 수업을 그만 두기로 결심한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비장한 각오로 그만두겠다고 결단을 내리고 저는 수업을 그만두었습니다. 그 뒤 또 어떻게 되었을까요. 예, 후회했습니다. 조금 더 할 걸. 조금 더 참아 볼 걸 싶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자책은 저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자책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나의 소중한 시간을 그렇게 자책과 후회만 하면서 보낼 수는 없었습니다.
잘 못쓰는 글이지만 꾸준히 써보기로 했습니다. 용기를 조금 냈고 중간에 멈추기도 했지만 꾸준히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았던 덕분에 책을 출간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잘 쓰는 사람들에 비하면 저는 아직 한 참 멀었지요.
그럼에도 개인저서 두 권에 공저 세 권을 출간했습니다. 작가가 되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자책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책을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조금 더 읽고 글을 조금 더 쓰고 더 고치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비평이나 비난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스스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소중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위하고 소중히 여기는 일입니다.
누구나 실수나 실패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그럴수도 있지, 괜찮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쉽게들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실수나 실패에 대해서는 가혹하게 구는 사람들 있습니다.
세상 하나뿐인 소중한 나를 절대로 학대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을 다해 글을 쓰고 남들의 평가가 어떻든 스스로 떳떳하면 그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 이상 자책하지 마세요. 지나간 실수와 실패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아무리 바꾸려해도 바꿀 수 없습니다. 자신의 남은 삶을 위해 앞으로 계속 노력하는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