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영원히 산뜻하지 못한 건 아마,
만개한 꽃들이 그 생기를 잃어가기 때문이겠지.
여름이 이토록 푸를 수 없는 건 아마,
세상 모든 것엔 끝이 있기 때문이겠지.
떠나가는 마음을 붙잡아두려는 건,
꽃잎 더러 떨어지지 말라고 하는 것과 같겠지.
녹음 더러 영원히 푸르길 바라는 것과 같겠지.
가을에 언제나 아쉬움이 남는 건 아마,
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미련들이 나를 뒤로 붙드는 거겠지.
겨울이 영원토록 새하얗게 보일 수 없는 건 아마,
곧 다시 마주할 봄을 기약하고 있기 때문이지.
이미 떠나가버린 나 마음을 붙잡는 건,
낙엽 더러 색을 잃지 말라는 것과 같겠지.
눈송이 더러 녹지 말라는 것과 같겠지.
한 차례의 계절들이 지날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때까지 너무 고마웠다고,
덕분에 어두운 밤에 외롭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밖에.
너무 행복했으니,
이젠 그 행복했던 추억을 꽁꽁 싸매어 간직하고,
너는 예쁘게 풍선에 리본 달아 저 멀리 보내줄 수밖에.
이젠 네가 나에게 해주었던 것처럼,
저 멀리 여름밤에 홀로 서글퍼할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주지 않겠니?
* * *
초등학교 5학년, 6학년
그리고 중학교 1학년, 2학년을 보내오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것은 너무 많이 바뀌었다.
그때는 한 가지 우물을 파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 하나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져서 완벽한 성과물이 있는 게 생산적인 일이고, 난 나의 취미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자꾸 바뀌는 게 지겹도록 싫었다.
뭐 하나 제대로 끝나지도 못하고 자꾸 다른 걸 하고 싶어 했고,
나는 그런 나 자신이 인내심이 없고 끈기가 없는 거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건 늘 바뀌고, 나는 가장 끌리는 걸 선택하면 된다.
원래 좋아하던 게 이젠 감흥이 좀 덜할 수도 있고,
평소에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 갑자기 흥미로워질 수도 있다.
그럼 나는, 떠나가려는 것들은 예쁘게 풍선 달아 보내주는 수밖에 없다. 이때까지 즐겁게 해 줘서 고맙다고, 외로운 밤에 날 위로해 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면서 그렇게 하나하나 떠나보낸다.
그러니 이젠 그것이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