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R_ 붉은 불빛 속 살고 싶은 사람들 속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
Episode. 응급실 ER 그리고 죽음
살고 싶지 않은 자들 속의 살고 싶지 않은 자의 번민
- 응급실: 환자의 응급 처치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어 놓은 곳
우울증으로 응급실을 다니게 되며,
응급실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수 많은 경찰, 소방 공무원들의 감사한 대처를 경험했었다.
그곳을 처음 방문하게 되었을 때의 나는
'아, 나는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신체가 멀쩡해보이는데
과연 내가 이 줄에 서있어도 괜찮을까? ' 라는 생각에
늘 큰 혼란과 죄책감을 늘 경험했어야 했다.
특히나 바쁜 응급실 의료진, 특히 전공의 선생님들께 죄송했었다.
줄을 서있다가
그냥 집으로 되돌아 가고 싶었던 적이 수 차례였다.
그냥 가겠다고 울면서 말씀드린 적도 여러 번이었다.
스스로도 왜 내가 이 줄에 서있어야 하는지,
이것이 괜찮은 것인지를 늘 혼란스러워 했고,
괜한 바쁜 전공의 선생님들과 의료진과 다른 환자들께 피해를 드리는 것 아닐까 하는
끊임없는 죄송함과 송구스러움의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도 몰랐다.
그럴 때마다
나와 함께 동행했던 소방, 경찰 공무원 선생님들께서는
"선생님! 저희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꼭 기다렸다가 정신의학과 선생님을 만나고 가셔야 합니다"
라고 말씀해주셨다.
계속 살아나서,
어느 순간부터 반복해서 방문하게 된 응급실.
응급실의 의료진과 Security 직원분들은
자주 오는 나를 기억하고 계셨다.
그래서 더 죄송스럽기만 하였다.
나보다 더 아픈 사람들의 기회를
내가 줄을 서있으므로 빼앗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계속 살아나는 내가 싫기도 했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계속 지역사회의 경찰, 공무원 선생님들을
피곤하게 하는 것 아닐지 죄송하기도 했다.
다시 살아나서
응급실에서 깨어있는 나는 '아! 살아나서 감사해' 가 아닌
심리적으로 더 고통스러웠다.
그 마음은 아마도 나와 같은 상황을 경험한 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죄송해서 어쩔 줄 몰라했던 많은 분들은
"당연히 저희의 할 일입니다. 치료 잘 받고 가세요" 라고도 하셨고.
추운 겨울부터
나를 너무 빈번하게 보았던 Security 직원분께서는
어느 날 다른 말씀 없이
"선생님, 힘내세요! " 라며 내 손에 귤 하나를 쥐어주시곤 했었다.
나는 우울증 환자가
응급실을 오게 되는 것이 괜찮은 줄 몰랐다.
사실 처음 알았다.
유퀴즈에 출연하신
정신의학과 나종호 선생님의 영상과 책과 기사를 통한 글을 접하기 전까지
이런 질환과 상황으로 정신의학과 환자가 '응급실' 을 이용해도 괜찮은지를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나중에 이 모든 과정을 통해
경찰, 소방공무원과 의료진을 통해 알게 되었지만,
정신과적 응급은 다름 아닌 '자살사고(Suicidal Ideation)" 라고 하셨다.
나는 아직도 이 우울증과 힘겹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빈도는 덜하지만,
여전히 응급실을 가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리고 여전히
응급실을 방문하게 될 때마다
그 붉은 불빛 아래, 살고 싶은 사람들 속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의 번민은
여전히 계속된다.
모두가 살고 싶다고, 살려달라고 찾는 그 곳에
살기 싫은 사람이 줄을 서있는 것이란
생각보다 마음이 많이 편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