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 형제_
파 뿌리 한 조각이면 되었을 것을

by Carry

영화 엘리시움에서
2154년 하늘에 떠 있는 엘리시움은
황폐해진 지구가 아닌 상위 1%의 부자만이 거주를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지구이다.

이 곳은 모든 질병도 고쳐주는 힐링 머신이 각 가정에 있다.
이 힐링 머신은 골절, 백혈병, 암도 순식간에 고칠 수 있고
그곳의 시민권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좁은문’ 이다.

성경에서 낙타가 바늘보다 들어가기 어려운 그 문을
엘리시움의 선택받은 부자 1%들이 그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살고 있는 곳이다.


2020년 세계적인 Covid-19를 경험하며,
사람들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고,
나 역시 생존을 위한 마스크 한 장과 가족을 위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그 줄에 동참해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의 생존에 대한 욕구, 질병에 대한 두려움 등을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씁쓸하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재력과 권력이 없으면, 면역력이라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주변에 재력과 권력을 갖춘 마음이 따뜻하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는 ‘밥 친구’는 제약사에서
마스크를 상자로 보내주었다고 하였다.

나는 엘리시움의 내용을 이야기 해주며 앞으로 그런 미래가 올 것 같다_라며
허탈한 미소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씁쓸한 걱정을 하는 나에게
그는 ‘택배회사 뒀다 뭐해. 내가 보내주면 되지!’ 라고 흔쾌히 말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 이야기가 있다.

故 이어령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는 파 뿌리 하나면 충분하다’ 라고 하셨다.

소설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Mikhailovich Dostoevskii)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살면서 선행을 베푼 적 없는 인색한 노파가 지옥에 갔다.

지옥 불에 빠져 허우적거리는데
수호천사가 그 노인을 가엽게 보고 하느님께 간청을 한다.

‘생전에 저 노파가 거지에게 파 한 뿌리를 준 적이 있으니 선처 해달라고

하느님은 그 노파가 파 한 뿌리를 붙잡고 천국에 오는 것을 허락하신다.

평생 인색했지만
그래도 파 한 뿌리의 작은 선행이라도 했으니,
그것을 기억한다고 하신 것이다.

노파는 신이 나서
파 뿌리를 붙잡고 지옥 불을 빠져나오려는데,
그걸 본 다른 사람들도 ‘살려달라’고 그 파 뿌리에 우루루 아귀처럼 달라붙는다.

노파가 달라붙는 손길을 밀쳐내며 소리친다.

'놔!이거 내 파 뿌리야!’

그 순간 파 뿌리는 후드득 끊어지고

모두 지옥 불에 떨어졌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는 수사가 되려는 막내아들 알료샤를 통해
자신이 존경하는 신부가 죽고,
그 몸이 썩자 매춘부를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이 있다.

‘내가 수사가 되기는 글렀다. 고결한 성인도 저렇게 되는데,
나는 이미 죄인이니 글러 먹었다’

그때 매춘부가 알료샤에게 해준 이야기가 파 뿌리이야기다.

그날 밤 수사는 깜빡 잠이 들었는데,
꿈에 죽은 신부가 나타나서 천국에서 잔치가 열렸다며 알료샤를 불렀다.

‘너 뭐하는거야? 빨리 와!’
‘거기는 천국이잖아요. 저는 못가요’.

‘무슨 소리야?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파 뿌리들이야’


맞다.


끝까지 이기적일 것 같은 노파도 돌이켜보면
타인을 위해 파 뿌리 하나 정도는 나눠주었다는 것.

맹자의 측은지심(惻隱之心)처럼
측은한 마음을 가진 그 정도의 양심은 꺼지지 않는 존재가 인간이며,
남을 위해 무엇인가 해주려는 마음이 인간에게는 있다고 하였다.

파 뿌리다.
파 줄기도 아닌 ‘파 뿌리 한 줄기’ 였다.

착한 사마리아인과 같은 얇은 줄기의 그 파 뿌리.

어쩌면 나에게도 필요했던 것은
절박한 시기에 매몰차게 뿌리쳐졌던
'그 얇은 파 뿌리' 였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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