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저절로 눈이 떠졌습니다. 어젯밤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든 덕분입니다. 침대에서 일어나 딸아이 방으로 건너왔습니다. 책상 위 오른편 책꽂이에 놓인 일기장을 꺼내 펼쳤습니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한 줄, 두 줄 글을 적어 내려갔습니다.
어제 들었던 말 중 기억에 남는 문장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문장이 단단해지면 삶도 단단해진다.” 첫 줄에 그 말을 적고, 그 말을 해 준 사람의 이름을 적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와 연관된 사람들도 떠올라 이름을 몇 개 더 써 내려갔습니다. 문장, 기억, 글쓰기… 떠오르는 대로 키워드를 적었습니다.
몇 줄 쓰다 보니 잠시 멈칫했습니다. 그때 ‘연습’과 ‘반복 훈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노트에 ‘백 번, 천 번, 만 번’이라고 써 넣었습니다. 오래전 에어로빅을 배울 때 강사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노래 한 곡의 안무가 잘 안 되면 백 번, 천 번 연습하면 돼요.” 그때는 몰랐지만, 그 말이 지금 제 글쓰기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10분에서 15분 정도 시간을 내서 일기를 씁니다. 어릴 적엔 일기를 잘 쓰지 않았습니다. 방학 숙제로 일기가 있을 땐 개학 전날 몰아서 쓰느라 애쓰던 기억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일기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아 모두 버려버렸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일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잠시 육아일기를 쓰기도 했지만, 육아가 힘들어지면서 금세 그만두었지요. 그렇게 오랜 세월 ‘일기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2022년 12월, 글쓰기를 배우면서 “일기는 신이 내린 축복이다.”라는 문장을 만났습니다. 그 한 문장이 제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새해를 기다릴 필요가 없지, 지금 바로 써야겠다.’ 당시 사용하던 다이어리를 일기장으로 삼아 매일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기를 쓰면 좋다는 말을 듣고, 새벽에 일어나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있었던 일도 적고, 오늘 해야 할 일도 적었습니다. 단순히 일정만 적을 때와는 달리 훨씬 구체적으로 하루를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어제를 정리하고 오늘을 계획하면서,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지요.
그 과정에서 지난 일에 대한 성찰이 깊어졌고, 미래에 대한 상상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에 대한 생각도, 나 자신에 대한 이해도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불편했던 마음은 조금씩 풀리고, 막연한 희망이 생겼습니다.
매일 꾸준히 쓰다 보니 하루하루를 손에 쥐고 사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부담도 점점 줄었고, 자연스레 글쓰기 연습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꾸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에게 큰 힘이 되었지요. 여행을 갈 때도 일기장은 꼭 챙겼습니다. 남들이 모두 잠든 새벽, 혼자 일어나 일기를 쓰곤 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습관이 된 것입니다.
일기를 쓰면서 ‘쓰는 행위의 누적’이 결국 책 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매일의 일기가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 주었고, 하루를 성찰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잘한 점과 부족한 점을 적어 보면서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 다독였습니다. 그렇게 매일 조금 더 나은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과 대화하게 됩니다. 나를 이해하고, 나를 위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삶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물론 며칠 일기를 못 쓴 날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책하지 않습니다. 그냥 비워두거나, 시간이 날 때 채워 넣습니다. 일기는 나만을 위한 글이기에 자유롭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글쓰기이지요.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말하고 싶습니다.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자신의 삶을 돌아보세요. 우리가 너무 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을 잃기 쉽습니다. 방향을 잃고 그저 떠밀려 가는 삶이 되기 쉽습니다. 일기는 그런 우리 삶을 비춰주는 등불이 됩니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알게 해줍니다. 자신을 알아야 삶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일기는 자신을 알아가는 가장 좋은 도구입니다.
일기장은 특별할 필요 없습니다. 쓰다 남은 노트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를 기록하는 순간, 이미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됩니다. 자신을 알아야 자신의 삶을 주도할 수 있으니까요.
일기는 아침에 써도 좋고, 밤에 써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에게 맞는 시간을 찾는 일입니다. 분량도 상관없습니다. 꼭 한 면을 다 채울 필요도 없습니다. 단 세 줄이라도, 그것이 바로 일기입니다. 형식과 내용에서 가장 자유로운 글이 바로 일기이니까요.
오늘 아침, 작년 일기장을 펼쳐 같은 날의 기록을 읽었습니다.
“마라톤 첫 풀코스 도전을 한 달 앞두고 훈련에 집중했다.”
“남편이 늦게 들어와 속상했다.”
“핸드폰 하는 시간이 많아 걱정이다.”
그런 문장들이 보였습니다. 읽다 보니 웃음이 납니다. 지금은 한결 여유로워졌다는 증거겠지요.
과거의 나를 마주보며, 지금의 나를 더 이해하게 됩니다.
글을 처음 쓰는 초보 작가라면, 일기 쓰기를 꼭 권하고 싶습니다. 매일 쓰면 물론 좋겠지만, 가끔이라도 괜찮습니다.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글로 남기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정리되고 삶이 단정해집니다.
종이는 아무 말 없이 우리의 이야기를 다 받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