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횸흄 Feb 03. 2023

[중드일기] 스펙타클 허죽인생

천룡팔부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근 김용의 무협소설 [천룡팔부]를 읽고 있으며 현재는 7권을 읽는 중이다. 책을 읽으며 중드도 2003년과 2021년 버전을 같이 보고 있다. [천룡팔부]는 세 남자가 주인공인데 이 셋은 의형제로 교봉(소봉)이 큰 형님, 허죽이 둘째, 단예가 막내이다. [삼국지]는 도원결의로 시작하지만 교봉, 허죽, 단예가 모두 만나는 건 소설로서는 7권까지도 나오지 않고 드라마에서는 2021년버전 기준 43화에서 이루어진다. 셋 각각 갖은 시련을 겪으며 지내다 셋이 만나면서 해결이 되는 구도라 일반적인 히어로물의 흐름과 다른 게 매력이다. 

천룡팔부2021 43화중

이중 허죽은 소림사의 승려로 무공에는 재능이 없어 느린 학습자이지만 진솔하고 순박한 마음이 소림사 승려가 가져야 할 덕목 그 자체를 보여준다. 하지만 그런 성품 때문에 위기에 처한 악인도 두고 보지 못해 돕는다는 게 그만,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되어 꽁꽁 숨겨졌던 소요파 장문의 70년 내공을 전수받고 소요파 장문이 된다. 허죽은 정말 소림사의 승려로 빗자루질만 하는 것으로도 세상 만족하는 사람인데, 소림사가 아닌 소요파에 들고 그것도 장문이 되어야 한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장문 반지도 아무나 줘버리고 소림사로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 뿐인데, 가는 길에 또 위기에 처한 아이를 하나 돕는데 그게 또 영취궁 궁주라 돕다가 가스라이팅 당해서 몇 개월간 같이 감금되며 살생, 육식, 음계를 범하고 영취궁의 무공까지 배워 결국 차기 영취궁 궁주까지 된다. 본인은 정말 소림사에서 빗자루질만 하고 살고 싶었는데 소요파 장문이 강제로 내공 넣어주고 장문 만들고, 영취궁 궁주가 무공 가르쳐주며 궁주 만들어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본인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전 영취궁 궁주가 해코지한 사람들 생사부도 해독해주고 착한 거 빼면 시체인 사람인데, 보통 사람같으면 그냥 장문이니 궁주니 누리면서 편하게 살 수 있는데 그걸 뒤로 하고 죄를 고하러 다시 소림사에 들어간다. 


거기서 자신이 범한 죄악에 대해 처벌을 받는 순간 등에 난 표식을 보고 한 여자가 울부짖는다. "아들아!!"라니!!! 허죽도 시청자도 놀랄 노자다. 그녀는 다름 아닌 사대악인의 하나인 섭이랑으로 다른 집 애들 훔쳐가는 나쁜 년이기 때문인데 갑자기 모성의 화신이 되어 나타난다. 어머니 안 지 얼마 안 되는데 세상에 아버지는 소림사 주지 스님이란다!!! 결국 주지 스님 현자 대사도 벌로 곤장 200대를 막고 해탈하며 죽고 어머니는 그를 따라 자결하니 하루에 부모님이 생겼다가 다 사라지고 마는 인생이라니! 그의 말처럼 이런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내공이 최고인데 심성은 소림사 안에서 빗자루질만 하던 그 모습 그대로이다. 다만, 서하국 빙고에 갇혀 있을 때 사랑을 나눈 몽고라는 여인을 그리고 있다는 점만 소림사와 어긋난다. 하지만  개방방주였던 교봉과 거란의 남원대왕인 소봉의 경계가 무엇인지, 천축국으로부터 전해진 소림의 무공이 어디서부터 중원의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소림사에 머물면서 조금씩 규율을 어기는 사람과 규율을 어긴 것을 온 천하에 드러내는 허죽 중에 누가 더 소림사에 머물 자격이 있는지 단언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에 [천룡팔부]는 그런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경계의 부질없음을 10권의 소설과 50회의 드라마로 보여주는데 교봉과 허죽의 정체성이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교봉도 허죽에 비하면 굴곡이 심플한 편이지 않은가?


지금 드라마는 서하국의 부마 선발 대회로 향하고 있다. 모용복, 단예가 서하국 부마에 도전하려고 하는데 허죽이 서하국 궁궐에서 만난 몽고라는 여인이 떠오르는 것은 나만 그런 건 아닐 터, 허죽이 어여 서하국에 도착가기만을 응원하고 있다. 그 스펙타클한 인생 굴곡의 종점이 사랑을 얻는 것이길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 [건강 일기] 코로나 백신은 처음이라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