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체험단으로 만난 사장님이 나를 기억하다.
"안녕하세요? 블로거인데요!"
"아.. 네..."
"저 혹시... 오늘 체험 가능할까요?"
"음... 어... 네 가능하세요."
"네 그럼 저녁쯤에 찾아봬도 될까요?
"언제쯤 오 실 건가요?"
"음... 한 7시쯤 괜찮으신가요?"
"네. 괜찮아요!"
"그럼 오늘 저녁 7시에 뵐게요!"
"네 감사합니다."
"나는 블로거다."
블로그를 1년 남짓 운영해오면서
쏠쏠한 재미를 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체험단으로 선정된 후
사업체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체험을 한 후 내 블로그에
솔직한 후기를 남기는 것이다.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방문을 하다 보면,
가끔은 지나칠 정도로
솔직하게 쓰고 싶은 충동도
이따금 느끼지만,
늘 과함은 모자람보다
나을 것이 없기에
그 나름대로의 솔직함과
절제된 표현으로 감정을
조금씩 다듬어 글을 올리곤 한다.
이제까지 체험단을 경험하면서
기분이 나빴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오히려 늘 분에 넘치는 대접을 받아
이 감사함을 어떻게 보답할까?라는
고민이 늘 앞서게 된다.
어찌 보면 블로거 체험이라는 것이
가게 홍보 그러니까 마케팅을 부탁받고
글을 쓰는 것인데 다른 이에게
속임수를 써서 글로 사람들을 유인해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런 경우도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내 경험에 따른 내 대답은
당연히 "No!"
블로거라는 크리에이터를 직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거액의 대가가 따를 테니
그에 따른 어느 정도의 트릭은
예상 가능하지만,
나처럼 아주 영향력이 적은 블로거에게
체험단에서 주는 보상은
작게는 2만 원에서 많게는 5만 원 정도가
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방문했던 가게에 가면서
나는 작은 다짐을 했더랬다.
아... 혹시나... 맛이 없거나
양심에 가책이 생긴다면,
그냥 돈 내고 오자...
그리고 죄송하지만,
체험은 다른 분께 양도한다고
체험단 운영진에게 양해를 구할
생각으로 각오를 다졌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사실 기우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제까지 내가 만난 사장님들은
대부분 한결같이 장사를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픈 분들이었고,
장사를 처음 하시는 소위 초짜는 아니셨다.
대부분 최하 2~3년은 영업을 잘하시던
사업장의 대표자셨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손님이 떨어지고,
젊은 2~30대들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처럼
SNS를 통해 맛집 정보를 구하기 때문에
어찌 보면 그들이 보는 스마트폰이라는
매체에 광고를 의뢰한 것이라 보면 된다.
나는 아주 단 시간이지만,
그들에게 고용이 되는 셈이다.
어떤 이들은 '공짜니까 좋겠다.'
'식비도 줄고 좋겠다.' 등의
부러움이 섞인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리고 딱히 좋은 것은 아니다.
무엇인가가 정말 나에게 좋은 것인가?를
판단할 때, 김창옥 교수님의 강의에서
이런 비유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이
정말 좋은 것인지 알고 싶으면,
이게 하기 전에 좋은 것인지
아니면 하고 나서 좋은 것인지
알아보면 돼요!"
"예를 들면, 우리가 배가 부른 상태에서
콜라를 마신다고 할 때 어때요?
콜라는 마시기 전이 좋죠?
콜라는 마신 후에 속이 더부룩해요."
"그럼 운동은 어때요?
하기 전엔 막 하기 싫죠?
근데 하고 나면 어때요?
너무 잘했다 싶죠?
저에게 블로그 체험은 사실
일과 같이 느껴진다.
그럼 안 하면 되지...
왜? 블로그 체험을 신청해서
선정되기까지 기다리고,
또 선정이 되면 좋아하는
그 감정은 뭔데?라고 하면
나는 좀 더 상세히 설명해줄 수 있다.
일단 나는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썩 유쾌하지 않은 사람이다.
일이 아닌 경우에는 더구나!
배달 주문을 하더라도
앱으로 사실 간편하지도 않은
배달 주문을 하는 게
집에서 전화를 거는 것보다는
편하게 느껴지고,
모르는 걸 알아봐야 할 때
다른 이에게 전화를 걸어
뭔가 해야 할 땐 이상한 스트레스를
받는 걸 느끼곤 한다.
물론 그것이 일이 되면,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바뀌어서 외향성 가득한
비글이 되곤 하지만,
이런 내 안의 나는
내가 너무도 많아
늘 좋음과 싫음의 경계에서
이럴까 저럴까
고민을 하곤 한다.
그래서 블로그 체험은
가기 전에는 선정이 돼서 딱 좋은데
체험 연락을 하면서부터는
또 적응을 해야 하는 일이 된다.
그리고 먹을 때에는 사진과
영상을 많이 찍어두어야 하니
맛있는 음식을 두고
이리 찍고 저리 찍어야 한다.
이 부분 역시 나의 성격과
맞닿아 있는 부분인데
한번 시작하면 그래도 끝을 봐야 하는
성격 탓에 대충이 없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건 맛있는 음식을
먹는 행복한 일이 아니라
음식을 맛있어 보이게 하려는
나의 처절한 노력으로 바뀐다.
물론 이 고통은 음식을 입에 넣는
그 순간부터 곧바로 사라지는 것이기에
바로 행복해진다.
그런데 또 하나 더 행복한 건
처음 보는 사장님과 용기를 내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가게의 사정을 알게 되고,
밥 한 그릇이라도 더 팔고 싶은
사장님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사진에 나온 참치를 파는 가게는
일전에 한 번 체험을 하러 갔다가
만나 뵌 분이었는데 한참이나 시간이 흘렀지만
나를 잊지 않고 계셨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가게를 오픈하게 되어
연락을 준 것이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새 건물에서 영업을 하시게 되어
기쁜 마음에 찾아갔는데
사정을 듣게 되었다.
"사장님 가게 위치가 바뀌었네요.
요 근처에서 한참 찾아 헤맸네요.
새 건물에서 영업하시니까
얼굴도 좋아지신 것 같아요."
"아이고.. 말도 마이소...
그전에 하던 가게에서 전동 킥보드를
밤에 충전했는데 불이 나는 바람에
그 전 가게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예~"
"세 들어서 장사했는데 집주인이
나가라 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잖아예~"
"아이고.. 너무 마음고생하셨겠다..."
"우짭니까...."
"그르니까예... 우짜겠습니꺼...
뭐 더 좋은 일 생길라 카는갑지예..."
"예! 사장님 대박 나실 거예요. 힘내세요!"
"예, 고맙습니데이... 그때 글을 너무 잘 써주가꼬
늘 기억하고 있다 아입니까..."
"아이고.. 제가 뭐 한 것도 없는데
기억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이렇게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또 한 인연이 맺어진다.
어찌 보면 그냥 주는 음식이나 대충 먹고
사진 찍어서 글 올리고 나가면 그뿐이지만,
새로운 관계 속에서 스토리를 듣게 되고,
또 새로운 사람과의 인연이 만들어지니
나에게 블로그 체험은
이렇게 좋은 글감이 되어주기에 충분하고
중독될 수밖에 없는 마약과 같다.
그래서 하기 전에 좋은 것인지
아니면 하고 나서 좋은 거냐고 물어본다면,
나에게 블로그 체험은
"기쁘고, 힘들고, 어렵고,
아프고, 맛있고, 행복하고,
고맙고, 부담스럽고, 무겁고,
힘들고, 뿌듯하고, 어렵고"의
무한 반복이라서 좋은지 아닌지 판단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 것 하나는 확실하다.
그것은 바로 "나는 지금 블로거로서 충분히 행복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