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말과 눈빛은 아이에게 다 남는다
두 딸들이 어렸을 때, 아이들 아빠는 외국인이라 그런지 사교육에 대해 늘 회의적이었다.
“나중에 그걸로 돈 벌어올 것도 아닌데 왜 시키는 거야? 돈 아깝게.”
그 한마디로 사교육은 늘 뒷전이었고, 결국 두 딸은 학원다운 학원 하나 다니지 못했다.
나는 ‘잘하는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회조차 제대로 주지 못했으니, 아이들은 지금도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른다.
미술 학원, 발레 학원… 다니고 싶어 했지만 포기해야 했던 가여운 두 딸들, 그 모습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막내아들만큼은 꼭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게 해주고 싶었다.
좋아한다면 배우게 해 주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8개월 때부터 몬테소리 수업을 시작했다.
호주에서는 동네마다 작은 커뮤니티 센터에서 아기들의 소근육 발달과 감각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는 현지 프로그램과 한인 몬테소리를 병행하며 다녔다.
처음에는 그냥 아기니까 즐겁게 놀길 바랐지만, 개월 수가 늘면서 관심이 없어져 갔다.
1세 무렵부터는 한인 놀이방을 다녔는데, 그곳 선생님은 미술 지도를 정말 잘하셨다.
가위질, 물감놀이, 만들기… 매일 다른 주제로 알차게 수업이 이어졌고, 아들은 곧잘 따라 했다.
사진 속 아들은 늘 해맑게 웃고 있었기에, 나는 미술을 좋아하는 줄 알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유명한 유아 미술학원을 찾았다. 웨이팅을 오래 걸어둔 덕분에 겨우 자리가 나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첫 트라이얼부터 난리가 났다. 수업 거부.
결국 선생님이 “다른 날 컨디션 좋을 때 다시 오세요”라고 했고, 두 번째에는 아들이 좋아하는 자동차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해 주셨고 그때는 너무 잘 따라 했다. 덕분에 10회분 수업을 선결제했다.
그런데 그다음부터 또 울고불고, 수업은 진행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옆에 붙어 함께 수업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선생님의 수업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그제야 알았다.
내가 생각했던 미술 교육이 아니었다.
나는 자유 미술 수업이 주를 이루며, 아이들이 온몸으로 물감을 칠하고 벽에 그리며, 주제가 있다면 곁들어하는 정도의 과제나 주제가 있을 줄 알았다.
아이들의 창작 활동이나 자유 미술이 주된 수업인 줄 알았다. 광고 사진에서나 영상에서도 그렇게 보였기에 기대한 나의 잘못인지 , 생각했던 거와는 정 반대였다.
물론 2~3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다. 완성된 작품이 없더라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면 좋다.
하지만 문제는 선생님의 태도였다.
“빨리, 빨리.”가 가장 자주 나온 말이었고, 아이들이 색을 섞으며 신나게 그려도
“그 색 아니야, 이건 이거지.”
“자, 이제 사진 찍자.” “들어, 웃어!”
라는 말이 난무했다.
아마도 선생님이 힘드셨을 수도 있다. 약속이 있으셨을까? 하고 스스로 이해하려 해 봤지만, 다음 수업도, 그다음 수업도 똑같았다.
결국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수업하기 싫으시면 하지 마시지…”
나는 더는 결제한 10회를 채울 수 없었다.
선생님도 불편했겠지만, 나 역시도 많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 아이도 다른 아이들도 즐겁지 않았다.
과제를 끝내야 한다는 재촉 속에서 아이들은 집중조차 하지 못했다.
이게 한국식 수업 방식인지, 아니면 그 선생님 개인의 스타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 때우기용, 돈벌이용 수업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씁쓸했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선생님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구나.
아직도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다.
아이를 싫어하는 듯 보였던, 차갑던 그 눈빛을.
-오늘의 교훈-
어른의 말과 눈빛은 아이에게 다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