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영 Nov 29. 2022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8화

소소하지만은 않았던 모스크바의 일상 (2) - 마지막화

 안녕하세요, 도영입니다. 월드컵 시즌인 요즘 경기의 승패 여부와 관계없이 무엇인가를 보면서 즐겁게 응원한 것이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진행되는 만큼 6시간 정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저녁 이후에 시작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잠들기 딱 적당한 시간에 경기가 끝나기 때문에 기분 좋게 다음날을 생각하며 시청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응원하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푸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소하지만은 않았던 모스크바의 일상 (2) - 마지막화>

 

 이즈마일로보 시장의 입구에서 사진을 찍은 뒤, 아직까지 문을 연 가게들이 있을까 확인하기 위해 입구로 향했다. 입구로 들어선 이후 주위를 들러보니 예상했던 대로 이미 문을 닫은 가게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즈마일로보 시장에 대해서 사전에 검색을 했었는데 먼저 다녀온 분들이 말씀해주시기를 이즈마일로보 시장은 대부분의 상점들이 해가 떠있는 동안에만 운영된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해가 진 뒤에는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같은 것인가 보다.

 비록 가게들이 문을 닫아 물건들을 살 수는 없었지만, 이즈마일로보 시장은 충분히 아름다웠기 때문에 온 김에 시장 경치를 구경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시장 내에 있는 작은 숲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낮이었으면 분위기가 조금 달랐을까? 시장이 폐점할 시간을 지나 도착한 덕분인지, 시장 내에 손님들이 많이 없었으므로 눈 덮인 하얀 풍경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해 질 녘의 눈 덮인 풍경. 이 멋진 광경을 추억하고자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분명 우리나라 내에서도 이 만큼의 눈이 내리는 곳이 있으리라. 하지만 남부 내륙 지방에서 지냈던 터라 살면서 이렇게 많은 양의 눈을 본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아마 가장 많은 양의 녹지 않은 눈을 본 것이 아닌가 싶었다. 사진 상으로 보는 것보다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이후 스케줄이 친구 집 방문이었기 때문에 괜히 신발과 양말이 젖을까 봐 들어가지는 못하고 주변을 서성거리며 구경했다. 마음껏 사진을 찍고 눈을 즐긴 뒤, 운영하고 있는 가게가 있을지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해 질 녘인가 싶더니 시장 전체에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2월인 만큼 해가 지는 속도도 빨랐다.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져서 무서웠지만, 그래도 들어온 김에 여기저기를 둘러보기로 하였다. 공원을 지나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다. 매우 어두운 계단을 내려오니 가장 먼저 눈에 띈 관경은 어둠 속에서 밝게 빛나는 가게 하나였다.

 식료품 상점이었는데, 때 마침 상점을 구경하고 있는 손님이 있어서 왠지 따스한 분위기의 사진이 찍혔다. 하지만 마트료시카나 러시아 공예품을 사고 싶어 시장을 방문한 우리는 눈길을 돌려 다른 상점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마침 진열된 마트료시카에 천을 덮으며 가게 마감을 준비하고 있는 가게가 있었는데, 너무 반가운 나머지 사진 찍는 것도 잊어버린 채 허겁지겁 달려가 작은 마트료시카를 하나 구매했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나눠줄 만큼 충분한 양을 구매하지는 못하여 귀국 전 시장에 한 번 더 들를 예정이니, 오늘 못 찍은 사진은 그때 공유하고자 한다.


 문 닫은 가게들을 지나 우리는 시장을 나가기로 했다. 마트료시카를 구매한 가게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시장에는 정문과 후문이 있는데, 해당 장소에서는 후문으로 나가는 것이 더욱 가깝다고 하였다. 사장님이 가르쳐준 방향을 따라 계속 전진하니 어렵지 않게 후문을 통하여 시장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즈마일로보 시장이 뽐내는 멋진 풍경들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겠지만, 빠르게 물건들만 구매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후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상점들이 많은 곳으로 바로 연결되어있었기 때문에 위처럼 여러 장소를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상점들이 밀집된 곳으로 갈 수 있다.

 이후 목적지는 코스모스 호텔이었다. 디마의 저녁식사 초대와 함께 집주소도 미리 받아 놓은 터라, 바로 디마네 집으로 갈까 했지만, 들고 다니던 짐을 내려놓고 조금 쉬다가 가고 싶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에는 너무 복잡했기 때문에,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왔던 것과 동일하게 'Yandex Taxi'를 타고 코스모스 호텔로 이동한 뒤 조금의 휴식을 취했다.


 코스모스 호텔에서 디마네 집까지는 차로 5분, 걸어서는 15분에서 2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라 산책 삼아 천천히 걸어가 보기로 했다. 모스크바 중심부는 치안이 괜찮은 편이라 밤늦게 걸어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밤거리를 걸어볼 만한 좋은 기회를 놓치기는 싫었다. 모스크바의 외곽지역이나 다른 지역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해당 지역의 치안이 좋은지 잘 파악한 뒤 불미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Yandex Taxi는 차로 가까운 거리라고 할지라도 차가 금방 잡히는 것 같았다. 치안이 불안한 곳에서 불가피하게 이동이 필요한 경우에는 꼭 택시를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좋기도 하고, 또 뭔가 무섭기도 했다. 두리번거리며 디마와 댄이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하여 호출을 눌렀더니 디마가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시도 이후 디마에게 전화를 거니 직접 내려와서 문을 열어주었다. 왜 그런 것인가 궁금하여 질문하니 대답하기를 러시아에도 좋은 말씀 전하러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여, 귀찮은 일에 엮이기 싫어 초인종에는 잘 응답하지 않는 다고 하였다. 러시아 사람들이 모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디마는 그랬다.

 집으로 들어서니 디마와 댄이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메뉴는 바질 베이컨 파스타와 빵 위에 참치 샐러드를 곁들인 것이었는데, 러시아의 전통 음식이라기보다는 러시아에서 일반적으로 먹는 식사용 메뉴인 듯했다. 대화를 하며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는데, 알고 보니 댄은 여기서 사는 것이 아니었다. 원래는 디마가 룸메이트 두 명과 같이 사는데 주말을 맞이하여 룸메이트들이 고향으로 간 김에 집이 비어 저녁 식사에 초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디마의 룸메이트들과 그 가족들에게는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표한다.

 요리가 끝난 디마네 방에 모여 서로의 하루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디마의 경우 미국에 처음 왔을 때는 영어가 그렇게 능숙하지는 못했다. 다만, 디마와 같은 집에 머물며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눈치가 생겼는지, 내게 디마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는 재주가 생겼다. 그것이 디마와 친해지게 계기가 아닌가 싶다. 그때와 비교하면 디마의 영어 실력은 엄청나게 발전해있었다. 이번의 경우 모두가 이해하는 어려움 없이 즐겁게 이야기를 있었다. 약간의 술이 더해지니 더욱 즐거웠다.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에는 소화도 시킬 겸, 처음 왔던 것과 같이 코스모스 호텔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시작하여 이즈마일로보 시장을 거쳐 디마의 집에서 먹는 저녁으로 끝난 하루는 긴 듯 짧아 아쉬웠다. 호텔로 돌아온 뒤에는 하루 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며, 새로운 장소에서 느끼는 즐거운 경험들을 실감하며 잠을 청했다.


 러시아의 두 번째 날이 지났습니다. 여행지에서의 하루는 항상 긴 듯, 짧은 듯 아쉬운 것 같습니다. 특히, 오랜만에 보는 친구와 함께 하는 자리는 그런 아쉬움이 더욱 커지는 듯합니다. 러시아인이라고 하면 인터넷이나 매스컴에서 보았던 소위 말하는 '상남자'의 이미지가 강한데, 제 러시아 친구들의 경우 술보다는 커피와 차를 더 좋아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더 좋아하는 평화를 사랑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아마 술을 좋아했어도 친하게 지냈을 것 같지만, 신사적인 러시아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러시아에서의 세 번째 날에 대하여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 2월의 러시아 여행, 7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