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03. 19. 일기
나는 그냥 그런 공기업에 다닌다.
아내는 국가직 사무관이다.
세종시로 정부부처들이 옮겨가면서
국가직 공무원들은 승진하려면 세종시로 가야 한다.
그런데 최근엔 워라밸 선호 현상으로
세종시 근무 희망자가 적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떼돈 받을 것도 아닌데
세종시가 연고지면 모를까
굳이 힘든 일 하며 타향살이하기 싫다는 거다.
희망자가 적은데 일할 사람은 필요한 상황!
덕분에 아내는 반 강제로 세종시에 발령 나서
주말부부 생활 하고 있다.
그런 지가 꽤 오래되었다.
덕분에 나는 서울에서 아이들을 전담하며
직장생활 중이다.
애들이 아무리 컸다 해도 아이들 케어하는 것과
살림하는 건 상당히 많은 일이다.
청소와 빨래, 식사 준비 이 세 가지는
아이들이 독립하기 전에는 끝없이 계속되는
나의 일이다.
작년에 본사 일근에서 교대로 넘어왔다.
야간에 출근해야 해서 우울했지만
막상 와보니 지금의 나에게 딱 맞는 근무였다.
일근 할 때는 수많은 내 일에 치여서
집에 와서도 머릿속이 자유롭지 못했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을 하고 집에 오면
뻗어서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나를 기다리는 건 산더미 같은 빨래와
더러워진 집 그리고 끼니를 기다리는 아이들이었다.
아내에게 하소연해 보았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아! 힘들다!"라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으며
빨래를 개고 청소를 했던 것 같다.
자기 방은 상관없지만 엄마아빠 방은
논 이후에 정리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첫째는 짜증만 냈다.
날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교대근무로 오자 집안일을 할 시간이 충분히 났다.
집안일을 다 하고도
충분히 내 여가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교대에서 일근으로 다시 가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지만
딱히 그렇게 승진하고 싶지 않다.
현재의 삶에 만족한다.
직장이란 곳은 대체로 어느 선에서
평직원과 관리자로 나뉜다.
평직원이 관리자가 되는 시점부터는
일이 많이 바뀌는데
사기업에서는 막중한 책임을 지는 대신
그만큼의 보수를 받게 된다. 충분히 도전할 만하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그런 거 없다.
미미한 월급 상승의 댓가로 막중한 책임이 플러스된다.
직급은 높지 않지만
워라밸이 지켜지는 지금이 낫다.
이게 요즘 유행하는 조용한 퇴사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