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가현에 위치한 우레시노 온천 마을, 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잊지 못해 두 번 연속으로 방문한 여행지이다. 쉽게 다녀올 수 있는 후쿠오카나 오사카와 비교하였을 때 버스로 한 번 더 이동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기 쉬운 곳은 아니지만, 북적북적한 관광지가 아니라는 점과 버스시간만 잘 맞출 경우 후쿠오카에서 3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휴양지라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우레시노 마을로 가는 방법, 묵었던 숙소 '와타야 벳소' 그리고 맛있는 요리를 실컷 먹을 수 있었던 다양한 음식점들에 대해서는 앞선 포스팅을 통해 충분히 공유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숙소도 맛집도 아닌, 우레시노 마을 거리 곳곳을 누비며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관광지가 아닌 탓에 특별히 재미있었거나 인상 깊었던 곳은 없지만 반대로 그 평범한 정취로 인해 잔잔하고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듯하다.
거리의 노천족욕탕
우레시노 온천 마을은 마치 그 이름값을 하려는 듯 마을 곳곳에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노천 족욕탕이 있다. 마을을 탐험하며 위의 족욕탕을 여러 번 지나다니다 이용객이 없는 순간을 틈타 족욕과 함께 사진 촬영을 진행했다. 추운 겨울 거리를 걷다 보면 발바닥이 아프고 손발이 시린 순간이 올 텐데 이때 족욕탕에 들러 언 발을 잠시 녹여주면 몸과 마음이 사르르 녹는 듯하다. 무료로 오픈된 공간이니 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동물들이 (보지는 못했지만) 함께 이용하는 만큼 찝찝함을 느끼는 분도 계시겠지만, 발을 한 번 담가보면 피로와 함께 그런 걱정들도 함께 사라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사진들도 우레시노 온천 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노천 족욕탕이다. 모든 족욕탕을 이용하지는 않았던 관계로 이용하는 사진들은 전부 확보할 수는 없었지만 낮 시간대에는 항상 손님들로 가득 찬 곳인 만큼 증명된 곳임은 틀림없으리라. 우레시노 마을을 거닐다 노천 족욕탕을 발견한다면 꼭 한 번 들러보시길 권하고 싶다. 날씨가 급격히 따뜻해지고 있는데, 더운 날 온천은 별로라고 생각하신다면 다가올 겨울도 있을 것이다.
일본의 서점
늦은 밤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열려 있는 서점을 발견했다. 입구에서 풍겨오는 책들의 향기는 언젠가 보았던 일본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내게 다가왔고 무언가에 홀린 듯 들어갔다. 계산대에는 곧 할아버지가 될 준비를 마친 나이 지긋한 아저씨가 코 끝에 안경을 걸치고 책 한 권을 읽고 계셨다. 가볍게 인사를 한 뒤 책장에 진열된 책들을 살펴보았다.
일본어는 히라가나만 겨우 더듬더듬 읽는 터라 책을 구매하기는 어려웠다. 기분으로 한 권 살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한국에 돌아가면 곧 후회할 것을 알았기에 볼펜 하나로 만족한 쇼핑이었다. 일부 독자들이 궁금해하실 그렇고 그런 잡지들도 판매하고 있었지만 음란물은 국내 반입 금지 규정이 있었기에 혹시 모를 민망한 상황을 방지하고자 굳이 구매하지는 않았다.
일본의 마트
우레시노 마을의 길을 걷다 마트를 하나 발견했다. 우리나라에도 크고 작은 다양한 마트들이 있다. 마트는 내게 부모님과 잠깐 숨을 돌리며 반찬거리를 사던 놀이터였고 문득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던 나는 호기심에 마트로 발걸음을 돌렸다.
눈 길을 주던 종목은 확실히 바뀌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주류세가 저렴한 편이라 양주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저렴한 편에 속했고 특히 내가 좋아하는 술 중 하나인 산토리 위스키는 국내 가격과 비교하여 매우 저렴하였으며 국내에서는 보지 못했던 큰 볼륨으로 된 상품들도 있었다. 길지 않은 여행이었던 터라 적당한 크기의 캐리어를 가져간 것을 후회한 순간이었다. 구매하지는 못했지만 눈으로 마시는 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먹거리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저녁으로 야끼니꾸를 먹으러 가기 전 잠깐 들른 것이었는데 하마터면 간식으로 배를 채울 뻔했다.
간식거리와 생선 등의 반찬거리들이 많았는데 일본은 생선 가격이 저렴한 반면 돼지고기나 소고기 등 육류의 가격이 다른 재료와 비교하였을 때 비싼 편이었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 밥상 물가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전에 마실 맥주 몇 캔과 하이볼 캔을 구매하는 것으로 쇼핑을 마무리했다.
계산대로 향하기 바로 직전,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가나 초콜릿을 발견했는데 100엔으로 국내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군것질거리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국내와 맛도 다른가 궁금하여 한 번 구매해 보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은 똑같았지만 당시 환율을 고려하였을 때 일본에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저렴한 편이었어서 다시 한번 작은 캐리어를 들고 온 것을 후회하며 마트를 나섰다.
일본의 신사
신사 이름 : 도요타마 히메 신사 (豊玉姫神社)
신사 위치 : Otsu-2231-2 Ureshinomachi Oaza Shimojuku, Ureshino, Saga 843-0301, JAPAN
우레시노 마을에는 도요타마 히메 신사가 있다. 도요타마 히메는 바다의 신으로서 매우 아름다운 여신이며, 피부의 신으로도 알려져 있어 해당 신사에 기도를 드리면 백옥과 같은 고운 피부를 얻게 된다고 전해진다.
알 수 없는 이유로 메기의 꼬리 부분이 잘려있지만 피부의 신의 은총은 그대로 영험하기를 기원하며 물을 메기 석상의 위로 부어 보았다. 메기 꼬리를 제외하면 시골 마을의 신사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해당 신사를 떠날 때쯤 방문한 가족 손님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손님도 없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볼거리는 크게 없지만 백옥 같은 피부를 원한다면 한 번쯤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우레시노 마을의 등불 축제
운 좋게도 이번 우레시노 온천 마을을 방문했을 때 등불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가게를 들를 때마다 전단지를 한 장씩 나눠주고 있었는데 지도에 표시된 공원이 한 곳 있었다. 원래라면 평범한 공원이었을 곳이 등불 축제를 진행함으로써 묘한 신비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등불에 가까이 다가가니 초등학생들이 그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등불 '축제'라고 하기에 공원에 설치된 등불의 개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잘 그린 귀여운 그림들이 정말 많았다. 아마 우레시노 마을의 많은 초등학생들 중에서 서로 경쟁을 거쳐 선정된 몇 개의 작품들인 만큼 생각보다 퀄리티가 나쁘지 않은 그림들도 있었다. 전부 찍고 싶었지만 카메라보다는 눈에 담아 두고 싶은 장면도 있었기에 일부만 촬영하였다.
우리나라가 살기 좋은 점은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밤 산책이 안전하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밤 산책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이번 포스팅을 끝으로 우레시노 온천 마을 탐험기는 마무리짓고자 한다.
아마 앞으로도 겨울이 되면 우레시노 온천 마을은 몇 번 더 방문하게 될 장소일 것 같습니다. 당장에는 일본의 다른 온천들도 궁금해진 터라 그 기회는 조금 더 나중으로 미뤄지겠지요. 그때가 된다면 또 달라졌을 우레시노 마을에 대해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우레시노 온천 마을 탐방기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드립니다.
날씨가 갑자기 따뜻함을 넘어서 더워지는 것도 같습니다. 환절기에는 감기에 걸리기가 쉬운 만큼 모두 건강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다음 포스팅으로 만나 뵙도록 하겠습니다.
* 혹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편하게 문의하셔도 좋습니다. 제가 아는 선에서 최대한 답변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