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저는 자책 많이 하고 살았습니다. 글도 못 쓰겠고 책을 출간한다는 일은 언감생심이었지요. 나는 왜 안 되는 것일까 하고 자신을 많이 괴롭혔습니다.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걱정만 했지. 실천은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손에 쥐는 결과는 당연히 없었지요.
자책하는 습관 버려야 합니다. 아무리 자책한다 한들 이미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자책한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일어난 일에서 부족한 점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는 어떤 점을 보완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고 연구하는 일이겠지요.
자신을 책망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고 앞으로 남은 삶을 위해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개선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자책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사진 한 장을 본 적이 있습니다. 컵이 여러 개 놓여 있었습니다. 첫 번째 줄에는 모든 컵에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지요. 두 번째 줄에는 물이 조금 든 컵도 있고 가득 든 컵도 있고 반 정도 들어있는 컵도 있었습니다. 첫 번째 줄 옆에는 이렇게 쓰여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꾸준히” 두 번째 줄 옆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꿔준 지라는 말의 의미”
그 사진을 보는 순간 깨달음이 왔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매일 뭔가를 완벽하게 계속하는 것을 꿔준 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조금 부족한 날도 있고 조금 만족스러운 날도 있습니다. 그런 여러 날이 꾸준히 쌓이다 보면 바라는 뭔가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완벽한 날은 얼마 없습니다. 부족하고 모자란 날들이지만 그런 날들이 꾸준히 모여 성공, 성취라는 것이 이루어지겠지요.
그 그림을 보며 저의 달리기 떠올랐습니다. 저는 풀코스 마라톤도 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많은 연습 시간이 있었지요. 그런데 처음부터 완벽하게 연습했던 것은 아닙니다. 달린 날도 있고 걸은 날도 있습니다. 아주 느리게 뛴 날도 있고 조금 빠르게 뛴 날도 있지요. 어쨌거나 걷거나 뛰는 것을 멈추지 않고 몇 년간 계속했더니 실력이 향상되었고 마라톤 풀코스 완주라는 성과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연습했던 날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완벽하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완수만 하면 됩니다. 좀 부족한 날이 있더라도 그건 과정일 뿐이지요. 부족한 날의 나도 칭찬해 줄 수 있어야겠습니다.
오늘은 울진에서 열리는 마라톤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울진 대회 참가했습니다. 오늘은 2시간 안에만 들어오자고 마음먹고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미리 오늘은 어떤 식으로 대회를 풀어 나갈 것인지 계획했습니다.
‘반환점까지는 무조건 천천히 뛰다가 반환점을 돌아서는 빠르게 뛰자’ 이 생각 하나를 가지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출발 총성이 울리고 발을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무리 속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발이 빨라집니다. 이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속으로 '천천히'를 외치며 뛰기 시작했습니다. 첫 1킬로미터는 6분 페이스가 나왔습니다. 적당한 페이스였습니다. 이 속도로 계속 반환점까지 가자하고 일정하게 뛰었습니다. 다행히도 계속 6분 전후 페이스를 유지하며 드디어 반환점까지 도착했습니다.
반환점까지 내가 의도하던 대로 왔다는 생각에 기뻤지요. ‘자 이제부터 속도를 내자’ 마음먹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발을 조금 빨리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반환 이후 첫 1킬로미터에서 5분 40초 페이스가 나왔습니다. 조금 빠르다 생각했지만 이대로 그냥 가자고 생각하며 밀어붙였습니다.
몇 킬로미터 못가자 몸이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많이 껴서 햇빛은 나지 않았지만, 습도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어느 구간 숨이 막히는 시점이 오자 도저히 달릴 수가 없었지요. 멈췄습니다. ‘나는 왜 이러고 있는가?’하는 생각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다시는 하프를 뛰지 않겠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라톤을 왜 내가 시작했을까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서 많은 후회와 자책이 마음속에서 요동쳤습니다. 당장 때려치우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끝까지 올라왔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습니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 스트레칭을 조금 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것도 잘한 거다. 완주만 하자. 욕심을 버리고 오늘은 그저 완주만 하자.’ 이렇게 마음먹고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무겁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결승선이 다가왔습니다. 마음이 편안해 지면서 지금까지 달려온 저 자신이 뭔가 자랑스러워지면서 울컥했습니다. 골인 지점 양쪽 길에 서서 응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자 뭔가 힘이 불끈 솟았습니다. 다리를 세차게 굴려 2시간 6분에 결승점을 통과했습니다.
오늘 달리기의 여정을 돌아보면 잘하기도 한 구간도 있지 못하기도 한 구간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끝까지 달렸다는 사실입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습니다. 힘든 순간 자신을 책망하지 않았습니다. 계속해서 나를 책망했다면 대회 자체를 포기했겠지요.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는 겁니다. 생각해 보면 오늘 마라톤대회는 크게 봐서 몇 년이 해온 저의 마라톤 여정 전체 중의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흐린 날이 있으면 맑은 날도 있듯이 뭔가를 잘하는 날이 있으면 또 못하는 날도 있습니다. 스스로 다독이며 그 길을 꾸준히 가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완벽히 하려 하지 말고 완수, 또는 완성만 한다는 생각으로 어떤 일이든 가볍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오늘 내가 이걸 제대로 못 했다는 사실이 중요한 그것이 아니라, 했다는 자체로 이미 대단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완벽히 하려고 하면 힘듭니다. 완수하시길 바랍니다. 완수하는 날이 쌓이고 쌓이면 완벽해지는 날이 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