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물방울 하나]

by 서란

내가 이전에 실패를 많이 안 겪어본 탓일까.

꽤나 오랜만에 겪어본 실패가 더욱 쓰라리게 느껴지는 탓일까.

이번에 진짜 잘하고 싶었는데.

준비도 진짜 많이 해갔는데.

나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고 자꾸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냥 내 미련 일뿐인 건가 싶다.

남들은 다 잘하는데 나는 못하는 것 같고.

아니, ' 못하는 것 같고 ‘ 가 아니라 실제로도 '못하는 거다'


자꾸만 외로운 생각이 든다.

나만 뒤처지면 어떡하지.

다른 애들 다 잘하는데, 나만 도태되면 어떡하지.

내가 이곳에 있을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내 실력이 안 좋으면, 아이들이 날 안 좋아해 주려나.

내 결과가 안 좋으면, 더 이상 나랑 친구 하기 싫어하려나.

겉만 번지르르 해보이는 애였던 게 들통나 버려서 어떡하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잠시 생각의 시선을 옮기기로 했다.


‘나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 나 조금만 더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내 한계가, 내 노력의 최대치가 이 정도까지 일까 봐 두려웠다.

더 노력해도 내가 이 정도까지가 최선인 사람일까 봐 무서웠다.


계속된 후회와 원망, 그리고 자책은 나를 더 힘들게 만들 게 뻔하니까 그 대신 내가 나를 먼저 믿어주기로 했다.

나를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친구도,

나를 항상 사랑해 주는 가족도,

나만큼 나를 더 믿어줄 순 없으니까.


설령 다음에도 똑같은 이유로 힘들어하더라도,

다음에도 잘 못해도,

언젠간 빛을 발할 것을, 나는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어쩌면 내가 느낀 '실패'는, 사실 실패가 아니라 그냥 장난 많은 신이 내 잔잔한 일상에 딱 한 방울 떨어뜨린 물방울일지도 모르겠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