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체구, 침대에 누워서 힘없이
이야기 하는 젊은여성

MSE: Mental Status Examination

by Carry

* mood incongruent affect : 내면의 감정과 겉의 표현이 서로 맞지 않는 상태.


의도하지 않게

공단에 제출하기 위해 확인해야 했던 나의 기록들에 어느 순간부터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단어들이 있었다.


Cooperative, Polite

Depressed – mood incongruent affect

Talkative
등등...


Talkative 도 눈에 들어왔지만

mood incongruent affect(기분-정서 불일치) 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저 두 단어에 대해 잠시라도 생각에 잠겼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Talkative


어쨌거나 2025년 현재의 나는 2016년 사건과 이후의 견디기 어려운 시간을 홀로 견뎌내며

2020년 부터 상급 병원을 다니고 있었지만, 진짜 나의 이야기를 의료진에게 하게 된 것은

2023-4 년 부터였던 것 같다.


그리고

수 많은 의료진과의 대화

수 많은 112, 119 경찰, 소방 공무원님과의 대화

수 많은 상담사 선생님과 사회복지사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음에도


여전히 진료기록에 Talkative 를 보게 되며

"대체 얼마나 얼만큼의 이야기를 더 해야... 예전의 나처럼 내 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고, 조용했던 내가 될 수 있을까? " 라는

정신의학과적 전문지식이 없는 나의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대체 나는 얼만큼의 상처를 받았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라는 현타와 성찰도 동시에 왔다.


2. mood incongruent affect(기분-정서 불일치)


이건 좀 더 슬펐다.


속으론 슬픈데(기분은 우울한데),

겉으론 아무렇지 않게 웃거나 담담하게 말하는 경우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affect)이

속으로 느끼는 기분(mood)과 어긋나 있는 상태.


사람마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의 언어는 다르다.


어떤 사람은 울고 소리치며 표현하지만,

어떤 사람은 너무 오래 참고 견뎌서

표정이나 말로 그 감정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그게 바로 incongruent affect’ 의 이면라고 chat GTP가 답변해주었다.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너무 깊어서, 너무 오래 눌러서

겉으로 새어나올 통로가 막힌 상태인 것이라고.


대체 나는

얼만큼의 시간을

얼만큼의 노력과 연기로

얼만큼을 버텨온 것일까?


아파도 괜찮다.

울어도 괜찮다는 '병원의 진료 환경' 에서 조차

나의 마음을 꺼내서

정확하게 내 감정을 일치되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나는


' 대체, 어떤 경험을 얼마나 오랜 시간 홀로 버텨온 것인가? '


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쯤 나는

내 자신을 타인보다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얼만큼의 훈련을 해야

내 감정과 내 표현을 일치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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