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언니는 조울의 사막을 건넜어_

2022년 _ 삐삐언니! 저는 ‘짙은 화장, 머리가 긴 젊은 여자’입니다

by Carry

안녕하세요 삐삐언니.

저는 ‘짙은 화장, 머리가 긴 젊은 여자입니다’


주치의 교수님께서 ‘한 번 읽어보라’ 라고 해서
우연한 기회에 삐삐언니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기자였던 언니께서는 힘든 조울의 시간을
책으로 남기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언니와 다르게 '우울증'을 겪고 있습니다.


다른 에피소드들보다 제가 공감했던 에피소드는
의료진께서 '의무기록에 환자 정보에 대한 내용의 기록'과
'의사 찾아 삼만리' 라는 글 등을 보고 대 공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환자에 대해 MSE(Mental Status Examination, 정신상태검사) 를 기재하죠.


이 중,

Appearance and Behavior (외모와 행동):
복장, 위생 상태, 자세, 행동 특성 (예: 초조함, 느림, 긴장)에 대한 부분이 있습니다.

언니께서는
의료진이 기록한 초췌해 보이는 모습의 의료 정보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제 의무기록에 적힌 제 정보를 읽고 대성통곡을 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저는 00 피해자로서 한동안 직장에서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이야기하고
상상으로 지어냈던 ‘00’ 이미지에 대한
제 나름의 자동적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저에게 00 의 이미지는 '짙은 화장의 화려한 여자' 였습니다.

물론 짙은 화장의 화려한 여자분들이
모두 그렇다는 일반화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의료진도, 저를 한동안 상담 해주셨던 임상 심리상담사도
그런 이미지 때문에 오히려 상반된 이미지로 00 들이
이미지 메이킹(?)을 한다는 사례도 이야기 해주었지만,

그다지 큰 위로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제 상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무렇게나 적어놓은 글 같아서 충격과 동시에 그 글에 큰 내상을 입었습니다.

무슨 의료진이 저런 글을 적나 싶었습니다.

그들 기준에 '짙은 화장은 어느 범주'에 있는지 묻고 싶기도 했습니다.

정신을 잃고 창백하게 가야만 환자라고 생각되는 응급실이 아닌,
정신이 멀쩡한 여자로 지내야 해야 했던
고군분투하던 지난 고된 시간들이 스쳐지나가며,


현재에도 제 상병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기에
멀쩡한 사람인 척 페르소나를 쓰고 있어야 했던 저였기에
큰 상처와 충격으로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며 울고 있었습니다.

응급실은 도대체
어떤 복장과 화장의 명도와 채도를 유지하고 가야
아! 환자구나’ 라고 생각하는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의료진이 저런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통원을 하며
의료진의 화장과 다른 환자들의 화장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무슨 환자가 병원을 다니며
이런 노력까지 하면서
복장, 화장까지 신경쓰며 병원을 다녀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고통 속에 다녔던 직장을 다시 다니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제 지도교수님을 뵙게 되었습니다.

제 지도교수님께서는
0 반두라, 0 로저스라는 별칭처럼

교수님의 우문현답이
슬픈 제 마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상처받은 마음 여린 제자에게
우문현답의 유머로 답변을 해주셨습니다.

“00 아 나는 2시간 씩 화장하고,
엄청 화려하게 옷을 입고 가도,
사람들이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데, 화장 좀 하라’ 라고 해서 속상할 때가 있어.
그런데 너는 조금만 화장해도 사람들이 화려하게 보니, 얼마나 경제적이니!
네가 부럽다. 일단 화장품 값이 절약되잖니” 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더불어 그런 표현을 한 의료진에 대한
서운한 마음을 토로하는 나에게 반두라 답게 말씀해주셨다.

“ 00아, 그 점이 네가 가지고 있는 너만의 장점이야.
다른 사람들 배려 해주는 것.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를 배려하는 것을 잘 몰라서, 배우기도 하는데,
너는 그걸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장점이니. 그러니 그걸 잊지마!
그게 네 장점이라는 것을"

교수님 말씀에
조금 전까지 서럽게 울고 싶던 울컥했던 마음이
금세 웃음이 나왔다.

그러네. 맞네’ 라고 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 걸렸는지 생각하면 그저 감사한 마음 뿐이다.


교수님은 다른 원생들도
괜히 0 반두라, 0 로저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교수님이다.


* 반두라(Albert Bandura)


심리학자 알버트 반두라는 "사회학습이론"으로 유명합니다.

우리는 단순히 경험만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행동을 배운다고 했습니다.

특히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는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실제 행동과 성취를 이끈다는 중요한 발견이었습니다.


* 칼 로져스(Carl Rogers)


칼 로저스는 인간중심상담을 이끈 심리학자입니다.

그는 인간을 본질적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존재로 보았고,
진정한 변화는 누군가로부터 조건 없는 긍정적 존중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을 받을 때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로저스는 심리 상담에서 공감적 이해, 진정성,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반두라는 '나는 할 수 있다'는 믿음이 행동을 이끈다고 했고,
로저스는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때' 사람이 성장한다고 믿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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