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로 읽는 세상이야기 14화
해외영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보통 근대 이후의 무역이나 수출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미 3,000년 전에도 ‘해외영업’은 존재했습니다.
후기 청동기 시대(Late Bronze Age: BC1,500~BC1,200),
인류는 청동이라는 신소재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이 금속은 돌보다 단단했고, 철보다 다루기 쉬웠습니다. 문제는 청동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두 가지 재료가 한 곳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최초의 글로벌 분업
구리는 주로 키프로스(Cyprus: 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 섬과 아나톨리아 지역(현재의 튀르키예)에서 나왔고,
주석은 훨씬 더 멀리 떨어진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일대에서 채굴되었습니다. 이 재료들은 그 자리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잉곳(덩어리) 형태로 운반되어 각 지역에서 무기, 농기구, 생활용품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즉, 원자재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고, 장거리 무역을 통해 이동한 뒤, 최종 제품은 각국에서 분산 제작되는 글로벌 분업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당시의 ‘큰 손’과 ‘공급국’
이 구조를 오늘날의 언어로 바꿔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이집트, 히타이트, 미케네∙그리스 같은 강대국들은 당시의 초대형 바이어였습니다. 오늘날로 치면 미국이나 중국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들은 청동을 확보해 전차, 무기, 농기구, 건축 자재를 만들었고 국가의 군사력과 생산력을 유지했습니다.
반면, 키프로스는 구리를 공급하는 핵심 생산국이었고 아프가니스탄과 중앙아시아는 희귀한 주석의 공급지였습니다. 이들 지역은 자원은 있었지만 시장은 없었고, 시장은 있었지만 자원은 없는 나라들과 끊임없이 연결되어야 했습니다.
이 사이를 오가며 거래를 성사시키고, 길을 확보하고, 위험을 감수했던 사람들. 그들이 바로 당시의 해외영업 담당자였을 것입니다.
약 3,000km짜리 ‘최초의 글로벌 공급망’
물론 이 네트워크는 오늘날처럼 전 세계를 아우르는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지중해와 근동을 중심으로 약 3,000km 안팎에서 작동한, 당시로서는 장거리 네트워크였습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기술과 무역, 외교와 신뢰가 맞물려 수백 년간 유지되었습니다.
그리고, 붕괴
기원전 12세기 무렵, 이 정교해 보이던 구조는 한순간에 무너집니다. 바다 민족의 침입,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 전염병과 지진등 아직까지 정확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원인이 무엇이든 결과는 같았습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였습니다. 원자재는 더 이상 제때 도착하지 않았고, 도시는 쇠락했으며, 문명은 한동안 후퇴했습니다.
낯설지 않은 이야기
이 이야기가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면,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을 거치며, 반도체, 에너지, 식량, 물류가 흔들렸고 글로벌 공급망이 얼마나 취약한지 몸으로 겪었습니다. 3,0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명을 움직이는 힘은 다르지 않습니다. 교환이 멈추면, 시스템은 무너진다.
후기 청동기 시대의 글로벌 공급망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인류가 자원·기술·신뢰를 연결하며 거래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구리와 주석이 대륙을 건너 이동하고, 항로와 교역로가 유지되기 위해 정치와 외교, 신뢰와 위험 관리가 함께 작동하던 그 세계에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영업’의 원형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물자를 확보했고, 누군가는 상대를 설득했으며, 누군가는 리스크를 감내하며 거래를 성사시켰습니다. 이름은 달랐지만, 본질은 지금의 영업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영업은 특정 산업이나 직무에서 갑자기 등장한 기능이 아니라, 인류의 교환과 협력의 역사 속에서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확장되어 온 활동입니다. 그리고 21세기에 이르러, 그 스케일과 형태는 다시 한번 크게 변했습니다.
손에 잡히는 전통적인 물리적 제품을 파는 영업에서 나아가, 데이터와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제안하고, 더 나아가 법률·금융·컨설팅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설명하고 설득하는 일까지 영업의 범위는 넓어졌습니다. 여기에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판매망이 더해지며, 고객과 만나는 방식 또한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진화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영업’이라는 하나의 단어 안에는, 서로 전혀 다른 세계들이 동시에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국내 유통 현장에서 제품을 공급하는 일과, 해외 정부를 상대로 국가 단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일, 플랫폼 안에서 알고리즘과 경쟁하는 일과, 무형의 전문성을 신뢰로 전환하는 일은 모두 영업이라 불리지만, 작동 방식과 요구되는 역량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산업명이나 직무명 대신, 고객에게 전달되는 가치의 형태와 그 가치가 작동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영업을 다시 바라보고자 합니다.
영업의 세계를 크게 유형의 대륙, 디지털의 대륙, 무형의 대륙으로 나누어 각각의 특성과 구조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전체 영업의 지형도를 조망해 보려 합니다. 이 지형도를 통해 우리는, 지금 내가 서 있는 영업의 위치가 어디인지, 그리고 이 넓은 세계에서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보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거대한 세계를 관통하는 기준을 고민하며, 우리는 ‘무엇을 파는가’보다 어떤 형태의 가치가, 어떤 방식으로 고객에게 전달되는가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영업의 세계는, 서로 다른 성질을 지닌 몇 개의 대륙으로 나누어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중 핵심이 되는 세 가지 세계를 차례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유형의 세계: 눈에 보이는 실체를 움직이는 힘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전통적이지만, 여전히 비즈니스의 뿌리를 이루는 세계입니다. 자원과 제품, 설비와 완제품처럼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실체가 국경과 물리적 공간을 넘나들며 이동하는 과정에서 영업은 작동합니다.
오프라인의 현장
구축함과 잠수함 같은 국가 전략 자산부터,
우리 식탁에 오르는 국수 한 가닥까지.
생산지와 소비지를 잇는 현장에서,
관계·신뢰·납기·품질을 동시에 책임지는 필드 영업의 세계를 들여다봅니다.
온라인의 흐름
화장품과 소비재가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을 타고
실시간으로 세계를 이동하는 시대.
물류·플랫폼·데이터를 엮어 유통의 혈맥을 설계하는
또 다른 형태의 유형 영업을 함께 살펴봅니다.
(2) 디지털의 세계: 시스템으로 빚어내는 새로운 질서
눈에 보이는 물건 대신, 코드와 데이터로 구성된 시스템이 가치를 만드는 세계입니다. 이 세계에서 영업은 ‘판매’라기보다 사용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를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노션이나 슬랙처럼 업무의 방식을 바꾸는 도구부터, 시놉시스나 엔비디아처럼 반도체와 AI 산업의 ‘표준’을 설계하며 거대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기업까지. 디지털 영업이 어떻게 산업의 규칙이 되고, 한 번 선택된 시스템이 어떻게 강력한 잠금 효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봅니다.
(3) 무형의 세계: 지능과 신뢰가 빚어낸 연금술
이곳에서는 물건도, 시스템도 직접적으로 거래되지 않습니다. 대신 미래에 대한 확신, 판단의 대행, 위험의 이전이 오갑니다. 가치는 보이지 않지만, 그 영향력은 가장 오래 남는 세계입니다.
보험이 불확실한 미래를 ‘안심’으로 바꾸고,
법률과 금융, 컨설팅이 고객의 복잡한 결정을 대신하며,
코칭과 교육이 개인과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
신뢰와 전문성이 어떻게 실체 없는 가치를 만들어내는지,
그리고 그 신뢰를 쌓는 영업은 무엇이 다른지를 살펴봅니다.
이 항해의 목적지
이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수행하고 계신 영업이 어느 세계에 가까운지, 또 다른 세계의 영업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자연스럽게 그려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가장 일상적인 거래부터,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대규모 계약까지—그 사이를 조용히, 그러나 끈질기게 연결해 온 ‘영업’이라는 일의 여러 얼굴을 이 연재를 통해 차분히 펼쳐보고자 합니다.
3. 유형의 세계 분류 기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물건은 크게 두 가지 길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됩니다.
첫 번째는 ‘오프라인이라는 물리적 길’입니다. 사람이 비행기를 타고 넘어가 협상을 하고, 커다란 배나 트럭에 물건을 실어 보내는 전통적이고 묵직한 영업의 세계입니다. 수조 원의 잠수함부터 우리 동네 식자재 마트의 국수까지, 이들은 모두 ‘물리적 관계’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두 번째는 ‘온라인이라는 디지털 길’입니다. 인터넷의 발달은 영업의 접점을 화면 속으로 옮겨 놓았습니다. 이제는 직접 만나지 않아도 전 세계 고객에게 물건을 노출하고 결제받습니다. 여기서는 ‘플랫폼의 문법’을 이해하고 데이터를 읽는 능력이 더 중요한 영업 기술이 됩니다.
결국, 시장이 국내냐 해외냐에 따라 영업의 스케일과 공략법이 결정된다면, 그 접점이 물리적 실체(오프라인, B2B)이냐 디지털 네트워크(온라인)이냐에 따라 영업자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 가지 축을 기준으로,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물건’들이 어떤 시장에서 어떤 길을 통해 주인에게 찾아가는지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하나씩 살펴보려 합니다.
해외영업(오프라인): 국경과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는 전략적 협상의 세계
국내영업(오프라인): 현장과 대리점, 조달 시장을 아우르는 탄탄한 관계의 세계
해외온라인: 글로벌 플랫폼을 타고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K-브랜드의 세계
국내온라인: 이커머스와 비대면 B2B 플랫폼이 만드는 효율의 세계
이제 그 첫 번째 순서로, 사람의 발길과 손길이 직접 닿아야 완성되는 물리적 실체의 세계부터 문을 열어보겠습니다.
네 가지 영역 중, 먼저 해외영업부터 들어가 보겠습니다. 대한민국의 해외영업은 지난 60년간 경이로운 진화의 과정을 거쳐왔습니다. 1960년대 가발과 의류 OEM 등 가벼운 소비재로 시작해 중화학 공업을 거쳐, 이제는 세계 시장에서 가장 난도가 높다는 방산, 원전, 그리고 우주 산업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하나 더 파는 차원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의 해외영업은 국가 간의 외교적 신뢰와 거대 자본, 그리고 첨단 기술력이 결합된 ‘영업의 정점’에 다다랐습니다. 탱크와 미사일이 국경을 지키고, 우리가 지은 원자력 발전소가 한 나라의 전기를 책임지며, 우리 로켓이 다른 나라의 위성을 우주로 실어 나릅니다.
해외영업의 공통된 특징: 영업의 모든 요소가 총집합되는 영역
해외영업은 영업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시장전체를 볼수 있는 전략능력
수천억~수조 원 단위의 자본 구조와 금융 설계 능력
고도의 기술 이해력
생산CAPA 및 납기등 생산에 대한 이해
원가 및 서플라이 체인에 대한 이해
장기 협상을 견디는 인내심
강한 승부욕과 도전정신 그리고 근성
외국어와 커뮤니케이션 역량
정부, 공기업, 글로벌 파트너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무엇보다도 정치·외교·국가 리스크에 대한 이해와 통제 능력
물리적 국경을 넘어, 산업·안보·외교가 얽힌 거대 담론 속에서 계약을 성사시키는 영역이 바로 해외영업입니다. 이곳에서의 영업은 단기 성과보다 수십 년을 바라보는 시간 축 위에서 작동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판매를 넘어, 상대 국가와 수십 년의 미래를 약속하는 ‘동맹’과 ‘인프라’를 설계하는 일입니다. 물리적 국경을 넘어 거대 담론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이 고난도의 세계를 크게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봅니다.
이 4가지 영역은 단발성 판매가 아니라, 도입하는 순간 고객 국가의 시스템이 우리에게 종속(Lock-in)되어 수십 년간의 관계를 강제하는 '고관여 전략 자산'이라는 공통점을 갖습니다.
(1) 전략 자산 영업: 안보를 함께하는 동맹의 설계
국가의 안보 체계 자체를 제안하는 영역입니다. K9 자주포, 현무 미사일부터 한화오션의 잠수함과 구축함에 이르기까지, 이 영업은 '제품력'만으로 성사되지 않습니다. 양국 간의 고도의 정치·외교적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한번 도입하면 수십 년간 유지보수와 교육이 이어지는 안보 공동체를 만드는 일입니다.
관련 직무: 한화 글로벌/시스템 방산 해외영업, 한화오션 특수선 사업부 해외영업 등
2) 국가 인프라 및 에너지 영업: 생존의 기반을 닦다
한 나라의 혈관인 도로와 항만을 짓고, 생존의 기반인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거대 시스템 수주입니다. 해수 담수화 설비나 원자력 발전소 영업이 대표적입니다. 사막에 물을 흐르게 하고 전기를 켜는 이 작업은 해당 국가의 경제적 기초(Foundation)를 우리가 직접 구축해 주는 영업입니다.
관련 직무: 한수원 해외사업개발 담당
(3) 스마트 시티 개발 : 도시를 짓는 것을 넘어, 미래의 삶을 설계하다
단순히 건물 몇 채를 짓는 시공을 넘어, 부지 선정부터 인허가, 도시 설계, 인프라 구축, 그리고 장기 운영 모델까지, 도시 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하는 디벨로퍼형 영업입니다.
대우건설은 베트남 정부를 수십 년에 걸쳐 설득하며, 하노이 서쪽에 대규모 신도시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그 결과 탄생한 스타레이크는 ‘베트남판 판교’라 불릴 만큼 상징적인 메가시티 개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는 한국형 신도시 개발 경험과 행정·주거·업무가 결합된 도시 모델을 처음으로 본격 수출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에서, GS건설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단순히 ‘크게 짓는 도시’가 아니라, 에너지·교통·주거·안전·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미래형 스마트 시티를 제안하는 영업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영업은 시공 능력을 설명하는 일을 넘어, “이 도시에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를 설계하고 설득하는 일이 됩니다.
즉, 메가시티가 ‘규모의 영업’이었다면, 스마트 시티 개발은 라이프스타일과 시스템을 통째로 이식하는 영업입니다. 대한민국이 축적해 온 도시 운영 경험, 디지털 인프라, 공공·민간 협업 모델이 하나의 미래 도시 청사진으로 제시되는, 가장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해외영업의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관련 직무:
GS건설 해외영업 및 스마트시티 개발·건설 담당 등
(4) 우주 발사체 및 첨단 기술 영업: 새로운 영토, 우주로의 확장
이제 대한민국 영업의 영토는 지구를 넘어 우주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노스페이스와 같은 기업들은 전 세계 위성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발사 서비스'라는 최첨단 무형·유형 복합 서비스를 판매합니다. 이는 글로벌 수요를 발굴하고 국가 간의 기술 보호 규정을 넘나들며 계약을 맺는 미래 지향적 영업의 전형입니다.
관련 직무: 이노스페이스 해외영업(B2B, B2G) 등
다음 장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이제부터는 이 네 가지 해외영업 유형을 하나씩 살펴보고자 합니다.
각 유형마다 실제로 어떤 산업과 기업이 등장하고 그 안에서 해외영업 담당자는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를 구체적인 직무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산업은 어디에 속해 있는가
전략자산영업이 속한 산업은 방위산업·조선·항공우주·국가안보 인프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제조업과 기술 산업의 최상단에 위치한 영역입니다. 일반적인 해외영업이 민간 기업 간 거래(B2B)를 전제로 한다면, 이 영역은 정부 대 정부(B2G), 혹은 정부가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거래가 중심이 됩니다.
즉, 계약의 상대는 기업이지만, 선택의 주체는 언제나 ‘국가’입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캐나다 정부가 추진 중인 약 60조 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도입 프로젝트입니다.
이 사업은 단순히 잠수함을 몇 척 구매하는 방산 계약이 아니라, 캐나다의 향후 수십 년 안보 전략, 산업 정책, 동맹 구조를 한 번에 결정하는 국가 프로젝트에 가깝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정부와 기업의 협력은 기본 전제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전략자산영업의 진짜 난이도가 드러납니다. 캐나다가 요구한 것은 잠수함 그 자체만이 아니었습니다. 잠수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자국 내 자동차 제조공장 건설, 일자리 창출, 산업 생태계 이전까지 포함된 패키지를 요구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전략자산영업은 단일 기업의 역량을 넘어섭니다. 한화오션을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가 함께 참여해 ‘원팀’으로 수주 전략이 전개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잠수함은 조선과 방산의 영역이지만, 캐나다 정부가 원한 것은 “이 계약이 캐나다 산업 전체에 무엇을 남기는가”였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방산 시장은 자유경쟁 시장이 아닙니다. 가격이나 성능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외교 관계, 안보 전략, 정치적 신뢰, 그리고 장기적인 산업 파트너십이 동시에 작동하는 극도로 복합적인 시장입니다. 그래서 전략자산영업은 해외영업 가운데에서도 가장 진입 장벽이 높고, 동시에 가장 긴 호흡과 국가 단위의 시야를 요구받는 분야로 분류됩니다.
이 영역에서 영업이란, 제품을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한 국가가 어떤 미래를 선택하도록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 회사들은 어떤 회사인가 :단품을 파는 기업에서, ‘국가 방위 설루션’을 설계하는 그룹으로
한화그룹과 그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한화시스템은 오늘날 대한민국 방위산업을 개별 제품이 아니라 ‘체계’로 수출하는 기업 집단입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수행하는 일은 더 이상 단순한 무기 생산이 아닙니다.
한화그룹은 최근 몇 년간 인수합병과 계열사 간 사업 재편을 통해, 지상·해상·공중·우주·전장 시스템을 하나로 엮는 통합 방산 체제(One Stop Solution)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는 해외 정부가 요구하는 영업의 스케일이 ‘무기 구매’에서 ‘국가 안보 구조 설계’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한화그룹 방산 부문의 3대 축: 통합 방산 체제의 완성
(주)한화는 지주사로서 방산 전략과 자원 배분을 설계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에어로스페이스 – 오션 – 시스템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움직입니다.
(1)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육·공·우주를 아우르는 방산의 중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그룹 방산의 심장이자 컨트롤 타워에 해당합니다. (주)한화 방산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하며 육상 무기부터 항공·우주 영역까지를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육상: K9 자주포, 레드백 장갑차, 천무 다연장로켓
항공·우주: 전투기 엔진, 누리호 발사체 총 조립, 유도무기
특징: 최근 폴란드 대규모 수출의 주역으로, 한화 방산 계열사 중 가장 덩치가 크고 해외영업의 선봉에 서 있는 회사입니다.
(2) 한화오션: 바다를 책임지는 국가 해군력의 핵심
구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출범한 한화오션은 해군 전력의 중추를 담당합니다.
잠수함: 장보고-III
수상함: 호위함, 구축함, 특수선
특징: 단순 상선 건조를 넘어, 미국 필리 조선소 등 해외 거점을 확보하며 MRO(유지·보수·운영) 중심의 장기 영업으로 확장 중입니다. 이는 ‘배를 한 번 팔고 끝나는 사업’이 아니라, 수십 년간 해군 전력을 함께 운영하는 파트너로 자리 잡겠다는 전략입니다.
(3) 한화시스템: 무기 체계의 두뇌와 눈
한화시스템은 물리적 무기가 제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지능형 전장과 ICT의 핵심 축입니다.
레이다(AESA), 지휘통제(C4I), 감시·정찰
위성 통신, 저궤도 위성 등 우주 기반 정보체계
특징: 탱크·군함·항공기라는 ‘몸체’ 위에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얹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회사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무기도 ‘연결되지 않은 장비’에 불과합니다.
왜 이렇게 재편했는가: 전략자산영업의 본질
이 모든 재편의 이유는 명확합니다. 해외 정부의 입장에서, 탱크는 A사에서, 레이다는 B사에서, 군함은 C사에서 따로 구매하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전략자산영업의 고객은 ‘무기’가 아니라 ‘국가 방위 설루션 전체’를 원합니다. 한화는 이제 단품을 파는 기업이 아니라, 지상·해상·공중·우주·지휘통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제안하는 Total Solution Provider로서 글로벌 의사결정권자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한화의 “스케일이 달라진 해외영업”의 실체입니다.
JD에 등장하는 담당 업무는 왜 이렇게 구성되어 있을까
JD를 보면 공통적으로 다음과 같은 업무들이 반복됩니다.
해외 정부·군·기관 대상 영업 및 수주 활동
국제 입찰(RFP/RFQ) 대응 및 제안서 작성
계약 협상 및 계약 이행 관리
수출입 허가, 통관, 운송 등 무역·규제 대응
해외 대리인 및 파트너 네트워크 관리
해외 방산 전시회 및 정부 협의체 대응
이 업무들이 모두 필요한 이유는 방산 영업에서는 ‘영업 이후’가 더 길기 때문입니다. 계약 체결 이후에도 납기 관리, 규제 준수, 정치적 변수 대응, 외교적 리스크 관리가 계속 이어집니다.
그래서 전략자산영업은 ‘계약을 따내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젝트 전체를 끝까지 책임지는 관리자’에 가깝습니다.
필수·우대 요건은 왜 이런 사람을 요구할까
JD에서 요구하는 요건들을 보면, 단순히 영업 감각을 묻지 않습니다.
영어 능통: 협상의 언어이자, 외교 문서와 계약의 언어입니다.
공학 계열 전공 우대: 제품 설명을 넘어서, 시스템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제입찰·산업재 경험 우대: 이 시장은 가격 흥정이 아니라 구조 설계의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해외 출장·보안 의식: 이 직무가 다루는 정보 자체가 국가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즉, 회사가 찾는 인재는 ‘말을 잘하는 영업사원’이 아니라 기술·제도·외교 언어를 동시에 해석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 직무는 예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역할의 진화)
과거의 방산 해외영업이 ‘완성된 제품을 설명하고 납품하는 역할’에 가까웠다면,
최근의 전략자산영업은 다음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단품 수출 → 통합 시스템 제안
단기 계약 → 장기 동맹형 계약
가격 중심 → 정치·외교·안보 리스크 포함 평가
이 변화 속에서 영업 담당자는 기술자와 외교관,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전체 영업 세계에서의 위상
전략자산영업은 거래 규모, 책임 범위, 시간 축 모든 면에서 해외영업의 정점에 해당합니다. 이 영역에서의 한 번의 계약은 회사 전체의 사업 방향을 바꾸고, 국가 단위의 산업 외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이 직무는 ‘영업 직무’라기보다 산업 전략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역할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인사이트: 전략자산영업의 본질
전략자산 영업은 한 국가의 안보 설계도에 우리의 기술과 시스템을 편입시키는 일이며, 향후 수십 년간 지속될 기술적 동맹을 체결하는 외교적 행위에 가깝습니다.
이 직무를 이해하면, 다음 세 가지 본질이 분명해집니다.
첫째, 전략자산 영업은 제품이 아니라 ‘종속 구조’를 파는 일입니다. 전투기나 원전이 도입되는 순간, 해당 국가는 30~50년간 부품, 소프트웨어, 유지보수 체계를 공급국에 의존하게 됩니다. 즉, 이는 일회성 판매가 아니라 고객 국가의 시스템을 우리 방식으로 표준화시키는 장기적 락인 전략입니다.
둘째, 이 영역의 영업은 설득이 아니라 ‘확신의 이전’입니다. 의사결정권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실패의 책임입니다. 그래서 전략자산 영업이 파는 것은 어떤 정치적·지정학적 변동 속에서도 공급과 운영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다는 압도적 신뢰입니다.
셋째, 영업자는 세일즈맨이 아니라 전략적 코디네이터여야 합니다. 하나의 계약을 위해 금융, 외교, 기술 이전, 현지 생산, 물류를 하나의 해답처럼 엮어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역의 영업자는 제품 설명자가 아니라, 국가적 역량의 총합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에 가깝습니다.
결국 전략자산 영업의 본질은 ‘무엇을 파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미래에 얼마나 필수적인 존재가 되는가를 증명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 영업은 비즈니스를 넘어 국가 전략이자, 장기 공급망의 핵심으로 작동합니다.
국가 인프라와 에너지 영역의 해외영업은 흔히 떠올리는 ‘세일즈’와는 결이 다릅니다. 이 영역에서 영업은 제품이나 설비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국가 단위의 협력 관계를 설계하고 유지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전기와 에너지는 한 나라의 산업과 일상을 떠받치는 기반이며, 원자력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신뢰와 책임을 요구받는 분야입니다.
이번에 살펴볼 포지션은 한국수력원자력의 해외사업 개발·관리 담당직무입니다. 이 JD는 ‘원전 영업’이라는 단어보다, 해외사업을 어떻게 열고, 어떻게 관리하며, 어떻게 지속시킬 것인가에 더 많은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략자산영업 vs 국가 인프라·에너지 영업
전략자산영업과 국가 인프라·에너지 영업은 모두 국가를 상대하고, 수십 년 단위의 계약을 전제로 하며, 외교·금융·기술이 동시에 움직이는 고난도 해외영업이라는 점에서 매우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두 영업의 결정적인 차이는 ‘안보를 지키는가’가 아니라 ‘일상을 유지하는가’에 있습니다. 전략자산영업이 전쟁과 위기 상황을 대비해 국가의 안보 선택을 설계하는 일이라면, 국가 인프라·에너지 영업은 전쟁이 없어도 하루도 멈출 수 없는 국가의 생존 기반을 설계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전투기와 잠수함이 ‘있을 때 강한 국가’를 만든다면, 전력·원전·가스·수처리·교통 인프라는 ‘멈추는 순간 국가가 흔들리는 구조’를 만듭니다. 그래서 이 영역의 영업은 무기처럼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니라, 반드시 지속되어야 하는 시스템을 다룹니다.
이 차이 하나만 이해해도, 국가 인프라·에너지 영업이 왜 더 느리고, 더 보수적이며, 그리고 더 오래 남는 계약이 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산업은 어디에 속해 있는가
이 직무가 속한 산업은 국가 에너지 기간산업입니다. 민간 기업 간 경쟁이 중심이 되는 일반 해외영업과 달리, 원자력·에너지 분야의 해외사업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
고객은 해외 정부, 공공기관, 국영 에너지 기관,
의사결정은 기술·경제성뿐 아니라 정치, 외교, 국가 전략이 함께 작동,
계약 이후 수십 년간의 운영·관리·책임이 뒤따름
따라서 이 영역의 해외영업은 단발성 수주가 아니라, 국가 간 관계를 전제로 한 장기 협력 사업에 가깝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어떤 회사인가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26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가동률과 안전 관리 역량을 축적해 온 대한민국 에너지 안보의 핵심 공기업입니다. 한수원의 해외 사업은 단순한 건설 계약이 아니라, 한 국가의 장기 에너지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원전 시스템 패키지 수출에 가깝습니다.
한수원은 2009년 UAE의 바라카 원전(4기) 수주를 통해 한국형 원전(APR1400)의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으며, 최근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유럽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원전 수출은 한수원 단독의 성과가 아닙니다.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전기술(설계), 한전 KPS(유지보수), 한전원자력연료(연료)가 기술적 근간을 이루고, 현대건설·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등 국내 주요 건설·기자재 기업들이 ‘팀 코리아’로 결합해 움직입니다.
이 구조에서 한수원의 해외영업은 발전소 한 기를 파는 일이 아니라, 수십 년간 지속될 운영 노하우와 신뢰를 함께 이전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한수원은 원전 운영사이자, 대한민국 원전 산업을 대표하는 국가 에너지 영업의 본부로 불립니다.
왜 담당업무가 ‘영업’보다 ‘관계’에 집중되어 있을까
JD 어디에도 ‘가격 협상’, ‘수주 목표’, ‘매출 KPI’ 같은 표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키워드는 글로벌 아웃리치(Global Out Reach: 현지 이해관계자 포섭 및 우호적 수용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외활동), 네트워킹, 협력, 대관, 관리입니다.
이유는 분명합니다.
원자력 해외사업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시작되지 않고 경제성이 있다고 해서 바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해당 국가의 정치적 상황, 에너지 정책 방향, 여론과 규제 환경, 외교적 관계 등 이 모두가 맞물려야 사업이 움직입니다. 그래서 이 직무의 영업은 설득의 기술이 아니라 관계 유지와 신뢰 축적의 기술에 가깝습니다.
필수 자격요건은 왜 이렇게 까다로운가
JD는 필수요건으로 다음을 명시합니다.
해외사업 개발·관리·운영·대관·협력 관련 7~11년 경력
공공기관 또는 에너지·인프라 유관 기업 해외사업 경험
영어 네이티브 수준 커뮤니케이션 능력
해외출장 가능
이 조건들은 단순히 스펙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이 직무는 해외 정부 및 고위 관계자와 직접 소통하고 민감한 에너지·안보 이슈를 다루며 공식·비공식 채널을 넘나드는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회사가 원하는 인재는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공 영역의 언어와 국제 협력의 문법을 이미 경험해 본 사람입니다.
우대요건이 말해주는 ‘이 직무의 진짜 얼굴’
우대사항으로 제시된 항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외 법인 또는 해외지사 근무 경험
정부 및 공공기관 대상 협의·대관 경험
이는 이 직무가 단순히 본사에서 전략 문서를 만드는 역할이 아니라, 현지에서 실제로 사업을 ‘운영’해 본 경험을 중요하게 본다는 신호입니다. 해외 에너지 사업은 본사 전략보다 현지 상황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직무는 예전과 무엇이 달라졌는가 (역할의 진화)
과거 공공기관의 해외사업 담당자가 프로젝트 행정 지원, 단순 협의 창구 역할에 머물렀다면, 최근의 역할은 분명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발성 사업 관리에서 지속 가능한 해외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기술 중심에서 관계·외교·운영 경험 중심
수동적 대응에서 선제적 아웃리치와 네트워크 설계
JD에 ‘Global 아웃리치(Global Out Reach: 현지 이해관계자 포섭 및 우호적 수용성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외활동) ’가 명시된 점은 이 변화가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전체 영업 세계에서의 위상
이 직무는 전통적인 의미의 ‘영업’과 ‘관리’의 경계에 서 있습니다. 매출을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매출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전제 조건을 설계합니다. 눈에 띄는 성과는 늦게 나타나지만 한 번 형성된 관계는 수십 년간 사업의 기반이 됩니다.
그래서 이 역할은 이 분야 영업의 세계에서 가장 깊은 층위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사이트: 해외영업의 정점: 국가 인프라·에너지 동맹
한수원의 해외영업은 일반적인 전략자산 영업보다 한 단계 더 깊은 ‘운명공동체의 계약’에 가깝습니다. 방산이 국가의 방패를 파는 일이라면, 원전은 국가의 심장인 에너지를 수십 년간 함께 운용하는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원전을 짓는다는 것은 설비를 납품하는 일이 아닙니다. 수십 년의 운영 노하우와 안전 관리, 인력 양성까지 포함한 대한민국의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이식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한수원의 영업은 제품 경쟁을 넘어, 국가 간 신뢰를 구조화하는 단계에 이릅니다.
이 지점에서 한수원의 역할은 무언가를 ‘파는 세일즈’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 사이에 신뢰가 흐를 수 있는 판을 먼저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 구조가 완성되어야만, 원전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한수원의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분야 영업의 최상단에서는 속도보다 시간이, 성과보다 축적이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건설업 해외영업의 진화: 사막의 플랜트에서, 도시의 미래까지
한국 건설업의 해외 진출은 1970년대 중동의 뜨거운 모래바람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오일쇼크 이후 급격히 커진 인프라 수요는 한국 건설사들에게 거대한 기회를 열어주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각지에서 도로를 닦고, 항만을 만들며 ‘중동 붐’이라는 이름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당시 해외영업의 기준은 명확했습니다. 정해진 설계도에 따라 가장 빠르고, 가장 정확하게 시공하는 능력. 한국 건설업은 이 영역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1980년대, 리비아 대수로 공사처럼 국가의 물길과 산업 지형 자체를 바꾸는 초대형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해외영업은 단순 시공을 넘어 국가 기간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로 진입합니다.
시공을 넘어, 랜드마크와 기술을 파는 영업으로
이후 한국 건설업의 해외영업은 ‘많이 짓는 것’에서 ‘어려운 것을 짓는 것’으로 진화합니다. 한 나라의 상징이 되는 랜드마크와 최고 난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프로젝트들이 새로운 영업 무대가 되었습니다.
초고층 빌딩의 정점에는 삼성물산이 시공한 부르즈 할리파가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의 사막 위에 세워진 이 건물은 단순한 초고층 건축물이 아니라, 초고난도 공법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라는 기술적 신뢰를 전 세계에 각인시킨 영업의 결과물이었습니다.
지형 자체를 바꾸는 교량 기술 역시 한국 건설업 해외영업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바다를 가로질러 대륙과 대륙을 잇는 교량은 단순한 토목 공사를 넘어, 국가 간 기술력과 신뢰를 증명하는 협상의 산물입니다.
튀르키예의 차나칼레 대교처럼, DL이앤씨와 SK에코플랜트가 참여한 초대형 교량 프로젝트는 ‘불가능해 보이는 지형에 길을 내는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 영업 카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시점까지 한국 건설업의 해외영업은 분명 눈부신 진화를 이루었습니다. 플랜트를 짓고, 국가 기간망을 만들고, 랜드마크와 세계 최고 기록을 세우는 단계까지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그 대상은 여전히 하나의 시설, 하나의 구조물, 하나의 프로젝트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한국 건설업 해외영업은 또 한 번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도시 전체’를 파는 영업의 등장
이 흐름이 완전히 달라진 전환점이 있습니다. 바로 신도시 개발, 메가 시티 프로젝트(Mega City Project)의 등장입니다. 이 영역을 대표하는 사례가 베트남 하노이 서부에서 진행 중인 대우건설의 스타레이크(Starlake)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한국 건설사는 더 이상 아파트를 몇 동 짓는 주체가 아니었고 도로를 몇 km 놓는 시공사도 아니었습니다. 대신, 행정·주거·상업·업무·문화 기능이 결합된 도시 하나를 통째로 설계하고 제안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1996년 첫 제안 이후
2006년 투자 허가
2012년 착공
현재까지 약 30년에 걸쳐 이어지는 이 프로젝트는 해외영업의 본질이 ‘공사 수주’에서 ‘미래 생활 방식의 제안’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그리고 지금, 스마트 시티라는 다음 단계
이제 한국 건설업의 해외영업은 신도시 개발(메가시티: 도시조성)을 넘어 스마트 시티(운영체계∙데이터)라는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스마트 시티란, 단순히 ICT 기술을 덧붙인 도시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도시의 에너지 흐름
교통과 이동
행정과 데이터
주거와 일상의 서비스
이 모든 요소를 처음부터 데이터와 시스템 중심으로 설계하는 도시, 즉 ‘도시를 하나의 운영체계(OS)’로 만드는 개념에 가깝습니다. 이 흐름의 현재 위치에 서 있는 기업이 바로 GS건설입니다.
GS건설의 현재 위치: 시공사가 아니라 ‘도시 개발자’
GS건설은 전통적으로 플랜트, 인프라, 주택, 해외 EPC에서 강점을 가진 건설사입니다. 그러나 최근 GS건설의 해외 전략을 들여다보면, 분명한 방향 전환이 읽힙니다.
단순 시공 중심 → 개발형 사업(Business Development)
건설 기술 중심 → 운영·데이터·플랫폼을 포함한 도시 사업
이 변화는 선언이 아니라, 이미 해외 현장에서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베트남 호찌민 인근 나베 지역에서 진행 중인 냐베 자이트가이스트(Zeitgeist) 신도시 프로젝트입니다.
GS건설은 이 사업에서 단순 시공사가 아니라 기획·개발·운영을 아우르는 디벨로퍼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형 스마트 시티 모델을 도시 단위로 수출하는 시도로, GS건설 신사업 부문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동으로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2025년 11월, GS건설은 사우디 국립주택공사와 현지 건설사 미스칸과 신도시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사우디 신도시 시장 진출을 가시화했습니다. 이는 단일 공사 수주가 아니라, 도시 개발 파트너로 초청받았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 흐름은 과거 중동 플랜트 수주와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과거: “이 설계대로 지어줄 수 있는가”
현재: “이 도시는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고, 성장할 것인가”
를 묻는 영업입니다.
GS건설 스마트 시티의 ‘기술 기반 / 운영 기반’ 전환
이 변화의 핵심에는 기술과 운영을 함께 설계하려는 전략이 있습니다. GS건설은 산학협력을 통해 도시 단위의 디지털 역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KAIST와 협력해
도시 단위의 데이터·디지털 기술을 연구하는 협력센터를 설립하며,
도시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
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 전략
교통 시뮬레이션 및 기후 영향 분석
도시–사람 상호작용 모델과 같은 영역을 함께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건설 설계 기술이 아니라, 도시의 운영·환경·사회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시스템 자체를 설계하는 기술 영역입니다. 이 지점에서 GS건설의 해외영업은 건물을 짓는 영업이 아니라,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을 제안하는 영업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영업이 ‘평당 단가’와 ‘시공 면적’을 다투던 숫자 싸움이었다면, 지금의 스마트 시티 영업은 ‘데이터 처리 용량’과 ‘에너지 효율 알고리즘’의 우수성을 다투는 논리 싸움입니다. 이는 단순히 멋진 건물을 짓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도시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자산화하고 운영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가라는 기획적 역량이 곧 영업의 핵심 무기가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왜 ‘대단한 진보’인가
한국 건설업의 해외영업은 50여 년 동안 다음과 같이 진화해 왔습니다.
1970년대: 플랜트·도로 시공 수출
1980~90년대: 국가 인프라 건설
200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메가 시티)
그리고 지금: 스마트 시티
GS건설의 현재 포지션은 이 진화의 가장 앞단에 놓여 있습니다. 도시를 짓는 것을 넘어, 도시가 작동하는 방식을 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무 분석 ① :해외 스마트시티 사업개발(Business Development)
— “도시를 짓기 전에, 사업이 성립하는 구조부터 만든다”
이 포지션은 GS건설의 스마트 시티 전략에서 가장 앞단에 위치한 영업 직무입니다. 공사를 따내는 사람이 아니라, ‘이 도시 사업이 시작될 수 있는가’를 먼저 판단하고 설계하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이 산업과 회사 안에서의 위치
GS건설의 스마트 시티 사업은 단순 EPC가 아니라 개발형 사업을 지향합니다. 즉, 발주처가 이미 모든 것을 정해놓고 “지어달라”라고 요청하는 구조가 아니라, GS건설이 먼저 나서서 정부·지자체에 도시 개발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이 직무는 기존 건설사의 해외영업이라기보다 디벨로퍼형 해외영업에 더 가깝습니다.
JD에 나오는 주요 업무는 왜 필요한가
JD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업무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해외 스마트시티·신도시 사업 발굴
사업성 분석(수요, 재원, 투자 회수 구조)
민관협력(PPP) 모델 설계
해외 정부·공공기관과의 협의
이 업무들이 필요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스마트 시티는 공사를 시작하기 전 단계에서 이미 승패가 갈리는 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베트남 신도시 사업에서
인구 유입이 가능한가
행정 기능 이전이 실제로 가능한가
민간 투자자가 들어올 수 있는 구조인가
이 질문에 답을 못 하면, 아무리 시공 능력이 뛰어나도 사업은 시작되지 않습니다.
필수·우대 요건의 의미
이 포지션에서
해외사업 경험
재무·사업성 분석 경험
공공기관·정부 협의 경험
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 역할이 ‘영업 + 기획 + 투자 판단’의 결합체이기 때문입니다. 숫자와 구조로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직무 분석 ②: 스마트시티 데이터·플랫폼 기획 / 기술 연계 직무
— “콘크리트 위에 올라갈 ‘운영 체계’를 설계한다”
왜 ‘스마트 시티 데이터플랫폼 기획/기술연계’가 해외영업 직무인가
두 번째 직무는 스마트 시티가 왜 더 이상 ‘건설 프로젝트’로만 불리지 않는지를 보여주는 포지션입니다.
스마트 시티 사업에서 해외영업은 더 이상 도시를 ‘짓는 계약’을 따내는 일이 아닙니다. 대신 “이 도시를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할 것인가”를 먼저 정의하고, 그 운영 구조를 근거로 국가의 선택을 이끌어내는 일에 가깝습니다.
스마트 시티 데이터플랫폼 기획/기술연계 직무는 해외 정부가 묻는 질문—
“이 도시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10년 뒤에도 확장 가능한가”
에 대해 기술적으로 납득 가능한 답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즉, 이 직무는 개발이나 IT 지원이 아니라, 도시 운영의 청사진을 데이터와 시스템으로 번역해 해외 고객에게 ‘신뢰 가능한 미래’로 제시하는 영업의 핵심 기능입니다. 그래서 이 역할은 기술 조직이 아니라, 해외영업 조직의 최전선에 놓이게 됩니다.
이 직무는 무엇을 파는가
이 직무가 직접 파는 것은 건물도, 도로도 아닙니다. 이들이 다루는 것은
교통 데이터
에너지 관리
도시 운영 시스템
디지털 트윈
같은 도시 운영의 논리입니다. GS건설이 KAIST 등과 협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도시를 짓는 기술만으로는 스마트 시티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JD의 업무는 왜 기술 용어로 가득한가
JD에는 보통 이런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
스마트 인프라 플랫폼
AI·빅데이터·클라우드 이해
디지털 트윈
이건 “개발자를 뽑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이 직무의 핵심은 기술을 직접 만드는 것보다, 기술이 도시 안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교통 데이터는 어디서 수집되고
누가 그 데이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며
그 결과가 도시 운영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면 스마트 시티는 단순한 ‘IT 전시 도시’가 되고 맙니다.
이 직무의 산업적 의미
이 직무는 건설업 안에서 새롭게 생겨난 역할입니다. 과거에는 설계팀 시공팀 영업팀이 분리되어 있었다면, 스마트 시티에서는 ‘운영 논리를 이해하는 기획자’가 반드시 필요해졌습니다. 이 역할이 없다면, 스마트 시티는 “지어놓고 나면 더 비싼 일반 도시”가 됩니다.
정리하면,
사업개발 직무는 도시 사업이 시작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데이터·플랫폼 기획 직무는 그 도시가 지어진 이후에도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듭니다.
이 두 직무가 함께 움직일 때, GS건설의 스마트 시티는 단순한 해외 건설 프로젝트가 아니라 ‘운영 가능한 도시 모델 수출’이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한국 건설업 해외영업이 플랜트에서 도시로, 도시에서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가장 명확한 증거입니다.
인사이트: 스마트 시티, 도시의 하드웨어를 넘어 ‘운영 체제(OS)’를 파는 영업
한국 건설업의 해외영업은 플랜트를 짓던 시공의 시대를 지나, 이제 도시와 그 안의 삶을 구동하는 ‘운영 체제(OS)’를 설계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GS건설의 스마트 시티 전략은 이 변화의 방향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오늘날의 스마트 시티 영업은 하드웨어에 IT를 덧붙이는 일이 아닙니다. 도시의 에너지·교통·환경·행정을 하나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그 도시가 수십 년간 스스로 작동할 수 있는 지능형 운영 구조를 제안하는 플랫폼 영업입니다. 이 지점에서 GS건설은 시공사가 아니라 도시 디벨로퍼로 움직입니다.
디지털 트윈, 클라우드, AI 기반 시스템을 통해
“무엇을 지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도시를 어떻게 운영하고 성장시킬 것인가”
국가 단위의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합니다. 스마트 시티 수주란 도시의 핵심 데이터 플랫폼을 설계하는 선택을 의미합니다. 우리 시스템이 도시의 표준이 되는 순간, 영업은 단발성 공사를 넘어 도시의 생애주기 전체에 관여하는 지속형·생태계 영업으로 전환됩니다.
한국의 위성은 처음부터 한국의 로켓을 타고 우주로 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다른 나라의 발사체에 위성을 실어 보내는 방식으로 우주에 접근해 왔습니다.
1992년, 한국 최초의 인공위성 우리 별 1호(KITSAT-1)는 프랑스의 아리안 로켓을 타고 발사되었습니다. 이후 우리 별 2호, 다목적실용위성(KOMPSAT) 시리즈 등 한국이 개발한 위성들은 미국과 유럽의 발사체에 탑재되어 우주로 향했습니다.
이 시기의 한국은 위성은 만들 수 있었지만, 언제, 어떤 궤도에 보낼지는 다른 나라의 일정과 판단에 의존해야 했던 국가였습니다.
국가 주도의 도전: 나로호에서 누리호까지
이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시도는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됩니다. 2009년과 2010년, 나로호(KSLV-I) 발사는 연이은 실패를 겪었고, 2013년에야 세 번째 시도 끝에 성공했습니다. 이 경험은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발사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시간·자본·실패를 감내할 수 있는 국가적 역량의 문제라는 사실입니다.
이후 한국은 엔진부터 시스템까지 완전 독자 기술을 목표로 누리호(KSLV-II) 개발에 착수합니다. 2022년과 2023년 연속 발사 성공을 통해, 한국은 자체 발사체로 자국 위성을 정해진 궤도에 정확히 올려놓을 수 있는 국가가 됩니다.
특히 2023년 발사에서는 한국 위성뿐 아니라 해외에서 제작된 위성까지 함께 실어 목표 궤도에 투입하는 데 성공하며, 기술적으로는 ‘발사 서비스 제공국’의 조건을 갖추게 됩니다. 이후 누리호는 2025년 말 추가 발사 성공을 거치며 기술 검증과 운용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하는 단계로 이어집니다.
그러나, 국가 주도 발사체의 한계
다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국가 주도의 발사체 개발은 본질적으로 연구·기술 검증 중심의 사업입니다. 개발에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발사 일정은 정치·예산·기술 검증 주기에 따라 결정되며, 연 1회 혹은 그보다 적은 불규칙한 발사 주기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위성을 개발하는 수많은 우주 기업과 연구기관들은 “언제 발사할 수 있을지 모르는 국가 발사체”만을 마냥 기다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업 위성, 지구 관측, 통신, 데이터 서비스 사업에서는 발사 시점 자체가 비즈니스 경쟁력이 됩니다. 우주로 가는 길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과 ‘필요할 때, 원하는 궤도로 갈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민간으로: ‘우주 접근권’의 상업화
국가 주도의 발사체 개발이 기술 주권을 확보하는 단계였다면, 그다음 단계는 분명합니다.
우주 접근을 정기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상업적인 서비스로 만드는 일.
이 지점에서 등장하는 기업이 바로 민간 상업 발사 서비스를 위해 발사체를 개발하는 기업들, 그리고 그중 하나가 이노스페이스입니다. 23년 시험발사 성공 이후, 25년 말 첫 상업 발사 시도를 했고 귀중한 실제 비행데이터 확보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었으며 26년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이제 우주발사체 산업은 “만들 수 있는가”의 문제를 넘어, “얼마나 자주, 얼마나 유연하게, 누구를 위해 쏠 수 있는가”의 영업의 영역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발사체 시장은 지금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현재 글로벌 발사체 시장은 세 갈래로 나뉩니다.
첫째, 대형 발사체 시장입니다. SpaceX처럼 대형 위성을 다량 탑재하거나 재사용을 통해 단가를 낮추는 모델이 중심입니다.
둘째, 국가·중형 발사체 시장입니다. 각국의 우주개발 기관이 전략적 목적에 따라 운영하는 영역입니다.
셋째, 그리고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 소형 위성 전용 발사 서비스입니다.
이 시장의 고객은 이렇게 말합니다.
“큰 로켓에 얹혀 갈 필요는 없습니다.”
“정해진 날짜에, 우리가 원하는 궤도로 바로 가고 싶습니다.”
이 수요가 바로 소형 위성 전용 발사체 시장을 키웠고, 이노스페이스는 이 영역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습니다.
이노스페이스는 어떤 회사인가
이노스페이스는 하이브리드 로켓 기술을 기반으로 소형 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우주기업입니다. 소형 위성에 최적화된 발사체(HANBIT 시리즈),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 인한 비용·운영 효율, 발사 서비스 상업화를 전제로 한 사업 모델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노스페이스가 ‘기술 개발’이 아니라 ‘발사 서비스 계약’을 전제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연구소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장과 계약으로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이 직무는 회사의 본업과 어떤 관계인가
이번에 살펴보는 포지션은 이노스페이스 해외영업(B2B·B2G) 직무입니다. 이 직무는 회사 바깥에서 만들어진 기술을 파는 역할이 아닙니다. 이노스페이스의 핵심 기술을 실제 매출과 계약으로 전환하는 자리입니다.
발사체 산업에서 매출은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누가, 언제, 어디로 쏘아 달라고 계약하느냐”에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이 직무는 연구개발과 시장 사이를 잇는 가장 전방의 역할입니다.
JD에 나온 업무가 ‘영업+사업관리’로 묶인 이유
JD에는 다음과 같은 업무가 함께 등장합니다.
해외 사업 수주 및 관리
해외 신규 고객 발굴(B2B·B2G)
견적·제안서 작성
해외 전시회 및 글로벌 네트워크 대응
이는 우주발사체 영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 산업에서 영업은 가격만 협상하는 일이 아니라
발사 일정
탑재 조건
궤도 설계
국가별 규제와 보험
까지 포함한 종합 프로젝트 관리입니다. 그래서 이 직무는 ‘영업 담당자’라기보다 우주 프로젝트 매니저에 가까운 역할로 작동합니다.
이 직무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이노스페이스와 이 우주 관련 직무가 흥미롭게 느껴진다면 〈직무로 읽는 세상 이야기 01화: 발사버튼을 누르기 전, 가장 먼저 숨을 고르는 사람들〉편을 함께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인사이트: 우주발사체 해외영업은 다른 해외영업과 무엇이 다른가
한국은 남의 로켓에 위성을 실어 보내던 나라에서, 스스로 발사체를 만들고, 이제는 민간 기업이 발사 서비스를 계약하는 단계로 이동했습니다.
이노스페이스의 해외영업은 그 변화의 가장 앞줄에 서 있습니다. 앞서 살펴본 방산, 원전, 건설 분야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된 대한민국의 ‘성숙한 위상’을 파는 일이라면, 우주 발사체 영업은 우리가 이 거대한 ‘글로벌 이너서클(Inner Circle)’에 진입할 자격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가장 고독하고 치열한 ‘개척자의 영업’입니다.
우주발사체 영업은 고객의 꿈과 국가적 자산을 실제로 우주로 보내는 ‘신뢰의 최종 시험대’에 함께 서는 일입니다.
첫째, 성과 기록이 곧 영업 자격입니다. 이 시장에서 가격이나 제안서는 부차적입니다. 단 한 번의 발사 성공 기록, 즉 Flight Heritage가 없으면 영업의 문조차 열리지 않습니다. 성공 레코드 자체가 영업 라이선스가 되는 극도로 폐쇄적인 시장입니다.
둘째, 영업의 중심이 판매가 아니라 실패 리스크 관리에 있습니다. 아무리 기술이 안정돼도 발사에는 항상 실패 확률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이 직무의 핵심은 “성공하면 무엇을 줄 것인가”보다 “실패했을 때 무엇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고객과 함께 설계하는 일입니다.
셋째, 계약 이후가 진짜 영업의 시작입니다.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이 끝이 아니라, 위성 통합, 국제 규제 대응, 일정 조율, 그리고 발사 순간까지의 극도의 긴장을 고객과 함께 견뎌야 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쌓이는 경험은 대체 불가능한 자산이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영업자의 가치는 급격히 커집니다. 그래서 우주발사체 영업은 단기 실적형 영업이 아니라, 신뢰와 성공 기록이 누적될수록 성장하는 장기형 커리어입니다.
14화에서는 ‘영업’이라는 하나의 단어 안에, 얼마나 서로 다른 세계들이 공존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같은 영업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어떤 산업에 속해 있는지, 어떤 가치가 거래되고, 고객의 의사결정이 어떤 구조로 이루어지는 지에 따라 영업의 성격과 요구되는 역량은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을 하나씩 짚어보았습니다.
먼저 분명히 짚고 가야 할 사실은 대한민국의 수출(해외영업)은 정성껏 만든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등을 글로벌 시장의 다양한 층위에 있는 고객— 엔드 커스터머, 바이어, 유통 파트너—에게 직접 거래, 3자 무역(중계무역) 거래, 오프쇼어 거래 등 여러 형태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대한민국의 연간 수출 규모는 약 6,800억 달러, 한화로 약 1,000조 원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14화에서 다룬 해외영업은 이러한 보편적이고 넓은 의미의 해외영업 전부가 아니라, 그중에서도 한 단계 위의 의사결정 구조를 요구하는 영역에 집중했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잘 파는가’를 넘어, 국가·도시·산업의 미래를 단위로 선택과 책임이 함께 움직이는 형태의 해외영업이었습니다.
그래서 방산과 전략자산 영업, 국가 인프라와 에너지 영업, 스마트 시티 개발 그리고 우주발사체 영업이라는 네 가지 영역을 선택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들은 모두 영업의 본질이 설득을 넘어 설계에 가까워지는 지점에 놓여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 영업은 가격과 조건을 조율하는 역할이 아니라, 국가의 안보 구조, 도시의 운영 방식, 산업의 표준과 접근권을 어떤 형태로 선택하게 할 것인가를 함께 그려내는 일입니다.
그래서 단기 성과보다 장기 신뢰와 책임, 그리고 시간이 쌓이며 증명되는 레코드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됩니다.
영업은 하나의 직무가 아닙니다. 산업의 성격, 거래되는 가치, 고객의 의사결정 구조에 따라 서로 다른 논리로 움직이는 여러 개의 세계들의 집합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 지형도 중 ‘유형의 세계’의 두 번째 이야기, 우리가 가장 익숙하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국내영업의 세계로 시선을 옮겨보려 합니다. 같은 유형의 영업이라도 국경을 넘지 않을 때, 영업의 구조와 역할은 어떻게 달라지는지,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