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의 심오한 세계
커피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기억이 있다. 그중 가장 오래된 기억은 처음으로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순간이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이라 녹차, 콜라도 힘들어했는데 그날은 무슨 일인지 친구가 커피를 먹는다니 나도 한 번 먹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모금 쭈욱 마신 순간 온 입안과 뇌를 강타하는 쓴 맛과 탄 맛, 형용할 수 없는 맛에 깜짝 놀라 이런 걸 왜 먹냐며 친구를 타박했다. 그 후 10여 년이 흐르는 사이 커피가 점점 더 대중화되고 어느새 나는 필요하다면 커피 한 잔쯤은 마시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씁쓸한 아메리카노보다는 달달한 믹스커피가 좋았다.
창업이라는 확실한 목표를 위한, 필요에 의해 선택한 커피공부였기에 접해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설렘은 있었지만 딱히 커피에 기대라거나 관심은 없었다. 수년 전 우연찮게 마셔본 ‘에티오피아 시다모’ 드립커피가 내가 아는 유일하고 특별한 커피였다.
하지만 내 손으로 에스프레소를 직접 내리고, 맛보는 반복된 과정안에서 나는 점점 커피에 빠져들어갔다. 물의 양, 온도, 분쇄도..! 아주 작은 차이로도 향과 맛이 변하는 커피는 너무 신기했고 쓰게만 느껴지던 커피에서 다양한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물며 우유를 못 마시는 체질인데 매번 배를 부여잡고 라테까지 마구 마셔대기 시작했다. 2달간의 커피 수업 시간은 우유의 배아픔과 카페인의 두근거림으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커피와 만나는 매 순간 즐거웠지만 진정 나를 홀딱 빠지게 했던 건 커피를 로스팅하는 과정이었다. 처음 커피가 투입되고 풋풋한 풀내음에서 점점 고소한 향이 퍼지기 시작하고 이내 팝콘 튀듯 톡톡톡 경쾌한 소리를 내며 볶아지는 원두의 소리를 듣고 향을 맡고 있노라면 가슴 저 어디께 가 간질간질 해지는 기분이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렇게 커피는 1년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 나의 피 같은 돈을 천만 원이나 먹어치웠다.
*커피 자격증
- 한국커피협회의 바리스타 자격증과 미국 유럽의 자격증인 SCA 가 가장 인기가 좋다. SCA는 총 5 분야,분야별 3단계로 세분화되어 있고 각자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나는 SCA의 바리스타, 로스팅, 센서리 3 분야는 프로페셔널, 브루잉, 그린빈은 인터까지 수료했다. 너무나 추천하는 과정이지만 커피는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다. 적정선을 스스로 생각해 두고 뛰어들길 바란다. 나처럼 커피의 마력에 휩쓸리지 않도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