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라

by 박정미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먼저 ‘나는 작가다’라는 자기 인식이 필요합니다. 정체성이 행동을 만들고 행동이 결국 결과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면서도 자신을 작가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아직 책을 내지 않았으니까, 유명하지 않으니까, 내 글이 부족하니까라고 말합니다. 이런 생각이 글 쓰는 행동 자체를 방해합니다. 작가는 출간 여부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자신을 매일 쓰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글쓰기를 어어가는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정체성이 행동을 결정합니다. 나는 작가다라고 믿는 순간, 행동이 달라집니다. 작가처럼 관찰하고 작가처럼 생각하고 작가처럼 기록합니다. 정체성이 확립되면 글쓰기는 의무가 아니라 삶의 일부가 됩니다. 자신이 작가가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글쓰기를 늘 부담스러운 과제로 여깁니다. 나는 작가다라는 자기 정체성 선언은 글쓰기를 지속하는 강력한 원동력이 됩니다.







오늘 22킬로미터 장거리를 달리고 왔습니다. 연휴라 함께 뛸 사람도 응원해줄 사람도 없었지만 저는 아침을 먹고 혼자 집을 나섰습니다. 처음에는 10킬로미터 정도 뛸 생각이었지만 달리다 보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오늘 하루는 달리기에 충분히 시간을 써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다음 달에 하프 마라톤이 있고 내년 2월과 3월에는 연이어 마라톤 대회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훈련이 필요했습니다.



마라톤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6년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5킬로미터만 달려도 숨이 찼지만 꾸준히 훈련하며 10킬로미터, 하프, 그리고 풀코스 마라톤까지 완주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의 풀코스 완주 경험일 쌓이자 이제는 마라톤 선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습니다. 시 단위 대회뿐 아니라 도 단위 대회에도 출전했으니 선수라 불려도 무방하겠지요.







이제 저는 ‘나는 달리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달리기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훈련과 연습이 생활화되면서 체력도 좋아졌고, 꾸준히 노력하다 보니 기록도 향상되었습니다.



주위에서는 그 나이에 무슨 달리기를 그렇게 하냐고 걱정합니다. 남편도 조금만 뛰라고 말합니다. 무릎 닳는다, 나이 들면 고생한다는 조언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달리는 것이 좋았고, 스스로를 ‘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정체성이 나를 움직이게 했습니다.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도 강해졌습니다. 왠만한 말에는 쉽게 흔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나는 달리는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부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책을 출간하고 나서 사람들은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었습니다. 처음엔 그 호칭이 무척 어색했습니다. 스스로 작가라고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무슨 작가야. 겨우 책 한 권 냈을 뿐인데라고 생각했습니다. 남들이 “작가님”이라고 부르면 얼굴이 화끈거렸습니다. 진짜 작가는 어딘가 따로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책이 나오면서 비로소 제 안에 작가로서의 의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남이 나의 정체성을 정해주는 일은 없습니다. 스스로 자산에게 작가라 불러주고 그 이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작가가 되어갑니다. 작가라는 이름은 출간으로 얻는 자격이 아니라, 스스로 허락하는 태도입니다. 타인이 아무리 작가님이라 불러도 내가 내 자신을 작가로 인정하지 않으면 그이름은 공허할 뿐입니다.



생각을 바꾸어야했습니다. 나는 작가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작가로서의 행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조금이라도 글쓰는 시간을 만들고 주변 사물을 관찰하며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았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조금 다르게 해석해보려고 했습니다. 그렇게 매일의 작은 행동들이 쌓이자 어느 순간 나는 작가다 라는 인식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정체성은 단 하루의 결심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작은 실천의 반복이 그것을 다져줍니다.







정체성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 스스로 선언하기입니다. “나는 작가다”라고 입 밖으로 말하세요. 작가로 살겠다고 마음을 다잡는 순간 이미 절반은 시작된 것입니다. 저 역시 조금 일찍 이 선언을 했다면 글쓰기의 길이 덜 막막했을지도 모릅니다.


둘째, 습관 만들기입니다. 작가가 되려면 매일 일정 시간 글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누가뭐래도 글쓰는 사람이 곧 작가입니다. 하루에 10분이라도 한 문단이라도 써야 합니다. 셋째, 흔적을 남겨야 합니다. 블로그, 또는 노트, 일기, SNS 등 어떤 형태든 글을 눈에 보이게 남겨보는 겁니다. 그러면 자신이 작가라는 생각이 좀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넷째, 작가처럼 읽기입니다. 책을 읽을 때 단순히 소비하는 독자가 아닌 동료 작가의 시선으로 읽어 보세요. 작가의 문장 선택, 구조, 표현을 의식적으로 바라보면 글의 깊이가 달라집니다. 읽는 방식이 곧 쓰는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문장을 모으세요. 자신만의 언어와 문체를 의식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남의 문장을 흉내 내기보다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려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정체성은 자기 암시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반복된 행동이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합니다. 매일 쓰는 행위, 작가로서 생각하는 습관이 쌓일 때 비로소 진짜 정체성이 생겨납니다.







자신에게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아주세요. 누군가가 작가 자격을 부여해주는 일은 없습니다. 자신이 먼저 스스로를 작가로 대해야 합니다. 작가라는 정체성을 부여받은 사람은 글을 멈추지 않고 쓸 수 있습니다. 매일 쓰는 순간 이미 작가입니다.


오늘 한 줄을 썼다면 당신은 이미 작가입니다. 다만 그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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