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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영 Nov 23. 2022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7화

소소하지만은 않았던 모스크바의 일상 (1)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러시아에서의 두 번째 날이 밝았습니다. 사람들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은 다릅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방문하거나 맛집을 찾아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관광객이 많지 않은 조용한 공원을 찾아가거나 한적한 동네 식당에서 현지인들과 섞여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저는 둘 다 좋아합니다. 첫 번째 날이 전자였다고 한다면 이번 포스팅할 내용은 후자가 될 것 같습니다. 일정을 짜는 것도 좋지만 하루쯤은 마음 내키는 대로 떠나보는 것 또한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요?


<소소하지만은 않았던 모스크바의 일상 (1)>


 눈이 번쩍 떠졌다. 왜 휴대폰 알람이 울리지 않았을까, 화면을 확인해보니 시각은 2019년 2월 10일 일요일 오전 11시였다. 어제의 강행군으로 하루 만에 피로가 쌓였는지 휴대폰의 알람도 듣지 못하고 푹 자버린 것이다. 하지만 다행이었던 것은 허겁지겁 내려가 보니 식당에서 조식 메뉴들을 딱 정리하기 전이었던 것이다. 한국 호텔의 레스토랑이라면 이미 점심 장사 준비를 마친 상태일지도 모를 시각이지만, 러시아 호텔에서는 조금이나마 조식을 먹을 수 있었다. 메뉴는 별반 다를 바가 없었지만, 맛 또한 어제와 같이 좋았다. 


 호텔룸으로 돌아와 일정을 정리해보았다. 먼저, 어제와 가장 다른 점은 오늘은 디마가 출근을 한 것이다. 일요일인데 웬 출근인가 싶었지만 주말 출근을 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고 즐겁게 이야기하던 친구 모습이 떠올라 괜히 반성하게 되었다. 퇴근 이후 저녁 디마네 집에서 간단한 홈파티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그전까지는 친구의 도움 없이 러시아 여행을 해야만 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았지만, 트로이카와 얀덱스 택시만 믿고 12시 반 즈음 호텔을 나섰다.


날씨는 역시 추웠다. 목적지는 'BUTCHER STEAK HOUSE'라고 하는 스테이크 하우스였다. 문득 스테이크가 먹고 싶어진 어젯밤, 잠들기 전에 구글맵에서 스테이크 하우스를 뒤적거려 발견한 곳이었다. 리뷰를 보니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도 다수 방문하는 장소인 듯했다. 스테이크 하우스라 그런지 음식들의 가격이 싸지는 않았지만, 해외여행이니 만큼 한 번쯤은 괜찮겠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스테이크 하우스의 주소는 구글맵을 통해 알 수 있었지만, 러시아의 일상을 즐기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기로 하였다. 구글맵에 가게 이름을 검색하자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갈 수 있는지 친절하게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다. 어제 디마와 같이 갔던 V.D.N.H 역으로 간 뒤 지도를 따라 이동하였다. 지하철도 환승도 한 번 밖에 없었기 때문에 복잡하지도 않았다. 다만, 환승한 역의 출구를 빠져나간 뒤 어느 정도 걸었어야 했는데, 지도상에서는 뜬금없이 아파트 사잇길을 안내했기 때문에 약간의 의심이 들기는 하였다. 위의 사진은 러시아 친구의 도움 없이 떠나는 첫 여행이라는 점과 이름 모를 아파트 사잇길을 지나가는 것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몇 분 정도 더 걸어가자 목적지가 있다는 건물이 보였다. 통유리로 지어진 복합 건물이었는데, 유리가 선팅이 되어있는지 밖에서는 안 쪽이 보이질 않았다. 혹시 일요일이 휴무일인가 생각도 하였지만, 영업 중 표시가 떠 있는 구글맵을 믿고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영업 중이었다. 들어서자마자 점원분이 친절한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영어로 대화를 시도해보았으나, 예상했던 대로 영어는 잘할 줄 모르시는 듯했다. 그래도 마음이 통하였는지, 곧 자리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가게는 위와 같이 식물들과 우드톤의 가구들이 배치된 편안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다. 곧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는데, 러시아어로 되어있어 이해가 쉽지는 않았다. 영어 메뉴판이 있는 것 같았는데, 재고가 다 떨어진 상태였는지 해당 메뉴판으로 주문을 해야 했다. 막막했지만 그림으로 안내된 부분이 있었기에 전혀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다. 첫 주문으로 스테이크를 주문하고 음식을 기다리고 있으니, 곧 영어를 할 줄 아는 매니저 분이 자리로 오셔서 더 필요한 것은 없는지 여쭤보셨다. 이 때다 싶어 사이드 메뉴와 디저트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설명을 듣고, 먹고 싶은 음식들을 추가로 주문할 수 있었다. 

키릴 문자를 읽는 법은 공부했었기에 서투르지만 발음은 할 수 있었다.

 일단 목이 말랐기 때문에 밀크셰이크를 가장 먼저 가져다 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와인의 경우 맛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어떤 와인을 시켜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중 웨이터분은 흔쾌하게 세 가지 정도의 와인을 추천해주셨고, 기꺼이 시음을 위하여 조금씩 내어와 주셨다. 비싼 와인도 있었던 터라 너무나 감사했다. 세 가지 와인을 모두 맛 본 뒤 가장 비싼 와인으로 주문하였다. 와인 맛을 잘 모르는터라 가장 비싼 와인이 가장 맛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밀크셰이크도 스테이크와 함께 먹을까 했지만, 오래 걷기도 하였고 특히나 밀크셰이크의 생김새가 너무나 영롱하여 참을 수가 없었다. 한두 모금 정도 마시니, 곧 주문한 스테이크도 나왔다.

 사진에 다 담겼을지는 모르겠지만, 양갈비 스테이크와 사이드로 먹을 야채, 안심 스테이크와 구운 어린 감자가 테이블 위로 차례차례 놓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러시아에 와서 가장 먹고 싶었던 보르쉬가 나왔다. 특이했던 점은 보통 보르쉬에 넣어 먹는 사워크림은 별도의 그릇에 담겨 먹는 사람의 입맛에 맞춰 첨가하도록 하는 반면, 위 식당에서는 미리 넣어주는 방식이었다.

참고로 외국의 레스토랑들은 물 제공이 무료가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꼭 점원에게 물어보고 주문하는 것이 좋다. 위 식당에서도 저렴한 물과 비싼 물이 있었는데, 왠지 저렴한 물은 수돗물을 줄 것 같아서 돈 쓰는 김에 비싼 물로 주문하였다. 정말 비싼 물이었는데, 레몬을 같이 주기는 했지만 물 자체 맛의 차이는 크게 없었다. 음식들은 전부 다 맛있었다. 느긋하게 앉아 두 시간가량을 먹고 마시며 러시아 식당의 분위기를 즐겼다.

가격은 9,310 루블이 나왔는데 한화로 하면 약 20만 원 정도 될 것 같다. 음식 맛이 좋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1년에 한두 번 특별한 날에만 갈 법한 식당이었다.


 가게를 나온 뒤에는 러시아 여행에서 기념품을 사기 위해 많이들 방문한다는 이즈마일로보 시장으로 향했다. 이즈마일로보 시장의 가게들은 항상 열려있는 것이 아니며, 수요일이나 주말에 상점들이 많이 열린다고 하여 한 번 구경하러 가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려다가 계획을 변경하였다. 생각보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보낸 시간이 길었고, 지도를 검색해보니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대중교통으로 이즈마일로보 시장까지 가는 길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칫하다간 시장의 상점들이 전부 문을 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Yandex Taxi를 이용하기로 했다. 택시를 이용해서 가는 시간도 길이 막히는 바람에 30분 정도 소요되었다. 2월이라 그런 것일까? 30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낮이 짧아 이즈마일로보 시장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시장 입구의 화려함에 매료되어 열심히 찍고 있노라니 문득 가게들이 문을 닫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시장은 출국 전 주말에 다시 한번 들리기로 하고, 오늘은 시장 자체의 아름다움을 즐기기로 하였다. 


 러시아에서의 두 번째 날, 이어지는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글을 작성하며 문득 가게가 아직도 운영이 되고 있을지 구글에 검색해봤더니, 아직도 멀쩡하게 검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와 현재 불안한 러시아의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운영하는 모습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혹시 언젠가 모스크바 방문하셨을 때 맛있는 스테이크가 드시고 싶으시다면, 한 번 가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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