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일기] 이런 양궁리액션이 신선해!

by 횸흄

도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찬반 입장은 저마다의 스탠스에 따라서 다를 수 있지만 내 생각으로는 지금과 같이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것이 옳다. 작년에 올림픽이 연기되었을 때 이미 큰 좌절을 겪었을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철저하게 관리하는 것은 개최국인 일본의 몫이다. 처음엔 일본의 돈벌이에 보탬이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중계 방송도 보지 않을 계획이었지만 그것도 좀 너무 억지스럽고 응원을 바라는 선수들의 마음에도 절망을 심어주는 행동 같아 여느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 나라 선수들의 경기를 챙겨보고 있다. 물론 시차가 거의 없어 평일은 어렵지만 이번 주말은 올림픽 보느라 눈이 빠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림픽 사상 처음 실시된 양궁 혼성 경기에서 우리 나라 첫 금메달이 나왔다. 선발전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낸 두 선수를 혼성경기에 내보내자고 했다는데 그 조합이 막내들인 안산, 김제덕 선수일 줄은 양궁 대표팀에서도 예상 못했단다. 그런 선수들이 금메달까지 따 내다니 신통방통하다. 준결승, 결승 경기를 실시간 중계로 봤고 마지막 샷은 차마 보지 못해 채널을 돌렸다가 오니 금메달이라고 했다. 활짝 웃는 두 선수의 모습이 싱그러웠다. 그랬다. 이번 양궁 경기는 지켜보는 마음이 좀 달랐다. 그간 지켜본 양궁 선수들의 입매는 언제나 꽉 다물어져 있었다. 경기를 하는 중은 물론 10점을 쐈을 때도 8점을 쐈을 때도 심지어 7점을 쐈을 때도 언제나 꽉 다물어져 있었다.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중이었으리라 생각하면 보는 사람도 더 경건하게 느껴지고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열 일곱 살 김제덕 선수는 달랐다. 리액션도 화이팅이 넘쳤지만 경기 전에도 "코리아 화이팅"이라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여 이 경기가 양궁 경기가 맞나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중계하는 해설 위원조차도 너무 흥겨워하며 팬이 될 것 같다고 했고 아나운서는 저 포효들을 모아서 저장해서 두고두고 보고 싶다고 했다. 그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분명 양궁 경기에서는 처음 보는 신선함이었다. 신선하고 반가웠다.

출처 sbs sports


우리나라는 유난히 국가대표에게 '국가'의 무게를 많이 실어준다 . 펜싱 세계 1위의 오상욱 선수가 8강 경기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볼 때도 그랬고, 장준 선수의 태권도 경기를 볼 때에도 그 무게를 너무 무거워하는 게 아닌가 싶어 마음이 아팠다. 조금만 더 즐겨주면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좋겠는데 몇 년간 이 한 번의 경기를 목적으로 주변에서 압박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건 너무 어려운 일일 터였다. 장준 선수도 한 숨 자고 나니 긴장이 풀려서 패자부활전부터 경기가 잘 풀렸다고 했다. 금메달을 놓치고 나서야 돌아오는 컨디션이라니 짠하다.


그래서 김제덕 선수의 저 낯선 포효가 반갑다. 양궁이라는 극고요의 경기에 사자의 포효를 시도때도 없이 내지르는 저 젊은 선수의 마음은 무엇일까? 나는 어려서 앞으로 기회가 많기에 여기서 좀 못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막내라서, 첫 경기라서 더 잘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자신을 내지르며 표현하는 표현력이 반가운 것이다. "~하면 안 돼."라는 것이 많은 남편과 살아서 그런가 너무나 경직된 사람들 보다는 말로든 표정으로든 표현을 하는 사람이 좋다. 더구나 누구를 해코지 하거나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포효가 아니지 않는가? 이 젊은 선수가 만들어내는 아주 작은 변화가 마냥 작게만 느껴지지 않는 건 우리 사회 그리고 올림픽 경기에 참전하는 국가 대표 선수들의 무게감 때문이리라. 부디 그대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신을 편안하게 표현해도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나도, 내 아이들도, 당신들도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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