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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Dec 29. 2022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12화

감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1)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새해가 눈앞에 있는 지금, 지난 한 해를 생각하니 선택의 기로에 서서 최선의 미래를 위하여 크고 작은 결정들이 많았던 2022년이었습니다. 누군가 제게 후회 없는 일 년을 보냈냐고 물어보신다면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작은 소리로 대답할 정도는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달콤한 음식에 약간의 소금을 넣으면 더욱 달게 느껴지는 것처럼 모든 순간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적당한 휴식과 의미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2023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탄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1)>


 모스크바에서 출발하여 장장 8시간의 이동 끝에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였다. 늦게 잠든 탓에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승무원의 닦달에 쫓기다시피 내려 시간을 확인해보니 지금은 2월 13일 오전 8시다. 술도 한 잔 하고, 늦게 자는 바람에 잠도 덜 깬 상태로 비몽사몽 하였다. 조금 더 잠을 자고 싶지만 숙소 체크인 시각은 오후 2시, 지금부터 6시간이나 더 있어야 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절망적인 순간이었다. 다음에 붉은 화살호를 타고 이동을 하게 된다면 빠르게 씻고 잠에 들리라 다짐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다음의 이야기였으며, 당장의 피로를 달랠 방법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맥도날드와 같은 패스트푸드 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역 근처에는 맥도날드를 포함한 패스트푸드 점이 없었을뿐더러, 겨우 찾은 가게는 영업시간이 맞지 않았다. 모스크바역 주변을 살펴보다 포기하고 역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찰나, 역 근처에 문이 열린 카페를 발견하고는 가게로 들어섰다.

 따뜻한 얼그레이차와 베리들이 섞여있는 차,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디저트이자 러시아의 대표적인 케이크 중 하나인 꿀케이크 '메도빅'을 주문했다. 지금의 나라면 커피를 주문했겠지만, 그 당시에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던 관계로 따뜻한 차로 잠을 이겨내야만 했다. 카페의 경우 와이파이도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간단한 관광 스케줄링, 서로 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냈어야 했는데 이야기 소재가 떨어질 무렵 시계를 확인해보니 겨우 9시였다. 숙소 체크인까지 앞으로 남은 시간은 5시간 남짓, 평소대로의 컨디션이었다면 밖에 나가 관광도 할 겸 걸어 다녔겠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늘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으며 날씨는 추웠고, 눈꺼풀은 무거웠다. 막막해진 우리는 에어비엔비의 호스트에게 사정을 설명하며 체크인을 조금만 더 일찍 할 수 있을지 물어보았고, 다행스럽게도 2시간을 앞당겨 12시에 체크인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려운 순간에 많은 양해를 해준 호스트분들께는 지금까지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든 2시간을 더 버틴 우리는 약 11시경 얀덱스 택시 앱을 이용하여 숙소로 이동하였다. 모스크바뿐만 아니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도 얀덱스 택시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은 너무나도 다행스러웠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 점심으로 만들어먹을 바질페스토 파스타의 재료들을 근처 마트에서 빠르게 구매한 뒤, 숙소가 위치한 건물의 입구에서 우리의 안내를 도와줄 호스트를 기다렸다. 

 에어비엔비의 호스트는 두 분이었는데, 어플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분은 영어를 매우 잘하셨고, 실제 현장에서 숙소 안내를 해주시는 분은 영어는 못하시지만 러시아어와 영어 안내문을 통하여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숙소 입구는 대로변에서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는데, 거주지만 몰려 있어서 그런지 주변의 유동 인구는 많지 않았다. 다만 위 사진의 대문을 열고 계단을 올라가 숙소의 문까지 가는 과정이 살짝 무서웠다. 대낮이었음에도 건물 내부는 매우 어두웠으며, 보일러 소리로 추정되는 여러 가지 기계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렸기 때문에 겁이 많은 나는 주변을 계속 살피며 계단을 올랐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다시 한번 간단한 설명을 듣고 짐을 풀었다. 다행히 숙소 내부는 쾌적하고 조용했다. 

 숙소의 사진은 아무래도 직접 찍은 사진보다 호스트가 업로드한 에어비엔비의 사진이 더욱 예쁜 듯하여 대체하여 업로드하도록 한다. 실제로 위 사진들이랑 똑같은 숙소였다. 넓고, 깨끗하고, 쾌적했다. 2박 3일에 약 10만 원 정도가 들었는데, 지금도 해당 숙소의 예약이 가능할지 궁금하여 에어비엔비를 살펴보니 아쉽게도 지금은 해당 숙소의 공유가 중지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바질 베이컨 파스타를 빠르게 만들어 먹은 우리는 다음 관광을 위한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낮잠을 살짝 자기로 하였다. 

 눈을 감았다 뜬 우리는 당황스러웠다. 1시간 정도만 자고 일어날 계획이었건만, 현재 시각은 오후 7시가 조금 넘어 있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첫날을 잠으로 날릴 수 없었기 때문에, 빠르게 세수를 하고 옷을 챙겨 입은 뒤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야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둘째 날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살고 있는 친구인 '그레고리'와 만날 계획이었지만, 첫째 날에는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 관계로 우선 야경을 만끽하기 위해 숙소의 주변을 무작정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가게들이 있었으며, 길을 따라서는 공용으로 활용하도록 만들어놓은 듯한 아이스링크가 있었다. 처음에는 강이 얼어서 링크가 된 것인가 생각해 보았지만, 얼음 위에 모양이 새겨진 것이 강이 얼어서 만들어진 것은 아닌 듯했다.

 늦게까지 낮잠(?)을 자버린 터라 가게들은 대부분 문이 닫혀 있었지만 그마저 아름다웠다. 잠에서 일어난 직후에는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지만 동네를 조금 걸어 다니자 바로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구글 맵을 켜서 주변에 운영 중인 식당을 찾아보니, 디마와 댄과 함께 갔던 식당인 '마켓 플레이스'가 근처에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모스크바에서의 붐비는 식당을 떠올린 우리는 혹시라도 자리가 없어서 저녁을 굶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서둘러 재촉했다. 약 10분 정도를 걸어서 도착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마켓 플레이스, 다행스럽게도 모스크바처럼 손님이 많지는 않았다.

 모스크바의 샤슬릭은 대기 시간이 길었던 관계로 많은 양을 주문하지는 못했는데, 이곳의 경우 생각보다 손님들이 많이 없었던 관계로 먹고 싶었던 샤슬릭을 마음껏 주문하여 먹을 수 있었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다시 한번 거리로 나섰다. 마켓 플레이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러시아의 캔디 가게가 있었는데, 거리에서도 가게 내부의 사탕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게끔 해놓은 것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으며 수제 사탕 만드는 모습을 처음 보는 나에게는 그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홀린 듯이 가게로 들어간 우리는 러시아의 알록달록한 수제 사탕들을 구경하였다.

다양한 모양과 색깔들의 사탕이 있었고 맛이 궁금했던 우리는 수박과 비슷한 모양의 사탕을 한 봉지 사서 먹어보았는데, 새콤달콤한 것이 여행을 다니면서 입이 심심할 때 한 알씩 먹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늦게 숙소를 나와서 그런지, 멀리 구경 다니지 못하였음에도 시각은 벌써 오후 11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밤늦게까지 구경하고 싶었지만, 모스크바처럼 밤늦게까지 영업하고 있는 가게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며, 치안의 걱정과 함께 내일도 오늘처럼 늦게 자는 바람에 하루를 비효율적으로 보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었다. 이윽고 숙소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결정한 우리는 아쉬운 마음에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가기보다는, 다른 대로를 통해 귀환하기로 하였다. 돌아가는 길에 막 마감을 진행하고 있는 건물을 하나 보았는데, 건물 내에 여러 가지 기념품 샵과 카페 등이 입점해 있는 것을 확인한 우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건물 내로 들어갔다. 

 기념품샵과 전자 제품 매장 등은 모두 마감하여 불이 꺼져있었지만, 1층의 카페만은 계속 영업하고 있었다. 계속 걸어 다녔던 터라 숙소로 들어가기 간단한 마실 것을 구매하기로 했는데, 젤라토를 팔고 있는 것을 이상 그냥 마실 것만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간단한 허브티와 젤라토를 구매한 우리는 무거워진 손과는 반대로 가벼워진 발을 이끌고 숙소로 돌아갔다.

마감한 가게들은 더욱 늘어나 거리는 숙소를 나설 때보다는 어두워졌지만, 건물 외벽이 대체로 밝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에 무섭지는 않았다.

 게다가 불 꺼진 매장일지라도 장식품들은 계속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름다운 장식물들은 가만히 서서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낮의 식료품 상점에서 구매한 컵라면 '도시락'을 먹으면서 러시아의 TV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하여 간단하게 TV 채널 탐험을 하였다.

 러시아의 드라마뿐만 아니라 미국 드라마, 영화 혹은 심슨네 가족들과 같은 만화도 방영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다만 원본인 영어 그대로 방영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러시아어로 새롭게 더빙된 프로그램들이었어서 그런지 느낌은 기존에 알던 미국의 그것들과는 전혀 달랐다. 그래서였을까, 러시아어 특유의 억양과 말투로 인하여 드라마의 흥미도는 원본보다 높았고, 내용은 하나도 모르겠지만 왠지 더욱 재미있는 것 같았다. 재미난 더빙 드라마와 함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첫 번째 밤은 깊어만 갔다.


 어학연수를 제외하고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여행을 가본 것은 위 러시아 여행이 처음이었고, 국내와 해외를 포함하여 아직까지도 2019년 2월의 러시아 여행만큼 긴 여행은 다녀와보지 못했습니다. 이를 통해 배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3박 4일이나 4박 5일 등 비교적 짧은 여행에서는 체력의 분배를 크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정신력으로 버틸 수가 있다면, 긴 여행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등교나 출근 시에는 눈이 그렇게 안 떠지지만 여행만 가면 눈이 번쩍 잘 떠지는 자로서는 붉은 화살호의 아침도 마냥 그럴 줄만 알았던 것이었지요.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매우 잘 압니다. 만약, 다시 한번 어딘가로 긴 시간 동안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상적으로 체력을 분배하는 것부터 고려해야 할 듯합니다. 여러분들도 이 점 유의하시어 저처럼 관광지에서 잠으로 하루를 놓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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