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반복의 힘으로 성장합니다. 하루 30분이라도 글을 써야 합니다. 30분이 어렵다면 세 줄이라도 써야 합니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머릿속 생각은 늘 분주하고 중구난방입니다. 이 생각이 스치고 나면 또 다른 생각이 밀려옵니다. 글을 쓴다는 건 그 흐르는 생각을 종이 위에 붙잡아두는 일입니다. 막연했던 생각이 글이 되어 눈앞에 드러나면 비로소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요. 나를 안다는 것은 두려움을 줄이는 첫걸음입니다. 문제를 알아야 해결할 수 있으니까요. 글쓰기는 그렇게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입니다.
며칠 전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하루를 쉬었을 뿐인데 며칠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독서는 했지만 글은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타이머를 30분 맞춰 두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언제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달리기도 그랬습니다. 약 5년 전, 우연히 시작한 달리기가 내 삶을 천천히 바꿔놓았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건강을 위해 해볼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작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반복하며 달리다 보니 조금씩 거리가 늘어났습니다.
그렇게 10킬로미터 대회에 참가했고, 완주하면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10킬로미터를 여러 번 완주하자 자연스럽게 하프코스를 목표로 삼게 되었습니다. 당시엔 마라톤 동호회에 가입하지 않고 혼자 훈련했습니다. 나름의 전략은 간단했습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1킬로미터씩 거리를 늘려 가는 것이었지요. 10킬로미터에서 시작해 18킬로미터까지 달렸고, 마침내 2023년 11월 손기정 평화마라톤 하프코스에서 2시간 15분으로 완주했습니다.
그 후 풀코스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닥쳤습니다. 아버지가 폐암 판정을 받으셨고, 병원에 모시고 다니며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대회 하루 전날,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첫 풀코스 도전은 그렇게 미뤄졌습니다.
그 즈음 우연히 마라톤 동호회 사람들과 인연이 닿았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약 6개월의 꾸준한 훈련 끝에 2024년 11월 상주 마라톤 대회에서 4시간 21분으로 풀코스를 완주했습니다.
2020년 하루 10분 달리기로 시작해 만 4년 만에 풀코스를 완주한 것입니다. 몸이 변했고, 마음이 변했습니다. 무기력하고 의욕 없던 내가 활력과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으로 변했습니다. 반복의 힘이 삶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달리기를 하며 쌓은 성취는 글쓰기로 이어졌습니다. 2023년 7월, 처음으로 공저를 출간했습니다. 비록 공저였지만 내 이름이 찍힌 책을 서점에서 보았을 때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출간 계약을 하러 대구로 향하던 그날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글쓰기를 배우며 어렵게 시작했던 일이 점차 익숙해졌고, 달리기에 대한 경험을 책으로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용기를 내어 쓴 첫 개인 저서가 2024년 1월에 출간되었습니다. 4월에는 잠실 교보문고에서 사인회도 열었습니다. 가족이 축하해 주었고, 함께 달리기를 했던 친구가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 주었습니다.
서울에서 사인회를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후 공저 두 권을 더 출간했고, 2025년 6월에는 두 번째 개인 저서도 세상에 나왔습니다. 달리기가 글쓰기로 이어졌고, 글쓰기가 다시 달리기를 지속하게 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밀어주는 힘이 되어 주었습니다.
오늘 밤 9시에는 글쓰기 강의를 들었습니다. 강의가 끝난 11시, 그대로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예전의 나라면 아마 그냥 잠들었을 겁니다. 내일 써야지하며 미뤘을 테지요.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어떤 일이든 끝까지 해보려 합니다. 글을 쓰며 나는 나를 알아갑니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지금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문장 속에서 마주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을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주변에서 괜찮다고 말해도 스스로를 괜찮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고, 달리기를 하면서 조금씩 변했습니다. ‘조금씩 나아지는 삶’이라는 제목을 붙이고 글을 쓰다 보니, 내 삶의 여정이 보입니다. 하프를 완주하고, 풀코스를 완주하고, 책을 내고, 강의를 듣고, 지금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이 모든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대하는 태도’입니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사랑하고, 믿어주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변화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 삶을 내 손에 쥐는 일입니다. 조금씩 나아진다는 말은 그렇게 자신을 향해 자유로워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오늘도 나는 글을 씁니다. 이 정도로 나를 표현할 수 있고,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아졌습니다. 글쓰기는 내 삶을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