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하는 힘
어떤 일이든 끝까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하는 일의 매듭을 지을 줄 알아야 합니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한다면 다른 일 또한 끝까지 할 수 없습니다. 하나씩 매듭지어 나갈 때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도민 생활 축전에 다녀왔습니다. 생활체육 대상자들이 펼치는 체육대회입니다. 지난 5월에 출전한 대회는 도민 체전으로 시도별 진짜 실력을 겨루는 경기라면 이번 대회는 도민 화합의 차원에서 열리는 동호인 단합회 같은 개념으로 열린 대회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은 쟁쟁합니다. 요즘은 생활체육이 자리 잡으면서 아마추어 중에서도 실력자가 많아 아무리 생활체육 대회라고 해도 선두 선수들은 프로 선수 못지않게 월등한 실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대회에 참가한다는 자체만으로 실력이 어느 정도 있다는 말이 됩니다.
달리기를 계속하다가 보니 도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시 육상연맹 관계자로부터 참가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고민 없이 수락했습니다. 영주시를 대표해서 참여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새벽 6시에 출발한다는 공지가 있었습니다. 새벽 5시 40분에 집에서 출발했습니다. 그 시간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있어 걱정되었지요. 비를 맞고 뛰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김천시 날씨를 검색해 보니 오전 10시에도 비 소식이 있었습니다. 대회는 9시에 시작됩니다. 10km 마라톤이라 한 시간 정도면 대회가 모두 끝납니다.
시민운동장 중앙현관 앞에서 일행을 기다렸습니다. 비가 더 거세게 오기 시작했습니다. 장대비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비가 쏟아졌습니다. 혹시 대회가 취소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일행이 모두 도착해서 김천으로 출발했습니다. 비 오는 도로를 뚫고 달렸습니다. 그나마 다른 분의 차를 타고 갈 수 있어서 직접 운전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김천으로 점점 가까워질수록 비가 조금씩 덜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이다 싶었지요. 경기장에 도착하자 비가 거의 그쳤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접수를 마치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살살 뿌리던 비도 거의 오지 않았습니다; 젖은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10km 대회라 크게 부담은 없었습니다. 적당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계속해서 달렸습니다. 앞서가던 사람들을 하나둘 추월하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를 내며 앞서가던 사람들이 지쳐서 속도를 늦추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반환점까지 갔습니다. 테이블 위에 놓은 생수병을 들어 물을 조금 마시고 병을 도로 바닥에 내려놓았습니다.
반환점을 돌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조금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굴곡 없이 거의 똑바로 뻗은 도로가 달리기가 수월했습니다. 멀리 신호등이 보이면 속으로 저기까지만 힘을 내보자 이렇게 생각하며 달렸습니다. 조금 힘든 구간이 나타났을 때는 리듬을 유지하고자 문득 구구단이 생각났습니다. 속으로 2단부터 구구단을 외며 그렇게 달리기도 했지요.
마지막 1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보였습니다. 더욱 힘을 냈습니다. 오르막길이 있어 조금 숨이 가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힘을 냈습니다. 드디어 운동, 장인으로 진입했습니다. 트랙을 반 바퀴 정도 돌아 걸 승점까지 있는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앞에 가던 여자 선수 한 명을 추월하고 결승선을 밟았습니다. 대회를 멋지게 매듭지었습니다.
2022년 10월 글쓰기 무료 특강을 들을 때였습니다. 화면 속 선생님이 하던 말이 가슴에 콕 와 박혔습니다. “매듭을 지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글쓰기를 배우겠다고, 책을 써보겠다고 마음을 먹는지가 언제인데 아직 시작도 못 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웠습니다.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 없이 하다마다 반복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무엇을 하든 제대로 끝까지 해서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듭을 짓지 않고 그만둘 일이 많았습니다. 마무리를 못 한 일이 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날 강의를 들으며 반드시 시작한 일은 끝을 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달리기 대회를 신청하고 나면 참가하지 못할 이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몸이 아프다거나 다른 약속이 생긴다거나. 하지만 웬만해서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대회에 참가해서도 중도에 그만두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끝까지 합니다. 포기가 주는 아쉬움과 후회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쓰면서도 포기할 생각을 웬만하면 아예 하지 않습니다. 대회에 나가고 또 일요일 장거리 훈련하느라고 이틀 초고 작성을 하지 못했습니다. 못했더라도 지금 하면 됩니다. 매듭을 짓는 일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계속해서 하면 언젠가 일은 마무리되고 매듭지어집니다.
곧게 뻗은 대나무는 마디마다 매듭을 지으며 자랍니다. 그 매듭이 있기에 꺾이지! 않고 크게 뻗어 나갈 수 있지요. 매듭은 작은 성취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크고 멋진 나무가 되기 위해 일상의 자잘한 일들 하나하나 매듭지으면서 살아가다 보면 나도 튼튼하고 큰 나무가 되어 있지 않을까요.
자기 앞에 닥친 작은 일을 해결하지 못하고서 큰 일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눈앞에 놓인 작은 매듭 하나씩 지으며 앞으로 나아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