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젠더감수성 깨우기
블랙 위도우, 여성 해방의 서사
글 : 박명호
작은숲미디어교육연구소 대표
시네리터러시 저자
오랜만에 돌아온 마블 영화 ‘블랙 위도우’로 극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개봉 3일만에 100만명이 넘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다시 거리두기가 시작된 시점에 놀라운 스코어다. 아마 코로나 시국에 가장 큰 흥행을 할 영화로 보인다.
인간의 이야기에 대한 욕망은 생존에 대한 욕망만큼이나 소중한가보다.
영화의 기본적인 결은 이전 마블영화와 다르다.
그러다보니 완성도나 액션에 대한 실망을 표하는 리뷰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완전히 다르다.
드라마적 완성도, 액션, 배우의 연기, 영화가 던지는 인문학적 의미 모두 좋았다. 기존의 마블의 결대로 만들어지길 원하는 것 역시 편견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나처럼 드라마가 더 강화된 히어로물을 원하는 관객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리고 액션도 다채롭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주도록 잘 구성되어졌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액션에서도 인물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 지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나를 설레게했던 지점은 두 배우이다.
주인공인 스칼렛 요한슨과 플로렌스 퓨, 이 두 배우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둘 중에 한 명만 등장해도 언제나 화제가 되는데, 둘이 함께함으로써 영화에 엄청난 활력을 가져다주고, 시너지효과가 커졌다.
특히 영화 ‘블랙 위도우’는 여성 서사를 중요한 모티프로 삼고 있는데, 사실 스칼렛 요한슨과 플로렌스 퓨가 출연한 작품을 보면 여성 서사의 대표적인 배우들이기도 하다.
스칼렛 요한슨의 최근작 ‘결혼이야기’부터해서 루시, 그녀까지 폭넓은 여기를 보여주었다. 플로렌스퓨는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녀의 초기작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에게 종속되는 여인이 욕망을 깨닫고 주인이 되어가는 강렬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박찬욱 감독의 ‘리틀드러머 걸’을 보면 역시나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의 모습을 멋지게 연기했다.
이런 두 배우가 한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 영화가 되고 빛이 나는데, 둘은 개개인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면서도 조화도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가 마블의 서사에서 어떤 맥락에 있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다른 마블 전문 리뷰에서 충분히 잘 설명하고 있기에 나는 인문학적 메시지에 집중을 하려한다.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의미적으로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여성해방의 서사’라고 생각한다. 표면적인 서사에서는 복잡한 갈등구조가 등장하지만, 그 이면에는 본질적인 서사가 숨겨져있고, 그것이 이 영화를 더 풍요롭게 한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초반에는 빌런에게 세뇌되어 조종당하는 위치에 놓인다.
그들에게 자유의지라는 것은 없고, 로봇처럼 조종당하고 쓸모없어지면 버려지는 소모품과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예레나(플로렌스퓨)가 세뇌해독제로 먼저 깨어나게 되고, 자신의 과거에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구원하는 이야기는 감동스럽다. 해독제로 깨어난 여성들은 자유를 얻었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한다. 그러자 나타샤(스칼렛요한슨)은 그들에게 “이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라고 조언한다.
자유의지를 갖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서사는 지금의 한국적 상황에서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서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런 구원자의 역할로써 스칼렛 요한슨과 플로렌스퓨는 유머도 잃지 않으면서 믿음직스럽게 이야기를 잘 이끌어갔다. 처음볼 때보다 두번째 볼 때 더 좋았다.
코로나로 지친 우리들에게 선물과 같은 영화라 여겨져 추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