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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an de TJ Apr 10. 2023

첫 라운딩, 머리 올리면 생기는 일(1)

골프장이 처음이라 죄송합니다.

세상이 분홍분홍하다!

오지 않을 것 같던 봄이 왔고,

짧지만 강렬하게 지나가고 있다.


나의 생에서 꽃을 눈에 담으며,

근심걱정 없이 시간을 보낸 일은

다시 생각해도 참말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물론 우여곡절이 많은 하루였지만 말이다.


오늘은 머리 털나고 처음으로 골프장에 가본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벌써 부끄러움이 눈앞에 마중 나와 낄낄때고 있는 모양새다.




먼저 골프를 시작했을 때부터 이야기를 해야겠지?


처음 골프를 배우다 보니 다른 사람들처럼 나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물론 지금도 우여곡절이 참 많다.)


가만히 있는 공을 작대기로 쳐서 원하는 곳에 보내면 되는데

이렇게 세상 쉬운 일이 세상 어렵고 힘든 일이 될 줄이야!

처음 시작할 때 만해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나는 잘할 것이다.

나는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괜찮겠지...

하는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 온몸을 휘어 감쌀 때

나는 갈비뼈, 그러니까 7번 늑골에 실금이 갔다.


그리고 나는 자숙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다시 슬슬 시동을 걸었다.


얼마 전 함께하던 술자리에서 갑자기 골프 이야기가 나왔고,

아직 머리도 올리지 못한 내 이야기가 술안주가 되면서

다 같이 골프장에 가자고 이야기가 된 것이다.


머리를 올린다는 건 

필드! 그러니까 야외골프장에서 처음으로 티샷에서 공을 올려두고 라운딩을 한다는 이야기이다.


말 그대로 처음 골프장에 가본다.


'머리 올린다'라고 하는데 보통은 연장자나 먼저 많이 다녀본 파트너가 비용부담을 하고, 머리 올리는 사람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선물을 준비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도 사회생활을 잘했을 때 들을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요즘은 무조건 N분의 1로 더치페이하는 분위기라며 머리 올려주는 건 꿈도 꾸지 않았다.


더럽고 치사하다는 더치페이니,

어쩌랴! 그간 나의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었음을...

깊게 뉘우치고 언제부터인지 모를 그 옛날부터 쌓인 청구서가 내게 온 것이라 생각해 본다.




여차저차 내 돈 내고 내가 치는 골프이니 누구 눈치 볼 것은 없어 좋았다.

같이 가는 사람들 역시 1명을 제외하고는 기껏 10번 정도 가본 친구들이라 부담이 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처음 필드에 나가는데 마음 불편하게 윗사람과 가면 자칫 분위기도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차라리 잘 된 일이라 스스로를 위로했다.


처음 가보는 골프장이니 시간을 넉넉히 두고, 미리미리 갔었어야 했는데!

아뿔싸! 같이 가기로 한 녀석이 출발시간보다 한참이나 늦게 오는 바람에 급하게 가야 했다.


그 녀석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던지라 하염없이 기다리다 보니

연신 미안하다며 인사를 하는 친구에게 뭐라 할 순 없고,

급하게 차를 몰고 골프장으로 향했다.


마음은 급한데 골프장 티가 잡힌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부모님 상이 아니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국룰이 있다는 얘길 들으니

이것 참... 접대의 목적이 있는 골프였다면, 

이건 그냥 망했다고 보면 되는 거였다.


내 돈 주고 내가 즐기는데도

시간은 칼같이 지켜야 하고,

우리 팀을 기다리는 캐디님에게도

그냥 민폐가 이만저만 삼만인 상황!!!


다행히도 한 녀석이 따로 가기로 했던지라

먼저 도착해서 모든 준비를 마쳐주었고,

우리는 시간만 맞추면 편안하게 공을 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간은 맞췄냐고?





예약한 시간이 시작되기 10분 전에 주차를 하고,

미친 듯이 뛰어 겨우 시간을 맞추었다.


시간 맞춰 오느라 애간장이 다 타버렸던 녀석은

정말 미안하다며 계속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럴 때마다 괜찮다며, 아무것도 모르니 상관없다고

이 말은 열 번은 넘게 말한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골프장의 잔디를 처음 밟게 되었는데

왜 그토록 수많은 회장님들 사장님들이 필드 가서 공을 치려고 애썼는지 알 것 같았다.


참으로 다른 세계!


그저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른 곳이었다.

어찌 보면 그냥 휑한 잔디밭과 드넓은 평야와 언덕이 전부인데

사람의 마음이 간사해서였을까?


지금 골프장 잔디 위에 서있는

나는 뭔가 초대된 사람이고, 

비싼 돈을 내고 

잠시 이 멋진 공간을 쓰는 아주 소중한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다들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처음이기도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너무 없다 보니

간단히 캐디님과 인사를 나누고, 정신없이 게임이 시작되었다.




친구 녀석이 캐디님께 간단히 인사를 나누는데 참 재미가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캐디님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오늘 저희 연습 중인 캐디님 계셔서 둘이서 같이 도와드릴게요!"


" 아! 네 감사합니다. 잘되었네요. 안 그래도 오늘 저희 처음 머리 올리는 사람이 있는데 잘 부탁드립니다."


  "네 잘해드릴게요~!"


"저는 지금까지 한 천 번 왔고요! 요기 옆에 친구는 7번 왔고요. 니는 얼마나 왔냐?"


"나? 음... 한 4번 왔던 거 같은데?"


"네... 저 빼고는 다 초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럴 수 있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제히) 죄송합니다."


(다음 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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