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 시간에 들은 한마디가 내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글쓰기는 남을 돕는 행위입니다.”라고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입니다. 그전까지는 글을 쓰고 책을 내면 유명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글을 쓰면 자신의 삶이 좋아진다는 신념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자기 치유가 되고 성장이 된다는 그런 믿음이 있었지요. 그런데 강의에서 내가 이전까지 생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내가 쓰는 글은 누군가가 읽는 것이고, 내 책을 읽게 된다면 독자에게 뭐라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어야합니다. 나의 경험을 글에 담아 독자로 하여금 자기 삶에 투영해 보고 자신도 변화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 위로와 공감을 할 수 있게 만들거나 용기와 희망을 주거나, 어쨌든 독자가 뭔가를 얻어 갈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글쓰기 책쓰기였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의 달리기 경험을 글로 쓴다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주변에서는 아프다는 사람이 점점 늘었습니다. 설령 아프지 않다고 해도 마음이 우울하고 지친다하는 사람 많았지요. 저는 달리기를 통해 마음에 활력을 얻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전해준다면, 나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달리기를 시작한다면 그들도 나처럼 삶에 활력을 얻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를 위한 글쓰기가 아니라 남을 위한 글쓰기를 한다고 생각하니까 할 말이 많았습니다.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마구 생겨났습니다. 그것을 글로 써서 <50대, 달리기를 할 줄이야>를 썼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고 생각을 하자 글쓰기가 그렇게 힘들게 여겨지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겪어 온 일들을 담담하게 썼습니다. 그 당시 10km 마라톤 10번의 기록 밖에 없었습니다. 그걸로 책을 써도 될지 수업시간에 선생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선생님은 당연히 된다고 했습니다. 비록 10km 마라톤 기록 밖에 없지만, 1km도 못 뛰는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랬습니다. 10km를 뛰는 것도 쉬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었지요. 끈기와 용기도 필요했습니다. 내가 경험한 달리기와 관련한 일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으로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책을 쓰기 한 명의 독자를 정했습니다. 온라인 모임에서 알게된 사람입니다. 나이도 저와 비슷했는데 오랫동안 병을 앓으며 누워계신 시아버지를 모시며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체중도 많이 불었고 무엇보다 삶에 대한 의욕이 사라진 듯 보였습니다. 글을 쓰는 내내 그녀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내 이야기가 그녀의 답답한 마음에 빛이 되어 줄 수 있기를, 달리기가 그녀의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그렇게 한 사람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글을 이어갔습니다.
얼마전 식당에서 남편 친구들과 부부 모임이 있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옮겨 차를 한잔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언니, 나도 요즘 달리기를 하고 있어요. 아직 잘 달리지는 못해서 걷다가 뛰다가 하고 있어요.” 나보다 나이가 어린 남편 친구 아내가 내게 말을 걸었습니다. 내가 쓴 책을 구입해서 읽었고 자신도 건강을 위해 뛰고 있다고 했습니다.
“뛰다가 보면 힘이 들 때가 있는데, 그때는 언니를 생각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도 하는데 내가 여기서 멈추면 안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뛰기도 해요.” 그말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내 글이 누군가의 발걸음을 움직였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찼습니다.
얼마 전에는 실제로 제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아는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작가였습니다. 최근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났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무릎이 아픈데 어떻게 해야할지, 쉬는 게 좋은지 계속달리는 게 좋은지 등의 질문을 했습니다. 성심껏 답변을 해줬습니다. 말이 술술 나왔습니다. 내가 미리 경험한 알고 있는 것을 누군가에게 알려준다는 사실에 고무되었었지요. 내가 책을 썼기에 경험자이기에 질문을 했던 겁니다. 글쓰기는 나만의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책은 인류의 지혜를 전해주는 도구입니다. 내가 아는 것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것. 그것이 글쓰기의 본질입니다. 글쓰기가 단지 성공을 위한 수단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글을 쓰면 반드시 독자가 있고 독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마땅합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성공이 아니라 도움입니다. 누군가 그 글을 읽고 위로를 받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고 도전을 하고 희망을 가지게 해줍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글을 쓴다는 것을 멈출수가 없겠지요. 내가 쓰는 글,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됩니다. 작가로 살아가는 자부심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매일 글을 써야 하는 겁니다. 이런 사실을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부지런히 쓰면서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습니다. 나의 경험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누군가를 돕습니다. 그것이 글쓰기이고 책쓰기입니다.
글쓰기는 나를 위한 성공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도움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씁니다. 나의 경험이 글이 되고, 그 글이 누군가를 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