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13화
── 숫자로 성장을 증명하는 엔지니어
들어가기 전에: 본 글은 마케팅의 전 과정을 다루는 3부작 시리즈의 최종 3부입니다.
[마케팅 3부작 1부: 기획의 세계] 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11화에서는 마케팅의 탄생과 전략의 설계를 다루었습니다.
마케팅 3부작 2부: 확산의 세계] 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12화에서는 브랜드가 국경과 사람을 통해 퍼져나가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설계된 가치가 어떻게 세상에 뿌려졌는지 앞선 글들을 먼저 읽고 오시면, 숫자로 증명하는 이번 3부의 이야기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것입니다.
확산의 세계가 브랜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만들어냈다면, 최적화의 세계는 그 관심을 차가운 ‘매출’과 ‘반복 구매’라는 실질적인 결실로 바꾸는 단계입니다.
마케팅의 여정 중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이 세계의 언어는 감성이 아니라 철저히 숫자입니다. 클릭률(CTR), 전환율(CVR), 고객 획득 비용(CAC), 생애 가치(LTV), 투자 대비 수익(ROI)…. 이곳에서 마케팅은 더 이상 추상적인 예술이 아닙니다. 성과로 증명되지 않으면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냉혹한 증명의 영역입니다.
낭비를 허용하지 않는 '비즈니스의 깔때기(Funnel)’
과거의 마케팅이 "광고비의 절반은 낭비되고 있지만, 어느 절반인지 모른다"는 유명한 격언 뒤에 숨을 수 있었다면, 최적화의 세계에서는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습니다. 이들은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처음 인지한 순간부터 결제 버튼을 누르고,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모든 여정을 세밀한 '깔때기(Funnel)'로 구조화합니다.
그리고 그 깔때기의 어디에서 고객이 이탈하는지, 어떤 구멍을 막아야 매출이 극대화되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광고 문구 하나를 바꾸는 것도 감각이 아니라 '데이터 실험(A/B Test)' 결과에 따릅니다. 그래서 이들을 크리에이터가 아닌,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엔지니어라고 부릅니다.
성장을 완성하는 세명의 엔지니어
최적화의 세계에서 각기 다른 도구로 매출의 마침표를 찍는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 (유입의 최적화): 매체 알고리즘을 해킹하듯 파고들어, 최소 비용으로 최대의 타깃 고객을 결제창까지 끌고 오는 정밀 타격수입니다.
CRM / 로열티 마케터 (관계의 최적화): 이미 확보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이탈을 막고 재구매를 유도합니다. 광고비를 쓰지 않고도 매출을 만드는 '단골 관리의 연금술사'입니다.
그로스 마케터 (성장의 시스템화): 마케팅과 제품의 경계를 허물고 서비스 내부 구조 자체를 뜯어고칩니다. 단순히 광고를 잘 돌리는 게 아니라, 성장이 멈추지 않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마케팅의 끝판왕입니다.
최적화의 세계는 마케팅이 가장 비즈니스 본질(Profit)에 충실해지는 지점입니다. 동시에 여기서 거둔 데이터는 '기획의 세계'로 돌아가 더 정교한 설계도를 만드는 밑거름이 됩니다. 비로소 마케팅의 거대한 선순환 구조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확산 이후, 마케팅은 더 이상 변명할 수 없다
기획의 세계에서 무엇을 팔 것인지가 정해졌고, 확산의 세계에서 어디에, 어떻게 알릴 것인지가 실행되었다면, 이제 마케팅은 마지막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그래서, 얼마가 팔렸는가?”
최적화의 세계는 마케팅 여정의 끝이자, 동시에 가장 냉정한 구간입니다. 이 세계에서 마케팅은 더 이상 이미지나 감각의 영역이 아닙니다. 숫자로 증명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일과 다름없습니다.
광고는 비용이 되고,
고객은 전환율(Conversion)로 정의되며,
모든 시도는 ROAS·CAC·LTV 같은 지표로 환산됩니다.
그래서 이 세계의 마케터들은 크리에이터라기보다 엔지니어에 가깝습니다. 성과를 만드는 구조를 설계하고, 숫자가 말하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 최전선에 있는 직무가 바로 퍼포먼스 마케터입니다.
– 숫자로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엔지니어
CJ올리브영 PB 브랜드 퍼포먼스 마케터, 두나무 퍼포먼스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는 “광고를 잘 집행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들은 광고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고객의 전환 흐름을 설계하며, 최소 비용으로 최대 결과를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두 개의 포지션이 있습니다. 바로 CJ올리브영 PB 브랜드 퍼포먼스 마케터와 두나무 퍼포먼스 마케터입니다. 제품도, 산업도 전혀 다르지만 이들이 하는 일의 본질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회사 소개로 보는 산업의 차이
CJ올리브영은 국내 H&B 시장을 사실상 정의해 온 유통 기업입니다. PB 브랜드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올리브영이 직접 키우는 브랜드 비즈니스입니다. 이 환경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은 광고가 아니라 매출 엔진에 가깝습니다. 올리브영몰, 네이버, 지그재그 등에서 PB 브랜드가 실제로 얼마나 팔리는지가 이 직무의 성과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두나무는 업비트와 증권플러스 등을 운영하는 국내 최고 블록체인·핀테크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기업입니다. 모바일 앱 중심, iOS 프라이버시 환경(SKAdNetwork), CAC·CPI·ROAS 같은 지표가 사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산업에 속해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와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합병 시 두나무의 송치형 의장이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보다 높은 지분율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두나무는 이미 기존 거대 IT 플랫폼의 체급을 뛰어넘는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토록 거대한 자본과 유저 데이터가 흐르는 환경에서, 두나무의 퍼포먼스 마케터는 단순한 유입을 넘어 금융 수준의 엄격한 전환 구조를 데이터로 증명해야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 직무가 실제로 하는 일
CJ올리브영 PB 브랜드 퍼포먼스 마케터
"올리브영 세일 기간에 '바이오힐보' 크림의 광고를 본 고객 중 3%만이 결제한다면, 상세 페이지의 리뷰를 상단으로 올렸을 때 구매 전환율이 5%로 오를까?"라는 가설을 세우고 미디어 믹스를 조정합니다.
PB 브랜드의 올리브영몰 및 주요 유통 채널 성과 책임
세일즈 프로모션과 연계된 미디어 믹스 전략 수립
매체별 타게팅, 크리에이티브 가설 검증 및 최적화
대행사 관리 및 KPI 운영
첫 구매에서 재구매까지 Funnel 단위 성과 개선
두나무 퍼포먼스 마케터
최근 iOS 보안 강화로 광고 추적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떤 매체에 예산을 집중해야 가장 적은 비용($CAC$)으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를 기술적으로 분석합니다.
Google App, Meta, Apple Search Ads 운영
iOS(SKAdNetwork) 환경 내 캠페인 최적화
AppsFlyer 기반 전환 데이터 분석
CAC·ROAS·CPI 관리
전환 퍼널 분석 및 A/B 테스트 설계
데이터팀·디자인팀과의 협업
필수요건이 까다로운 이유
이 세계에는 학습 기간이 거의 없습니다. 수십억 단위 광고비를 다뤄야 하고, 한 번의 판단이 바로 손실로 이어지며, “열심히 했다”는 말은 성과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포지션 모두 즉시 성과를 낼 수 있는 경험자를 요구합니다.
우대요건이 말해주는 변화
SQL, AppsFlyer, Amplitude, Tableau…
퍼포먼스 마케터는 이제 마케팅팀 안의 사람이 아니라 비즈니스 분석과 맞닿은 직무가 되었습니다.
인사이트
퍼포먼스 마케터는 마케팅의 마지막 보루입니다.
기획이 아무리 훌륭해도, 확산이 아무리 화려해도, 이 단계에서 숫자가 나오지 않으면 모든 과정은 실패로 기록됩니다. 그래서 이 세계에서 마케터는 감각이 아니라 성과로만 평가받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는 마케터이자,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엔지니어가 됩니다.
– 고객을 ‘다시 사게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멤버십 비즈니스의 확장
신세계인터내셔널 이커머스 CRM 마케팅 담당, BMW(한독모터스) 로열티 마케팅, 섹타나인 멤버십 팀장
퍼포먼스 마케팅이 “어떻게 처음 오게 할 것인가”의 문제라면, CRM과 로열티 마케팅은 “한 번 온 고객을 어떻게 남길 것인가”의 문제를 다룹니다.
이 단계부터 마케팅은 광고를 넘어 관계 관리로 진화합니다. 그리고 이 영역은 최적화의 세계에서도 가장 긴 호흡이 필요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 효과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영역입니다.
회사와 포지션으로 보는 CRM / 로열티 마케팅의 스펙트럼
이번에 살펴볼 세 가지 포지션은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 관계 관리)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신세계인터내셔널: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이커머스 CRM
BMW(한독모터스): 고단가 럭셔리 수입차 리테일 프리미엄 로열티 관리
SPC그룹 섹타나인: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 기반 멤버십 비즈니스 설계
이 세 포지션은 단계는 다르지만, “고객을 데이터로 기억하고, 관계로 묶는다”는 공통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CRM – 신세계인터내셔널
고객 여정을 설계하는 마케터
신세계인터내셔널은 패션·뷰티 대기업 계열사로, 자체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고객 데이터 기반 마케팅을 고도화해 온 조직입니다. 이 포지션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이 고객은 지금 어떤 단계에 있고, 다음 행동을 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보여줘야 하는가?”
주요 직무의 본질
앱푸시·카카오·LMS를 활용한 CRM 캠페인 설계
신규 → 재구매 → 이탈 방지까지 전체 고객 여정 관리
A/B 테스트와 성과 분석을 통한 반복적 최적화
고객 세그멘테이션과 페르소나 정의
이 역할에서 마케터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시나리오를 설계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필수 요건이 중요한 이유
CRM 경험이 없으면 “왜 이 고객에게 이 메시지를 보내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데이터 분석 역량은 감이 아닌 근거로 판단하기 위한 최소 조건입니다.
프리미엄 로열티 – BMW 수입차 리테일 마케팅
고객 수가 적을수록, CRM은 더 중요 해진다. BMW 로열티 마케팅은 인턴 포지션이긴 하지만, CRM과 로열티의 본질을 이해하기에는 매우 좋은 사례입니다.
수입차 시장은 고객 수는 적지만, 객단가와 LTV는 극단적으로 높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에서 CRM은 “다시 사게 만드는 것”을 넘어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포지션이 보여주는 CRM의 본질
VIP 고객 대상 이벤트 및 제휴 마케팅
전시장 기반 오프라인 경험 설계
고객·판매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전략 지원
여기서 CRM은 할인이나 쿠폰이 아니라, 브랜드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수입차 로열티는 가격이 아니라 ‘대우’로 작동합니다.
CRM의 끝판왕 – SPC그룹 섹타나인 멤버십 서비스 팀장
CRM이 ‘비즈니스’가 되는 순간 섹타나인은 파리바게뜨, 던킨, 배스킨라빈스 등
SPC그룹 전반의 디지털·멤버십·데이터 허브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피포인트는 단순한 포인트 제도를 넘어 수천만 명의 고객 데이터가 쌓이는 플랫폼입니다. 이 포지션은 CRM이 더 이상 마케팅의 하위 기능이 아니라 독립된 비즈니스 영역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멤버십 팀장의 역할
그룹 통합 멤버십 정책 설계
포인트 서비스 활성화 전략
제휴사 연계 멤버십 확장
고객 데이터 기반 서비스 고도화
이 단계에서 CRM은 “마케팅을 잘하기 위한 도구”가를 넘어 고객 락인(lock-in)을 만드는 핵심 인프라가 됩니다.
CRM / 로열티 마케터의 공통 직무 정리
고객 데이터 분석 및 세그멘테이션
재구매·이탈 방지 시나리오 설계
캠페인 성과 분석과 반복 개선
장기 LTV 관점의 전략 수립
퍼포먼스 마케터가 오늘의 성과를 만든다면, CRM 마케터는 6개월 뒤, 1년 뒤의 매출 구조를 만듭니다.
이 직무가 최적화의 세계에서 갖는 의미
최적화의 세계는 광고비를 쓰는 영역이 아니라, 광고비를 덜 쓰게 만드는 영역입니다.
CRM과 로열티는
CAC를 낮추고
LTV를 높이며
비즈니스를 안정화합니다.
그래서 성숙한 기업일수록 CRM 인력의 비중은 점점 커집니다.
인사이트
“마케팅은 결국 관계의 기술이다.” 광고는 멈추면 끝나지만, 관계는 쌓일수록 강해집니다. CRM / 로열티 마케터는 눈에 띄지는 않지만, 비즈니스를 가장 오래 살아남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최적화의 세계에서도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존재입니다.
– 성장을 구조로 만드는 사람들
위펀 그로스 마케터, 젝시믹스 그로스 마케터
퍼포먼스 마케터가 광고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비용 대비 성과를 끌어올리는 사람이라면, 그로스 마케터는 비즈니스 전체를 하나의 실험 구조로 바꾸는 사람입니다. 최적화의 세계가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지점은 “광고를 잘한다”가 아니라 “성장이 멈추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가장 직접적으로 답하는 직무가 바로 그로스 마케팅(Growth Marketing)입니다.
회사 소개로 보는 그로스 마케팅의 배경
위펀(WEFUN)과 젝시믹스(XEXYMIX)는 산업도, 제품도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둘 다 이미 잘 팔리고 있는 회사라는 점입니다.
위펀은 B2B 기반 서비스·플랫폼 비즈니스로 고객 확보 비용, 전환 구조, 반복 사용이 성장을 좌우하는 기업이고
젝시믹스는 이커머스·패션 브랜드로 광고비 경쟁이 극심한 시장에서 “더 많이 쓰지 않고도 더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기업입니다.
이런 회사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직무가 바로 그로스 마케터입니다.
퍼포먼스 마케팅과의 결정적 차이: 그로스 마케팅은 무엇이 다른가
퍼포먼스 마케팅이 묻는 질문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이 광고의 ROAS는 얼마인가?”
“이 캠페인은 성공했는가?”
반면 그로스 마케팅의 질문은 훨씬 불편합니다.
“왜 이 일을 사람이 하고 있지?”
“이 성과는 다음 달에도 재현될 수 있는가?”
“광고를 끄면 성장은 멈추는가, 아니면 계속되는가?”
그래서 그로스 마케터는 광고 계정만 보지 않습니다. 데이터 수집 구조, 트래킹의 정확성, 퍼널의 병목 지점, 자동화 가능 영역, 기술과 사람의 경계까지 함께 봅니다. 광고 최적화가 아니라, 성장 시스템 최적화입니다.
직무로 보는 그로스 마케팅
– 위펀 & 젝시믹스 JD의 공통점
두 회사의 JD를 나란히 놓고 보면 그로스 마케팅의 본질이 선명해집니다.
자동화와 구조 개선
수동 성과 취합을 자동화
반복 업무를 시스템화
캠페인 단위에서 프로세스 단위 관리
이건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이 돌아가게 만드는 사람”의 역할입니다.
기술과의 밀착도
GA4, MMP, 서버 API
파라미터 규격화
SDK, 딥링크
개발팀과의 직접 협업
그로스 마케터는 마케터 중 가장 개발자와 가까운 사람입니다.
성과 기준의 변화
ROAS에서 영업이익
클릭 수에서 공헌이익
단기 성과 중심에서 구조적 수익성
이 지점에서 그로스 마케팅은 재무와 전략의 영역에 발을 들입니다.
왜 지금 ‘그로스 마케팅’인가
그로스 마케팅은 새로운 직무입니다. 이 직무가 등장했다는 것 자체가 시장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광고 단가 상승, 신규 고객 획득 비용 폭증, 퍼포먼스 효율의 상한 도달. “더 쓰면 더 팔린다”는 공식의 붕괴. 이제 기업은 이렇게 묻습니다.
“사람을 더 뽑지 않고도, 광고비를 더 쓰지 않고도, 이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 질문의 결과물이 그로스 마케팅입니다.
필수요건은 왜 이렇게 복잡한가
그로스 마케터 JD는 늘 길고 어렵습니다. 한 가지 스킬만으로는 성장의 구조를 설계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필수요건의 진짜 의미
광고 매체 운영 경험: 실행을 알아야 전략이 나옵니다.
데이터 툴 활용: 감이 아닌 숫자로 조직을 설득해야 합니다.
기술 이해: 개발자에게 구조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문제 해결 성향: “왜?”를 견디는 사람
우대요건의 본질
자동화 경험, AI 활용, SQL, 데이터 추출, CRM·리텐션 관점
이건 스펙 자랑이 아니라 “성장을 구조로 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전체 마케팅에서의 의미
– 최적화의 세계가 도달한 마지막 단계
마케팅 3부작의 흐름으로 보면 그로스 마케팅은 아주 명확한 위치에 있습니다.
기획의 세계 : 무엇을 팔 것인가(가치 설계)
확산의 세계 : 어떻게 알릴 것인가 (영토의 확장)
최적화의 세계 : 어떻게 성과를 만들 것인가(성과 증명)
그로스 마케팅은 어떻게 이 성과를 ‘반복 가능하게’ 만들 것인가(시스템화). 그래서 그로스 마케팅은 하나의 직무라기보다 마케팅이 도달한 사고방식의 끝에 가깝습니다.
헤드헌터의 인사이트
요즘 기업이 말하는 “마케팅 고도화”는 광고 잘하는 사람을 더 뽑는 것이 아닙니다.
“이 회사의 성장은 사람을 갈아 넣지 않고도 반복 가능한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그로스 마케터입니다. 그래서 그로스 마케터는 가장 늦게 등장했지만, 가장 오래 남을 가능성이 높은 직무입니다. 최적화의 세계는 여기서 끝나지만, 비즈니스의 성장은 바로 이 지점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이 3부작을 시작하며 제가 던지고 싶었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마케팅은, 정말 같은 일을 가리키고 있는가?”
채용 현장에서 많은 JD를 보면, ‘마케팅’이라는 단어 하나로 너무 다른 역할들이 묶여 있다는 사실을 매번 확인하게 됩니다. 전략을 짜는 사람과, 광고를 집행하는 사람과, 데이터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사람이 모두 같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었죠.
그래서 이 글에서는 마케팅을 기능이 아니라 직무의 세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1부 기획의 세계] – 무엇을 팔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들
여기서 마케팅은 비즈니스의 출발점입니다. 시장과 산업을 읽고, 어떤 고객을 선택할지 결정하며, 브랜드와 제품의 방향을 설계합니다.
이 세계의 사람들은 아직 숫자보다는 방향과 구조를 봅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을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라고 불렀습니다.
[2부 확산의 세계] – 이야기를 세상에 퍼뜨리는 사람들
기획/전략이 수립되고 나면, 이제 질문은 “어디서, 어떻게 알릴 것인가”로 바뀝니다. 이 세계의 마케터들은 미디어와 사람, 콘텐츠와 플랫폼을 다루며 브랜드가 회자되도록 만듭니다. 글로벌 마케터, 스포츠·인플루언서 마케터, IMC·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까지.
이들은 브랜드를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브랜드가 말해지게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3부 최적화의 세계] – 성과로 존재를 증명하는 사람들
마지막 세계에서 마케팅은 더 이상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광고 알고리즘으로 효율을 만들고, CRM·로열티 마케터는 이미 들어온 고객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며, 그로스 마케터는 성장 자체를 구조로 설계합니다.
이 세계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도, 예쁜 캠페인도 숫자로 증명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을 숫자로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엔지니어라고 불렀습니다.
다시,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와서
이 3부작을 통해 마케팅을 하나의 직무로 정의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는 세 개의 세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무엇을 팔 것인가, 어떻게 알릴 것인가, 어떻게 성과로 만들 것인가. 같은 이름을 쓰고 있지만, 이 질문에 따라 필요한 역량도, 경력도, 커리어의 방향도 전혀 달라집니다.
이 글이 남겼으면 하는 것
이 시리즈가 학생에게는 “마케팅이 이렇게 넓은 세계였구나”라는 지도처럼,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서 있는 위치는 여기였구나”라는 좌표처럼,
그리고 채용을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그래서 이 직무가 필요한 거구나”라는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경계가 무너지고 재조립되는 현재의 마케팅
하지만 현재, 마케팅은 경계가 무너지고 AI를 중심으로 모든 것이 재조립되는 중입니다. 우리는 과거에 막대한 비용과 긴 시간을 들여했던 업무들이 AI에 의해 순식간에 대체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결국 사람의 마음을 향한 여정
AI로 인해 급변하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의 오답이 되는 속도 속에서, 변화를 직시하고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고도화되고 지표가 정교해질수록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마케팅의 본질이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수만 개의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은 AI의 몫일지 모르지만, 그 메시지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고객과 진심으로 공감하며 ‘이 브랜드여야만 하는 이유’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영역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 앞에서 기술을 도구로 쓰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은 나 자신에게서 찾는 사람. 그들이 바로 비즈니스의 세계를 빛낼 주인공들입니다.
마케팅 3부작 – 직무로 읽는 세상 이야기 11/12/13화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