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적당히 행복하고 우울한 하루]

by 서란

영원히 우울하기도 피곤하다.

새벽까지 수행평가 준비하고 매주 리셋되는 학원숙제, 내신까지 쉬지 않고 준비했다. 의도도, 목적도 없이 그저 오늘이 빨리 끝나길 바라는 날들을 지나 결국 정신을 차려보니 학년 말이었다.

12 월에 마지막으로 기말고사가 끝나이후 SNS도 다시 접속하고, 게임도 하고, 가족들과 시간도 보냈다. 다시 생각해 봐도 인터넷 세상에 매몰되었던 시간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나의 하찮은 보상심리 때문에 일상의 루틴이 깨졌고, 그걸 다시 회복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공허함과 우울.
왜인지모를 상실감과 불안에 휩싸여 길은 즐겁지도, 딱히 행복하기도 않다.
학교에서 아이들이랑 숨 넘어갈 듯이 웃다가 아무도 없는 집에 오면 방금 전의 모든 웃음과 그 소리가 가식적으로 변한다.
그러다가 다시 학교에 가면 절로 웃음이 나고, 저녁을 맛있는 걸 먹으면 금세 다시 행복해져 버리고 만다.

행복은 슬픔처럼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좀 예고라도 해주고 오지. 우울해지고 싶은 날에, 가끔은 나 자신이 어딘가에 깊이 매몰되고 싶을 때, 꼭 그럴 때 행복이 불쑥 나타나버린다. 그 잠깐의 기쁨이, 그 순간의 웃음이, 수면 아래에 잠식되어 있던 나를 끌어올린다.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건지, 짜증이 나야 하는 건지. 가끔은 나도 헷갈린다.


계속 행복하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지만, 영원히 우울과 불안에 잠식되어 사는 것도 너무 힘들고 피곤한 일이다. 그러니 오늘도 적당히 행복하고, 적당히 우울한 하루를 살자.




keyword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