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독서법에 대한 책 리뷰 1편
제가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작성한 글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고전을 효과적으로 읽기 위한 저만의 작성법'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그것은 본격적인 독서에 들어가기 앞서, 고전 독서의 이유와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잘 읽기 위한 준비를 갖추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고전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것은 2년 남짓에 불과합니다. 이런 초보 독자가 올바른 독서법을 논한다는 것은 당연히 옳지 않습니다. 앞으로 수많은 책들을 읽고,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고전 독서에 대한 생각이 변화할 것도 분명하지요.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고전 독서 자체를 다루는 여러 도서들을 꾸준히 읽고 공부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가는 저의 독서 철학이 점차 완성되는 것을 목표로 여러 글을 읽고, 이를 소개하면서 독자분들 역시 자신만의 고전 독서를 만들어가기를 희망합니다. 이에 따라, 한 작가의 테마를 끝낸 뒤에는 '고전 독서 자체(독서 이유, 중요성, 독서법 등)'를 다루는 책을 한 권 읽고, 그에 대한 글을 작성할 계획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고전 독서 관련 도서들 중에서도 이 책 <리딩으로 리드하라>는 베스트셀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의 저자 이지성 작가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와 중요성, 그것을 읽기 위한 방법을 책에 담아 놓았습니다. 나아가 다시 고전 독서가 유행하고, 고전의 힘으로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이미 수많은 독자들이 이 책 덕분에 고전의 중요성을 깨닫고, 자신들의 독서 경험을 소개하고 있을 정도로, 이 책은 매우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제가 이 책을 읽고 나니, 공감하기 어려웠던 지점, 공감하는 지점, 새롭게 배운 지점들이 골고루 존재하였습니다. 이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가 추구하는 고전 독서란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고, 저에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께 이 책을 추천드리며, 본격적으로 저의 생각을 풀어보겠습니다.
(1. 내가 공감하지 못한 생각들)
1. 고전 독서가 반드시 '삶의 변화'와 같은 대단한 것을 추구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무려 4개의 장을 고전 도서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설명하는 방식은 대부분 다음과 같습니다. "A라는 사람은 어릴 적 머리가 나쁘거나, 어려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가 고전 독서를 만나면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꾸준한 고전 탐독을 통해 생각하는 힘, 질문하는 힘을 길러 그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 A 씨는 우리가 다 아는 위인 ~이다." 글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우리가 잘 아는 역사 속 위인이나 성공한 기업인들이 어떻게 고전을 통해 달라졌는지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전의 위대함을 지극히 강조하는 저자의 설명에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저자의 말마따나, 인문 고전은 인류의 천재들의 삶에서 얻는 정수를 담아 놓은 책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철학과 사상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다면 우리는 엄청난 가치와 발전을 얻을 수 있는 것도 분명하지요. 그러나 저는 저자가 제시한 질문 "오늘날 우리 사회에 고전이 사라진 이유"에 대한 답이 바로 이러한 태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을 처음 시작하는 독자들은 이러한 독서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극적으로 변화시켜야만 할 것 같은 부담, 무언가 엄청난 가르침과 철학을 얻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에 사로잡힙니다. 재미도 없고, 이해도 어렵지만 그 대단한 가치를 얻고자 꾸역꾸역 책을 마무리 한 사람은, 아마 높은 확률로 고전과 멀어지는 길로 다가갔을 것입니다.
사실 교훈을 얻는 것 외에도 우리가 고전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재미는 무궁무진합니다. 엄청난 삶의 변화는 아니더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값진 시간을 얻을 수도 있고, 전혀 몰랐던 분야에 대해 접하면서 지식을 조금 확장할 수도 있고, 유명한 작품을 읽으면서 다른 문화나 역사를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저는 고전을 읽으면서 느끼는 뿌듯함 하나만으로도 고전을 읽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 목표는 독자의 추구 지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객관적인 경중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고전을 통한 삶의 변화를 지나치게 추구하는 듯한 책의 설명은 다소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2. 그가 강조한 고전 독서 방법은 지나치게 어려운 것이 아닌가 우려가 되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고전 독서 방법은 저에게 큰 당혹감으로 다가왔습니다. 그가 제시하는 방법의 핵심은 결국 '이해가 될 때까지 계속해서 부딪히고 인내하라'는 치열한 독서입니다. 예시로 나오는 성현들의 독서 방법이라는 것들도 '백독백습(100번 읽고, 100번 필사하라)'이나 '독서하다 죽어버려라', '윈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남김없이 그대로 베껴 써라' 등 도전하기조차 꺼려지는 전투적인 방법들입니다.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책을 한 권씩 통달하는 이런 방식의 독서를 시작할 수 있을지 많이 우려가 됩니다.
해설서를 멀리하라는 설명 역시 저는 다른 생각입니다. 물론, 한 권의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것은 생각하고 질문하는 힘을 기르는 너무 좋은 수업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 없이 타인의 해설만을 받아들이는 것도 올바른 고전 독서는 아닙니다. 다만, 해설서를 통해 자신의 부족함을 메꾸고, 한 권의 책에 대한 생각이나 의견이 다양할 수 있음을 알게 되는 것도 고전의 크나큰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사에 대한 설명에도 지나친 노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인문고전 독서능력은 인문고전을 날 것 그대로 치열하게 읽다 보면 저절로 생긴다.'는 말은 굉장히 많은 노력과 고통을 겪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물론, 도서가 가진 사상과 철학을 완전히 이해하여 나의 삶을 바꾸겠다는 이들에게는 적합한 방법일 것입니다. 그러나, 고전 독서를 널리 알리고 싶은, 대중을 위한 길라잡이로서는 매우 무리가 있는 독서 방법 제시라고 생각합니다.
3. 고전 독서의 목표에 대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고전을 읽는 이유와 독서 방법을 살펴보면, 저자 이지성이 생각하는 고전 독서의 목표 및 대상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자는 고통스러운 깨달음을 거쳐 고전의 본질까지 깨닫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독서를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배운 철학과 역량을 통해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제가 강조하는 독서는 고전에 거리가 있거나, 관심은 있지만 직접 읽기는 부담을 느끼는 독자들을 향해 있습니다. 교훈을 얻고 삶을 변화시키는 깊은 목표만을 고려하기보다는, 고전 독서 행위가 가진 다양한 즐거움을 발견하고, 더 많은 사람이 고전과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이 저의 독서가 가진 지향점입니다. 결국, 독서의 기본 목표가 다르다 보니, 그가 말하는 독서의 필요성과 독서 방법에 공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둘 중에 틀린 답은 없고, 초보 독자인 저보다는 저자의 능력이 훨씬 출중합니다. 다만, 현재 제가 갖고 있는 독서 철학과는 많이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어서 저와는 맞지 않았다는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2. 내가 공감한 생각들)
1. 철학고전 독서교육은 학생들 스스로 지식의 근본원리, 지혜에 도달할 때까지 왜라고 묻게 만든다.
저자는 인문고전 독서교육 중 철학고전 독서교육은 학생들 스스로가 지식의 근본원리, 즉 지혜에 도달할 때까지 질문하게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초등학교 교사로서의 경험을 꺼내며, 자신과 고전을 공부했던 아이들의 변화를 소개합니다. 공부와 담을 쌓고, 심지어 문제아로 불렸던 아이들이 철학고전을 접하고 고민하는 과정을 거치자, 지혜를 탐구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문고전을 통해 내면의 지혜를 일깨우고,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저 역시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작가의 말에 너무나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과학 분야의 책만 읽던 저를 고전 러버로 만든 궁극적인 재미는, 책에 담긴 주제 하나하나가 깊이 생각하고 토론하기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책의 핵심 주제뿐만 아니라,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여러 요소들에 대해 고민하고, 저만의 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저를 고전의 세계로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고전이라는 테마로 연재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가 고전에 담긴 생각의 즐거움을 전해주는 것일 정도로, 제가 느끼는 생각의 즐거움은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고전 책을 추천해 줄 때가 되면, 분량은 적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들로 추천합니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가장 추천합니다!) 여러분들 역시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주제들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자신만의 생각, 철학을 만들어가는 즐거움을 느끼시길 정말 바랍니다. 여러분들이 독서로 그것을 얻기 어렵다면,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이나 해설서를 보아도 좋고, 독서 토론에 나가서 이야기를 나누어도 좋습니다. 단 한 권의 책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여러 즐거움을 주며, 다양한 의견을 선물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되면 고전이 얼마나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것을 독서하는 일이 얼마나 흥미로운지 점점 깨닫게 될 것입니다.
2. 경이로운 문장이 주는 감동과 의미는 무궁무진합니다.
저자는 필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인용합니다. "책을 읽다가 자네의 영혼을 뒤흔들거나 유쾌하게 만드는 경이로운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지적 능력만을 믿지 말고 그것을 외우도록 노력해 보게나. 그러면 어쩌다 고통스러운 일이 닥치더라도 자네는 고통을 치유할 문장이 마음속에 새겨진 것처럼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음을 깨닫게 될 걸세." 이 외에도 훌륭한 문장 하나가 우리의 삶과 영혼에 주는 힘이 얼마나 강한지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저는 고전을 읽다 보면, 하나의 문장이 저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드는 경험을 자주 하곤 합니다. 몇 개의 글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표현이 나의 삶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깨닫는 순간 얻는 희열은 엄청납니다. 당신이 책에 거리가 먼 사람이더라도, 살다가 한 번쯤 자신을 감동시키는 엄청난 문장을 발견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저는 고전을 읽는 매 순간순간 그러한 감동을 느끼고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나를 감동시킨 문장을 기록하기 위해 문장을 테마로 한 글을 연재하고 있고, 그것을 SNS에 올려 누군가와 공유합니다.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이 너무 어렵거나, 주제에 대한 깊은 생각을 얻는 것이 어렵다면, 범위를 조금 좁혀 훌륭한 문장 하나를 발견하는 마음으로 읽는 것도 좋은 독서 방법입니다.
3. 통할 때까지 사색하는 독서 후 행동의 중요성
저자는 높은 수준의 고전 독서와 낮은 수준의 독서를 구분하는 것은 결국 독서 이후의 사색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아무리 책을 반복해서 읽고, 정성 들여 필사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숙고와 사색 단계가 없다면 고전이 가진 대부분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책에서도 "동양의 천재들은 하나같이 진정한 인문고전 독서는 사색에 있고, 사색이 빠진 인문고전 독서는 헛것이요, 가짜라고 생각했다."라고 할 정도로 결국 모든 것이 사색으로 향한 과정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생각하는 힘, 지혜와 관련된 모든 부분이 깊은 사색의 과정을 통해 완성됩니다.
저에게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과정과 그것을 글로 표현하여 독자들에게 연재하는 행위는 책에 대해 깊이 사색하는 저만의 과정입니다. 타인을 고려한 글쓰기를 하다 보면 읽을 때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부분이 눈에 띄기도 하고, 어렴풋이 머릿속에 잇던 것을 기록하여 점차 생각을 구체화할 수 있습니다. 혹은 토론을 통해 다른 생각을 듣고, 그것에 대해 고민하며 나의 생각을 완성해 나가기도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저는 사색의 단계, 숙고의 단계를 정말 잘 활용하고 있는 독자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책을 읽으며 얻었던 번뜩이는 생각과 감정을 사라질 머릿속에만 두지 마세요. 글을 통해 영원히 기록될 자료로 남겨둔다면, 여러분의 삶에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3. 독서를 통해 새롭게 배운 생각)
1. 인문 고전 독서는 타인과 사회를 향한 사랑을 궁극적 목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문고전은 세상에 아름답고 착한 일들이 넘쳐나도록 하기 위해서, 특히 사회적 경제적 약자들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기 위해서 읽는 것이라는 율곡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다." 저자 이지성이 특히 강조하는 부분은 고전 독서 행위가 타인과 사회를 위한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고전을 통해 얻은 생각하는 힘, 철학하는 힘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 작가가 가진 이상입니다. 진정한 인문고전 독서가라면 사회를 위해 자신의 철학을 사용하는 것이 진정한 기쁨이며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통해 독서가 가진 사회적 의미에 대해 새롭게 배웠고, 제가 가지고 있던 독서 철학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독서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즐거움과 흥미를 위한 '이기적' 과정입니다. 그렇기에 유명한 고전을 읽어보았다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소리를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런데 작가가 가진 철학을 보면서 저의 독서가 지극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위대한 성현들이 그렇게 투쟁의 경험을 통해 고전을 읽으려 했던 목적이 사회 기여에 있다면, 쉬운 독서만을 강조하는 저의 고전 철학은 무척이나 어리석어 보입니다.
여전히 더 많은 사람들에게 편하고 즐거운 고전을 전해주고 싶은 마음은 강합니다. 그러나, 제가 추구하는 독서가 사회적 의미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자신의 깨달음을 나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사회를 향한 사랑으로 나아가는 방법이 무엇인지는 끝없이 고민하고 싶은 질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이 과정을 통해 제가 꾸준히 고민해야 할 중요한 질문 하나를 얻었습니다. 다시 사색의 과정을 거치면서 저의 독서 철학을 더욱 완성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