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

by 박정미


첫 책을 쓰기 전 걱정이 많았습니다. ‘10km 달린 경험만 있는데 이 이야기를 책으로 써도 될까?’라는 생각을 했지요. 다른 사람들에게 나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곧 마음이 작아졌지요. 달리기를 했다면 적어도 하프 마라톤 완주증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10km 몇 번 달린 경험으로는 책을 쓸 수 없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초고를 쓰며 자꾸만 과거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주로 부정적인 내용이었지요.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다는 이야기, 대학을 졸업하고는 취업에 실패했던 이야기 등 계속해서 부정적인 기억이 났습니다. 저는 실제로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살았습니다. 내 인생 보잘것없고 초라하다고 생각했지요. 초고를 쓰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주제는 달리기인데 엉뚱하게도 자꾸만 저의 과거 이야기를 쓰게 되었지요.



하루 서너 시간씩 초고에 매달렸습니다.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며 겨우 글 한 편을 쓸 수 있었지요. 과거의 기억에 현재의 이야기까지 그렇게 해서 초고를 완성했습니다. 힘들게 초고를 완성했을 때는 기분이 묘했습니다. 드디어 뭔가 하나를 끝냈다는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책 쓰기를 시작해서 바로 완성한 것이 아니고 앞서 두 번이나 책 쓰기 실패 경험이 있었기에 초고 완성은 제게 크게 의미있는 일이었습니다.







퇴고하면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내 이야기가 자꾸만 보잘것없이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나의 못난 부분을 자꾸 들추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되나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방과후 강사를 하며 매년 재계약이 될까 안될까 전전긍긍하던 모습,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낭비하던 순간 등,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되돌아보는 일이었습니다.



과거 저는 자기표현을 거의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할 말이 있어도 입 밖으로 내는 일을 잘하지 못했습니다. 속으로 혼자만 끙끙거렸지요. 내 의견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지 않았고 늘 감정이 앞서 쉽게 결정하고 행동했습니다. 어쩌면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했던 것도 같습니다.



누가 무언가를 하자고 하면 그대로 따라갔습니다.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학도 갔고 취업도 했고 결혼도 했습니다. 그러고는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습니다. 푸념하고 한탄했습니다. 인생이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고 나는 그냥 세월에 따라 흐를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인생의 목적도 의미도 분명한 것이 없었습니다.







책을 쓰는 과정은 내 인생을 되짚어 보는 일이었습니다. 글을 쓰려면 내가 한 경험과 그 일의 의미, 가치 등을 적어야 했지요. 내가 겪은 일에서 나는 어떤 것을 느꼈고 독자들에게는 어떤 말을 해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계속해서 하게 되었습니다.



생각 없이 지나왔던 내 인생을 조금이나마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떨 때 어떤 기분을 느꼈는지 글로 정리했습니다. 내가 바라던 것은 무엇이고 현재 나는 어떤 모습인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나의 인생에 대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나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한 재해석뿐이라는 것을요. 미우나 고우나 내 인생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나간 과거에 대해 재해석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었습니다.







설령 잘못된 선택과 나쁜 결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건 내 인생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좋은 쪽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겪은 나의 경험이 없었다면 현재의 내 모습은 없겠지요. 지나온 과정 하나하나가 현재의 나를 있게 만든 것들이었습니다.



글쓰기는 혼자 고요히 하는 행위입니다. 글을 쓰기 전, 조용히 나를 돌아보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혼자 있은 시간이 오더라도 블로그를 하거나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보면서 남의 인생 들여다보기에 바빴지요. 남의 인생은 언제나 좋아 보였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나는대로 책 읽고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쓰면 내가 보입니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사고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퇴고를 부지런히 하고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원하던 목표 하나를 이루었지요.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이 된다고 했습니다. 달리기 이야기를 쓰면서 달리지 않을 수 없었지요. 계속해서 달리다 보니 어느새 하프 코스를 완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하프 코스를 완주할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굳이 할 이유를 찾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달리기에 대한 글을 쓰면서 계속해서 달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렇게 달려서 저는 한계에 도전해서 성공하는 저 자신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글을 써보니, 삶이 글이 되고 글이 삶을 만드는 일이 맞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삶을 글로 쓰면서 내가 깨달은 것을 전하고, 글을 쓰면서 내 삶을 더 좋게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글쓰기는 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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