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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an de TJ Sep 05. 2023

셀프로 준비하는 생일케이크

아름다운 노부부의 어른답게 사는 법

햇살이 좋은 날, 자그마한 케이크 가게에

한 노부부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문이 스르륵 열리며,

땡~땡~ 기분 좋은 종소리가 울리면서

유리문이 열립니다.


"안녕하세요!"

긴 머리를 묶은 여사장이

반갑게 웃으며 맞이합니다.


"수고하십니다!"

낮은 목소리 너머로 신사의 친절한 마음이

인사말에서 전해집니다.


"어머~ 여보!  여기 정말 예뻐요."

"사장님도 너무 예쁘시네요."

밝은 피부톤이 나이에 비해 밝아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숙녀도 말을 예쁘게 건네었습니다.


여사장이 친절히 다시 말을 건네봅니다.

"저희 가게는 미리 예약하시면, 원하시는 날에 수제로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드려요."

"혹시 원하시는 디자인이 있으신가요?"


신사와 숙녀는 서로를 마주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습니다.

"아! 디자인은 벌써 SNS에서 둘러보고 왔어요.

케이크가 너무 이뻐서 아무거나 해도 예쁠 것 같아요."

"사실 우리가 여기 근처에 살아서 이 근처를 자주 지나다니다 보니 가게가 너무 이뻐서 케이크도 맛있을 것 같아서 찾아봤어요. 호~호~호~"


숙녀는 부끄러운 듯 웃는 입을 가리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사실 이이가 이번주 토요일에 환갑인데 환갑 때 축하할 케이크도 주문되나요?"


숙녀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여사장에게 물었습니다.

"네! 그럼요~ 가능하세요."

"그럼 혹시 마음에 드셨던 디자인이 어떤 게 있으셨을까요?"


숙녀는 미리 숙제라도 하고 온 학생처럼

신나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난 이거 새하얀 케이크에 얼굴 그림이 들어간 게 좋더라고요."

"글자도 넣으면 좋을 것 같고... 여보도 괜찮죠?"


"그럼~ 당신 좋은 데로 주문해요!"

점잖은 미소를 보이는 신사의 주름은 조금 더 짙어졌습니다.


"에이 ~ 당신도 참... 당신 생일인데 당신 마음에 들어야지.."

수줍게 숙녀가 말을 이어갑니다.


"난 당신이 하는 건 다 좋아!"

신사는 쑥스럽게 느껴졌는지 괜히 머리를 만지작 거립니다.


"그럼 여보! 우리 이렇게 하자!"

신이 난 숙녀는 여사장에게 말을 이어갑니다.

"사진을 보여드리면, 이렇게 그려주실 수 있나요?"


"그럼 어디 한 번 볼까요?"

여사장이 몸을 숙녀 쪽으로 기울이며 숙녀의 핸드폰을 바라봅니다.


사진 속에는 사람 좋은 미소를 한 신사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평소 얼마나 밝고 긍정적으로 살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얼굴이었다고 할까요.


"너무 멋지신데요! 사진을 보내주시면, 최대한 비슷하게 그려볼게요."

"원하시는 문구가 있으신가요?"

여사장이 결심을 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숙녀가 말을 이어갑니다.

"주말에 우리 아이들이 올 거니까 '우리 아빠! 3번째 스무 살을 축하드려요!"로 해주세요.


여사장이 의아한 듯 조심스레 물어봅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보통 환갑이시면 자녀분들이 케이크를 준비하시지 않을까요?"


숙녀는 손사래를 치며 말합니다.

"아~ 안 그래도 우리 며느리가 케이크 사 온다고 했는데 내가 하지 말라고 했어요."

"멀리서 몇 시간 동안 운전해서 오는데 오는 것도 감사한데 가까이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해야죠."


여사장은 감동한 듯 눈이 흔들렸습니다.

"오~~ 정말 대단하세요. 어쩜 자식들에게 그렇게 배려를 해주실 생각을 하셨어요?"


신사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을 이어갑니다.

"우리는 시간도 많고 편하게 지내는데 자식들은 힘들게 시간 내어서 내 생일 축하하러 와준다는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지요."

"그리고 요즘은 내 마음에 쏙 드는 예쁜 케이크를 생일에 먹으려면 셀프주문은 필수 아닙니까?"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여사장은 두 손을 모으며 부부에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두 분 너무 멋지셔요! 제가 정성을 다해서 맛있게 케이크 만들어 놓을게요."

"그리고 소중한 날 저희 케이크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숙녀가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니에요. 우리 집 주변에 이렇게 이쁜 가게가 생겨서 얼마나 좋은데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네! 그럼요~. 토요일에 뵐게요~!!"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나와는 다른 이를 존중하며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일지 모릅니다.


그 상대방이 남이 아닌

사랑하는 가족일수록

더 아끼고 사랑하는 것!


부모는 자식에게 효도를 받아야 한다는

권리의식에서 벗어나 자식을 먼저 생각하며

무한 사랑으로 자식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일!


당연한 일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음을 알려준

노부부의 좋은 어른으로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좋은 어른이 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서로를 믿어주고 서로를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디즈니의 물과 불의 사랑이야기만큼

어렵지만 신비롭고 위대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뜨겁게 사랑함으로써

좋은 어른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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