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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Aug 14. 2023

중드 중국사 독학기 2

당나라 드라마는 단연 측천무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것이 많다. 어릴 때 본 중드에서 측천무후는 요부의 상징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뛰어난 정치인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영화 <적인걸>에서도 카리스마있는 황제이고, <미인천하>에서는 자애롭기도 하다. 당연히 요부로 그리는 자극적인 드라마보다는 최근의 드라마가 보기에 좋다. 당나라 후기의 황제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는 공부를 조금만 해 봐도 알 수 있는데 유독 측천무후에 대해서만 가혹하지 않은가! 당나라 시대는 <수당연의>로 시작해서 측천무후의 다양한 드라마들, 적인걸이나 법의관들이 주인공인 수사물 등 다양한 드라마들이 있다. 한나라부터는 강정만의 <역대 황제 평전 시리즈>를 읽으며 드라마를 시청했다. 역사를 공부하는 데에 있어 황제를 중심으로 배우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흐름을 익히기에는 도움이 된다. 황제를 중심으로 하되, 시대 풍속이나 관심이 가는 인물을 다룬 책 또는 드라마를 같이 보면 풍성하게 한 시대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무협을 좋아해서 안녹산의 난이 나오는 드라마도 <대당영요> 뿐만 아니라 <대당유협전>을 같이 봤는데 같은 인물이 다르게 그려져 흥미로웠다. 배움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노력이 모두 나처럼 즐거우면 좋겠다. 


송나라 공부를 하면서는 송나라가 벽란도와 포청천의 나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외침을 겪은 나라라는 걸 알았다. 거란과 여진, 몽골이 차례대로 강성해질 때마다 송나라는 흔들렸다. 더구나 송태조의 유조에 따라 평화주의 노선을 걸은 송나라의 방침은 어떤 이의 눈에는 유약해 보여 ‘전연의 맹’을 과소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건 광해군의 중립 외교처럼 평가가 갈라지는 문제이다. 결과가 좋으면 업적이 되고 결과가 나쁘면 죄가 되는 게 정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두루 살피는 사람이 좋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진종은 좋은 정치인이었고 이후 국방에 힘을 쏟지 않은 황제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진종의 모습을 <대송국사>에서 만났고 이어진 못난 황제의 모습을 <정충악비>에서 만났다. 역사 드라마는 아니지만 당시 상업이 발달한 송나라의 모습을 보기에는 류위페이(유역비) 주연의 <몽화록>도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된다고 하니 재미가 없어 보이는데 2022년에 본 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인 드라마였다. 류위페이(유역비)의 춤선은 여자인 내가 봐도 눈이 멎는다. 천샤오(진효)의 툭툭 던지는 말투와 눈빛은 어떻고!


원나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모호한 탓인가 원나라 드라마는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의천도룡기>에서 그 흔적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명나라는 명태조 주원장에 대한 드라마가 몇 편 있다. 유약한 이미지의 송나라에 반대하여 그런 걸까, 명나라는 꽤나 포악하다. 조선이 모신 나라라서 그동안은 점잖은 나라인 줄 알았는데 공부할수록 포악하고 무식한 나라여서 놀랐다. 그나마 <주원장>에서 만난 명태조는 포악하긴 하지만 냉철하다고도 말할 수 있었고, 최근 인기를 끄는 <산하월명>의 영락제도 역시 성군은 아니어도 능력은 있었는데 이후 만난 <금의지하>나 <영웅 척계광>의 배경이 된 시대의 황제들은 황제라는 호칭이 아깝다. 청나라 아니라 조선도 맘만 먹으면 무너뜨렸겠다 싶을 정도이다. 그런 명나라를 우리가 떠받들고 살았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명나라는 명태조 이후 장자계승 원칙이 확고하여 다른 시대에 비해 황위다툼이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후궁간의 다툼도 크게 일지 않았다고 하니 아마 드라마로 만들기에 흥미로운 주제가 적은 시대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청나라에 비해 드라마가 적은 편이었는데 명태조부터 만든 각종 수사 기관이 중심이 된 드라마들은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금 보면 놀라운 캐스팅인 <사대명포>와 최근 크게 얻은 <금의지하>가 대표적이다.


청나라는 타임 슬립물 전문 시대인 듯 ‘궁 시리즈’(<궁쇄심옥>, <궁쇄주렴>,<궁쇄연성>)와 <보보경심>, <몽회> 등이 모두 청나라 시대로 넘어간다. 타임 슬립물은 어릴 적 본 <백 투 더 퓨처>로 충분하기에 이런 류의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다. 궁 시리즈만 킬링 타임용으로 띄엄띄엄 몇 편 봤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타임 슬립으로 조선으로만 넘어가니, 상상 속에서도 과학 기술은 가까운 시대로밖에는 개발되지 못 한 모양이다. 그래, 제임스웹 망원경도 겨우 작년에야 지구 바깥 궤도에 안착했으니 멀리 못 가는 것은 이해하도록 하자. 


청나라 시대 드라마는 오래 전 <황제의 딸>이 있고 김용의 무협물도 청나라를 배경으로 한 경우가 많다. <설산비호>, <녹정기>, <서검은구록> 등이 그러하다. 이상하게 원나라나 청나라나 이민족의 지배를 받은 시기인데 청나라 배경 드라마가 월등하게 많다. 황제의 업적을 다루기도 하고 반청운동을 다루기도 하니 청나라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어떤지 궁금해진다. 청나라 드라마는 <독보천하>부터 보면 좋은데 캐릭터를 섞은 점은 허구이지만 역사를 공부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누르하치와 그의 아들들의 관계가 무척 흥미롭다. 청나라 드라마는 대체로 강건성세(강희제, 옹정제, 건륭제로 이어지는 130여 년의 청나라 부흥기)에 몰려 있으며 그중에는 단연 <옹정황제의 여인>이 잘 만들어졌다. 건륭제 시기를 <여의전>과 <연희공략>에서 최근 다뤘는데 전혀 다른 해석을 하고 있으니 두 가지를 다 보면 좋다. 고증면이나 작품성 면에서 <연희공략>에 대한 평이 더 좋은 편이지만 다른 시각을 모두 본 뒤에 나름대로 공부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같은 결론일지라도 남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보다는 내가 공부하여 만드는 의견이 더 견고하다.


요즘에는 동북공정 문제로 인해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중드를 보는 데에 좀더 따져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복장 면이 그러하고 최근엔 음식도 살펴봐야 한다. <연운대>는 역사적 사실 왜곡 때문에 드라마를 보다 보면 꺼려지고 <려가행>은 조선 갓을 쓴 주인공을 보는 순간 볼 마음이 사라진다. 송나라 관리가 우리나라 갓을 쓰고 등장하면 눈에 띄기도 하고 웃어넘기기도 하지만(송나라 관리들의 관모는 코로나시대를 맞아 ‘거리두기 모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으므로 그들이 조선 갓을 쓴 것은 위협적이지 않고 코웃음이 난다.) 명나라 시대는 조선 시대와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으니 좀더 예민하게 봐야 한다.


하지만 의도적인 경우보다 고증을 꼼꼼히 하지 못한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내가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듯 상대도 악의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데에서 시작해서, 그것이 반복될 경우에만 악의를 의심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너무 순진한 걸까? 일반인들은 미리 알아보기 보다는 보다가 뭔가 느낌이 이상할 때 알아봐도 늦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동북공정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니 도움받을 길도 적지 않다. 미리 알아보는 것은 전문가에게 맡겨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생각도 개인의 의견일 뿐 그에 대한 결정은 저마다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하자.


중국사 공부는 청나라까지만 하고 일단 마무리를 지었다. 열심히 읽고 보고 쓴 나날들이었다. 읽고 배우기만 했더라면 지루하고 지쳤을 텐데 드라마와 함께 본 공부는 너무 흥미로워 근현대사까지 이어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일단은 한 템포 쉬기로 했다. 최근 량차오웨이(양조위)와 왕이보의 영화 <무명>을 보고나니 중국의 근현대도 궁금해져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일단 나는 고장극파라, 양복을 입고 나오는 순간 흥미가 식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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