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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횸흄 Jul 05. 2023

[생활일기] 책과 바람과 벤치 그리고 나

하늘이 높고 푸르면 더 좋겠지. 너무 파란 하늘보다는 구름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는 게 더 좋고. 그러면 구름 모양 따라 나는 이야기를 짓고 그 이야기에 빠져 혼자 키득키득 웃지. 마스크를 써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비도 안 오는데 중얼중얼 킥킥 대는 모습에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 지도 몰라. 어릴 땐 나혼자 그렇게 웃고 떠들다가 돌연 주변을 둘러보곤 했었어. 

 

한참을 구름따라 이야기를 만들다 나무 그늘 아래 벤치를 만나면 잠시 앉아 바람을 기다려. 마침 바람이 머리카락을 건드리면 나뭇가지 위로 새어 나오는 하늘을 보고는 햇빛에 눈이 부셔 두 눈을 질끈 감고 다시 바람을 기다려. 바람이 머리카락을 다시 한 번 건드리고 목덜미를 쓸고 지나고고 또다시 왔다갔다 살랑살랑대면 기분 좋은 웃음을 짓게 돼. 그제야 두 눈을 뜨고 갖고 나온 책을 펴 들어. 이젠 하늘은 내 시야에서 퇴장할 차례야. 그저 햇빛만 조금 나눠주면 돼. 


바람을 옆에 끼고 책을 읽는 맛은 맛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지. 세상에 책과 나와 바람과 벤치만 있는 기분이랄까? 쓰고 보니 너무 많이 함께 있는 것도 같네. 어쨌든 사람은 나 하나뿐이니까. 그게 중요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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