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일기] 숨을 고르게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리스토러티브'를 '리스토닉러브'라고 알고 지낸지 2주일. '러'와 '브'가 만나면 순서야 어찌됐건 '러브'밖에 모르는 나, 정확한 이름을 오늘에야 알았다. '원기를 회복하는'이란 뜻을 지닌 단어 restorative가 요가와 만나 '리스토러티브 요가'라는 장르가 되었고 이는 내가 제일 기대하는 요가 시간이다.
출처 : 고요함 요가 블로그 https://blog.naver.com/goyohamyoga주로 담요 세 장과 쿠션 2개로 한 시간 동안 눕거나 엎드려서 멍을 때려야하는 시간, 언제나 경직되고 긴장된 상태의 몸을 이완시키고자 찾아온 시간이었다. 여타의 다른 요가들이나 필라테스와 달리 몸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수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시간 후에 내 몸은 노곤노곤 굉장히 피곤하다. 멍을 못 때려서 그런걸까? 왜 자꾸 더 쳐지는 기분이 들지? 그러다가 어제 한 회원이 그 상태를 일컬어 '컨디션을 회복하기 전의 진공상태'라고 멋지게 표현해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날이 되면 그 시간이 너무 그립고 빨리 내 몸을 풀어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몸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쉽지만 생각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누워서 선생님의 조곤조곤한 말씀과 싱잉볼의 맑은 소리를 들으면서 호흡에 집중하려고 애를 쓰지만 머릿속엔 아들에게 할 말, 일터에서 미처 고치지 못한 문서의 글자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 수십 번을 다짐하고서야 생각을 멈추고 호흡에 집중할 수 있다. 몇 년 전만해도 사바하사나에 쉽게 빠져들었는데 왜 잡념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늘어나는 거지? 그래도 마치기 직전엔 반은 잠들어 있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으니 애쓴 보람은 있다.
그 여운으로 오늘 하루를 보냈다. 진공은 다소 흐트어졌고 내 몸도 좀 풀어졌다. 햇빛을 모아 글씨 태우기 수업을 진행하다가 나도 교실 한 켠에서 하다가 또 혼자 신이 났다. 나완 달리 아이들은 귀찮아 하면서도 선생님이 시키니까 마지못해 종이에 검은 하트 하나 칠해서 돋보기 들고 집밖으로, 베란다로 나간다. 투덜투덜하면서 무거운 몸을 끌고 나가길래 "이렇게라도 움직여야 기억도 잘 나고 기분도 즐거워져."라고 했는데 열세 살 나이에 이런 일은 좀 시간 낭비 같은 모양이다. 하지만 처음엔 공부라는 생각으로 밖으로 나갔다가도 햇빛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몸이 가벼워진 듯 시간이 다 되어갈 즈음엔 시간을 더 달라고 조르는 아이도 있고 시간이 지나도 복귀하지 못한 아이도 있다. 너희들도 나처럼 시동이 늦게 걸리는구나? 그래 몸을 푸는 일도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은 좀 여유가 있었다. 어제는 일 하느라 화장실도 한 번 밖에 못 가 '소변일기'를 써야하나까지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무려 3번이나 다녀왔다. 창밖엔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린다. 수업 준비도 성적 처리도 거의 마무리 되었다. 멍때리기 참 좋은 때이다. 이 글을 얼른 마무리짓고 퇴근을 좀 미루더라도 멍을 좀 때리고 가야겠다. 오늘 내가 무엇을 했고, 내가 내일 무엇을 할 것인지를 떠올리지 말자. 그저 지금의 내가 숨을 고르게 쉬고 있다는 그것 하나만 기억하자.
나는 하루에 소변을 밤 시간에 몰아서 본다. 낮엔 일터에서 잔뜩 긴장해서인지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까워서인지 오늘 같이 3번이나 가는 경우는 무척 드물고 대체로 한 번 간다. 다행히 방광염을 앓지 않았다만 염려될 때가 있다. 그러다가 집에만 오면 무턱이 닳게 간다. 조금만 요의가 느껴져도 일단 간다. 밤에 자다가도 적지 않게 간다. 도대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이젠 하다하다 소변의 노예까지 되다니 이대로 둬선 안 되겠다. 그래서 어쩐다고?오늘은 생각까지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