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작가에게 글쓰기는 막막하게 다가옵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시작조차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쓸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잘 쓰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일단 초고를 완성하는 일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2020년 9월, 책을 써 보겠다는 마음으로 제목과 목차까지 기획했지만 단 한 줄도 쓰지 못했습니다. 한글 파일을 열어놓고 며칠씩 생각만 하다가 결국 닫아 버렸습니다. 쓰지 못한 날이 쌓일수록 자신감이 줄었고, 결국 책 쓰기를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세 번째 책의 초고를 쓰고 있습니다. 첫 책을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완벽하게 쓰겠다’는 강박을 내려놓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부족하더라도, 내가 경험한 것만큼만 담아내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사실 그때도 불안했습니다. 하프 코스나 풀코스를 완주하지 못한 상태에서 달리기 이야기를 써도 되나 고민했지요. 만약 “완벽한 경험을 한 후에 쓰자”라고 미뤘다면, 저는 결코 책을 쓰지 못했을 겁니다. 결국 10km를 몇 번 완주한 경험만으로 첫 책 《50대, 달리기를 할 줄이야》를 시작했고, 그 부족한 경험이 오히려 진솔함이 되었습니다.
완벽한 시간, 완벽한 상황은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초고를 쓰려고 하면 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깁니다. 저도 어머니 수술로 간병을 해야 했고, 마라톤 대회 일정이 겹쳐 며칠씩 글쓰기를 미루기도 했습니다. 하루를 건너뛰면 글쓰는 감각은 빠르게 무뎌지고, 다시 시작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글은 ‘매일 쓰는 습관’ 속에서만 지켜집니다.
글쓰기는 달리기와 닮았습니다. 처음 달릴 때는 누구나 어설픕니다. 호흡과 자세를 의식하기보다 그냥 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몸이 익숙해지면 조금씩 주법과 호흡법도 자연스럽게 배워갑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유려하게 쓰려 하지 말고, 투박하더라도 한 줄, 한 문단을 완성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초고는 완성본이 아닙니다. 울퉁불퉁한 원석을 캐낸 뒤, 갈고 다듬어야 보석이 되듯 글도 퇴고를 통해 다듬어집니다. 세상 어떤 작가도 초고를 그대로 책으로 내지 않습니다. 글쓰기는 결국 ‘퇴고의 예술’입니다. 그렇기에 초고 단계에서는 엉성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끝까지 써내는 일입니다.
저는 글쓰기를 배우면서 잘 쓰지 못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낭비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에 한 줄이라도 썼더라면 훨씬 빨리 성장했을 겁니다. 글은 쓰면서 좋아지고, 쓰면서 다듬어집니다. 초보 작가가 기억해야 할 것은 단 하나입니다.
초고는 잘 쓰는 것이 아니라 끝내는 것입니다. 끝내야 다듬을 수 있고, 다듬어야 비로소 글이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