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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an de TJ Jul 13. 2023

삶이 고달프신 적이 있나요?

경솔한 후배야, 너 T 지? 너는 나를 불편하게 하는 거 아니?

*글 중에 MZ로 표현한 부분은 특정 대상을 생각하며 일반화시켜 작성된 부분임을 미리 밝힙니다.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더구나 서로 독립적인 개체이면서도 조직을 이루며 상하관계가 확실한 직장에서는 더더욱 중요하다.


상대는 너그러운 마음과 열린 자세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데 이해가 안 된다는 식으로 상대를 비꼬는 것도 아니고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라 하더라도 예의 없이 눈치 없게 치고 들어오는 질문은 더더욱 사회생활에서는 하지 말아야 할 금기다.


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있어서 후배 녀석과 함께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술 이야기가 나와서 서로의 취향을 물어보는 기회가 있었다.


나 역시 술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어떤 술을 좋아하느냐고 물었고,


와인과 위스키를 좋아한다는 후배는 소주는 화학주라서 화학주 특유의 냄새가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도대체 소주를 무슨 맛으로 먹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 역시도 와인과 위스키에 관심이 많은지라 술 이야기를 하다가 말미에는 네가 지금은 "소주"를 싫어할 수는 있지만, 나중에 소주를 좋아할 때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그러자 그 후배는 "언제 소주가 좋아지나요?"라고 따지듯 물었다.


나는 "삶이 고달파지는 때가 되면, 좋아지기도 하지! 나도 그랬지만 나이가 들수록 소주가 참 소울이 있어!"라고 또 답한다.


"그럼 선배는 삶이 고달프신 적이 있나요?"


"............................."




왜 없겠냐? 녀석아...  

서른이 넘었다는 녀석이

한참이나 나이가 많은 상대와

대화를 한다는 수준이 참....

이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너를 볼 때마다

MZ세대라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참.... 그렇다...


근데...    너 T 지?




후배와 불쾌했던 대화를 기억하면서,

불쾌한 감정이 하루를 지나 일주일째 지속되었다.


이 불쾌한 감정이 왜 생겼을까?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개인의 문제도 있었고,

그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소위 MZ세대를 향한 기성세대로서의 분노가 일었던 것 같다.




소주가 어떤 술인가?


급하디 급한 빨리빨리 정신으로 6~70년대의 대한민국을 만들고, 그 대한민국의 아버지들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새벽 해가 뜨기 전에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게 한 박카스와 같은 존재였다.


지금이라고 다르겠는가? 워라밸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바쁜 시즌에는 야근에 시달리며 직장에서의 과중한 업무에 치이는 직장인들과 지금처럼 덥고 습한 날씨 속에서도 생계를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열심히 살아가는 소상공인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소주인데...


뭐... 고생을 모르고 살아온 젊은 세대라면 그럴 수 있다.


그의 부모세대는 그의 자식세대에게 고생을 시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을 수 있고, 큰 어려움 없이 삶을 살아온 생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소주를 폄하하지 마라!

네가 싫어하는 그 화학주, 그 소주맛으로 하루를 간간히 버텨내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왜 그런 시도 있지 않느냐!

연탄재 발로 차지마라고....




소위 MZ세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으며, 조직사회에서 MZ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들의 눈이 곱지 않다.

나 역시도 2030 세대일 때가 있었고, 지금의 MZ세대들이 불만을 가지는 부분이 있듯이 나 또한 기성세대를 탓하며 우리 세대를 인정해 주지 않는 듯한 그들의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해 본 경험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들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를 해보려 부단히 노력을 해보지만, 변화하는 세상의 분위기 속에서 "나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 하는 꼰대 마인드를 장착해 본다.


"그래 나는 꼰대다~!" 나이 들면 다 꼰대가 되는 거지...


일 처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일을 더 하려 하지도 않아서 결국엔 돌고 돌아 우리 세대에게 업무부담이 전가되고 있는 걸 그들은 알까? 싶은 생각에 얄밉게 9시 칼 출근 6시 칼 퇴근을 바라보며 마음속에서는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걸 간신히 참아본다.


그들의 개성과 특징을 이해해 보려 임홍택 작가님의 "90년생이 온다"라는 책도 읽어보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으로 젊은 세대들을 이해해보려 했다. 유튜브 숏츠와 인스타그램 릴스 피드를 보며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들을 학습하며, 그들의 심리와 관심분야를 찾아본다.


흥미로운 주제들도 많고, 즐거운 요소들도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을 살펴본 결론은 "그냥 철이 없다!"라는 것이다.


내 눈에 비친 그들은 늘 분에 넘치는 소비를 원하며, 그들이 동경하는 것은 일하지 않고 놀고먹으며 재미있게 사는 것이다. 물론 걔 중에는 정말 올바른 마인드와 빠른 실행력으로 기성세대 못지않게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심지어 배우고 싶을 정도로 존경스러운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런 이들은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불안한 미래를 보며 그저 현재 눈앞에 놓인 행복과 당장의 편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큰 것 같아 보인다.


그리고 조금 불리한 상황이 되면, 별것도 아닌 논리를 들먹이며 그들의 행동과 말과 생각을 정당화하려 한다.

자신은 조금도 희생하거나 손해 보려 하지 않고, 조직과 주변인들을 배려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권리만을 외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기성세대들에게는 갑자기 나타난 혜성처럼 MZ세대들이 소비와 생산의 주체로 떠오르면서 사회분위기는 물론 조직분위기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나 또한 그들이 맞다고 생각하는 논리가 맞을 수 있고, 일부분 그들의 논리에 동감하는 부분도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조직과 사회에는 이미 서로 간에 암묵적으로 합의된 기준과 관행, 관습이 있다.


새로운 문화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기존의 문화가 배척되거나 폄하될 이유도 없는 것이다.


소위 그들에게는 그들의 논리가 있고, 기성세대에게는 기성세대들만의 논리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단지 나이가 많으니까 한 살이라도 많은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무조건 이해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기성세대에게 이래라 저래라할 권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냥 기분이 상했다.


공감받지 못한 후배의 한마디에 무시받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네가 문제가 아니겠지!

결국 내가 문제겠지라는 결론이 싫다.


바꿀 수 있는 건 나 자신뿐이니

스스로를 문제라 생각하는 것이 마음 편하지만,

미성숙한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필요는 없으니까

온라인 대나무숲인 브런치에서 주절주절 써본다.




그렇다고 그 후배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냥 마음 편하게 살 친구에게 결국 말해봤자 나만 손해니까...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다르니

이런 나의 생각에 공감할 수도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아니 심지어는 가만히 있는 MZ를

욕하지 말라고 공격당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도 후배에게 말 못 할 모욕감을 느끼며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을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제발 부탁하고 싶다.


"우리도 상처받고 우리도 존중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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