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듯 집은 불이 꺼져 있었다.
불을 켜려다가 그냥 놔두었다.
가방을 방에 내려놓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맨발이 바닥에 닿는 소리가 텅 빈 이 공간에 울리고,
아무런 생각 없이 집안을 서성인다.
한 발자국씩.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이 고요함을 깨보려 핸드폰을 켜본다.
소리를 최대로 올려도 혼자 있는
이 공간을 채울 수 없는 것 같아 다시 화면을 덮었다.
내가 소리를 내면 괜찮아질까,
혼자 흥얼거려보기도 한다.
저편 건너에서 울려 돌아오는 소리가
나라는 사실이 나를 무겁게 짓눌러
공허한 집의 메아리가 나뿐이라는 생각에
그것마저 멈춘다.
이 모든 게 부질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도 그걸 반복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와줄 때까지.
어쩔 수 없었으니까.
근데,
그래도 가끔은 누군가가 그곳에 같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어딜 가도 나와 함께 있을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근데 어느 순간에는 또 모르겠다.
내가 어떤 기분인지 나조차도 분간이 안되고
하루에 몇 번씩 바뀌는 이 감정의 파도에 몸을 맡긴 채 집안을 떠다녔다.
그래도,
지금은.
나와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있어주었으면 좋겠다.
아직은 어렸고,
아직은 불안정했다.
13살이어도,
아니, 13살이어서
혼자 있는 게 외롭고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