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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의 필사

마케터 임숲숲의 일기

by 시그

살다보면 좋아한다는 말에도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방향 없는 니힐리즘만큼 쉬운 것은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택할 수 있는 마음이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둥

좋아한다는 둥

말하는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 말자.


그 사람이 좋음이라는 감정에

더욱 용기를 갖게 도와주자.

스스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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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항상 열려있지만

담을 넘으려는 내가 보일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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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 것의 유일한 장점은

나의 조악함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나는 한없이 조악한 사람이며

나의 마음도 한없이 가변한다는 점이다.


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사랑은 이해로부터 비롯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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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치품, 비싼 커피, 은은한 향수는 결코 무의미한

노리개가 아니며 또한 단순히 상인의 욕심만도 아니다.

그건 오히려 의미 있고

아름다움을 간직한 여러 가지 사물의 세계다.


그 모든 것이 인간의 행복에 봉사하고 있으며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꽃은 꽃이 아니며 유자는 유자로 끝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잠깐의 마술이며 반짝이는 구슬이 된다.

최소한 인간에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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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버지가 보내준 시의 마지막


괴롭고, 외롭고, 해맑고, 사랑하고

열렬히 촌스럽게도 맘껏 맛보며 살아라.


청춘은 타들어 가고

기억은 휘발되니


남은 재로 살아가는 요즘이란다.

그게 전부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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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것들을 조금씩 모으다 보면

종종 뚜렷한 것도 보이고,

모호함의 미학도 보인다.


요즘 나의 삶의 전반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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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글을, 신문을 탐독해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


그건 인간의 악이며 욕심이다.


그것들은 언제나 생각의 끝에서 지루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언제듯 그것과 싸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마음도 든다.


그래도 싸우는 사람들은 있고, 저항하는 글자는 어디선가 쓰여진다.

그리고 우리가 해야 할 것의 최소는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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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활, 순수, 천진, 경솔, 감각, 솔직 이런 단어들이

나와 어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무언가 인간적 목표를 적는 편지를 쓴다면,

그런 목표를 내 편지 서두에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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