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의 경험이 쌓여서

by 박정미


누구나 살면서 실패와 좌절을 경험합니다. 늘 승승장구하며 잘 되기만 하는 인생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느냐, 아니면 다시 일어나 도전하느냐입니다. 좌절은 극복하면 성장의 발판이 되지만, 방치하면 독이 되어 삶을 무너뜨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경우라도 다시 일어서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글쓰기를 마음먹은 지는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마음만 먹었을 뿐, 본격적인 노력을 한 것은 이제 겨우 3년째입니다. 그전까지는 늘 ‘해야지’라는 생각만 하고, 정작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용기도 부족했고 끈기도 모자랐습니다. 그렇다 보니 포기 경험만 쌓였습니다.



2017년에는 글쓰기 수업을 등록했다가 금세 취소하고 환불을 받았습니다. 2020년에는 등록 후 몇 달 수업을 듣다가 또 그만두었습니다. 그 다음 해에는 ‘다섯 문장 쓰기’ 수업을 거의 1년 가까이 들었지만, 결국 또 포기했습니다. 돌아보면 포기의 연속이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안 될까? 하며 자책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확신과 끈기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배움의 과정에서 좌절을 겪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누구든 배워야 성장합니다. 다만 그때는 제 자신을 제대로 알지 못했고, 지나치게 책망하며 스스로를 옭아맸습니다. 그 생각들이 제 발목을 잡아 발전을 더디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말합니다. “많이 실패해 본 사람만이 결국 성공한다.” 실패 없는 성공은 없다는 뜻이지요. 저의 대학 시절은 그 말의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저는 대학 내내 공부를 거의 뒷전으로 두었습니다. 학과 공부는 부담스럽다며 회피했고, 편한 동아리 활동에만 몰두했습니다. 수업을 빠지기도 하고 과제를 내지 않기도 했습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니 실력은 더 부족해지고, 결국 학사 경고까지 받았습니다. 전공 필수 과목을 놓쳐 후배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했을 때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들 수 없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는 학점이 모자라 졸업이 불가능할까 봐 조바심이 났습니다. 그때서야 간신히 정신을 차려 마지막 시험 기간에는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하는 시늉이라도 했습니다.



결국 졸업은 했지만, 대학 생활 전체를 돌아보면 ‘엉망이었다’는 말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그나마 졸업식 날은, 학교를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스스로 감격할 수 있었지요.








대학 졸업 후에는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렇게 첫 도전으로 선택한 것이 운전면허였습니다. 학원을 다니며 필기 수업부터 성실히 들었습니다. 대학 때 공부를 게을리했던 지난날이 떠올라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는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고, 필기 시험을 준비하며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운전 면허 시험을요.



결과는 84점 합격. 수 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점수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점수는 제게 작은 성공이었지만, 그 의미는 컸습니다. 이후 치른 실기 시험에서는 아쉽게 떨어졌습니다. 코스를 벗어나 실격 처리된 탓입니다. 하지만 크게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필기 시험에서 합격한 경험만으로도 제겐 충분한 자신감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대학 시절 불성실했던 경험이 결국 저를 각성하게 만들었고, 작은 성공의 경험은 더 큰 성장을 향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좌절이 저를 다시 세운 셈입니다.


이후 직장생활을 할 때도 성실하게 제대로 해야 한다는 마음을 계속 가졌습니다. 때로 잘 안되고 힘이 들 때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는 마음자세는 잃지 않았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계속 포기했던 경험은 오히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게 했습니다. 과거에는 늘 회피와 도망을 선택했지만, 이제는 현실을 직면하고 뚫고 나갈 힘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포기하는 습관이 쌓였기에, 더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욱 강해진 것입니다.



작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꿈꾸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작가로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심하고 노력한 지 어느덧 3년 차. 과거의 모습은 부끄럽고 부족했지만, 남은 날은 아직 백지처럼 깨끗합니다. 그 백지를 어떻게 채울지는 오롯이 제 몫입니다.




철학자 니체는 “모든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빛나는 영광 뒤에는 반드시 어두운 시련이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하는 이유도 같습니다. 실패와 고통이 있어야 기쁨도 크고, 성취도 값집니다.






이 원리를 이해한다면, 내가 겪은 좌절과 실패도 더 이상 부끄러운 과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들이 있기에 더 단단하고 성숙한 작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들은 결국 글을 쓰는 재료가 되어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채워줍니다.



좌절의 시간은 길었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인생은 좌절만 하기에는 너무 아깝습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은 희망과 기대로 채우려 합니다. 아픈 만큼 성숙해지고, 고통만큼 성장한다는 사실을 믿습니다. 혹여 지금 좌절 속에 있는 분이 있다면 꼭 전하고 싶습니다. 먹구름 뒤에는 반드시 밝은 햇살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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